마사회 前감독 "삼성, 정유라만 지원해 독일서 허송세월"

한정수 기자 2017. 5. 1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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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정유라 지원,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 받아"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삼성의 정유라 지원,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 받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과 관련한 13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비선실세' 최순실씨(61)의 딸 정유라씨(21)가 삼성에서 승마 훈련 지원을 받았던 2015년 독일에 파견됐던 박재홍 전 한국마사회 승마팀 감독이 "독일에서 허송세월을 보냈다"고 증언했다.

삼성에서 2020 도쿄올림픽 승마 종목 출전 지원을 위한 캠프를 만들었지만 실제 지원은 정씨에게만 이뤄졌다는 취지다. 박 전 감독은 장애물 종목 선수 겸 감독으로, 이 캠프 참가가 자신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박 전 감독은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이 독일에 파견된 경위 등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은 "2015년 8월 슬로바키아에서 개최되는 대회에 출전했을 때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에게서 전화를 받고 직접 만났다"고 말했다. 박 전 전무는 독일에서 정씨의 승마 지원 등을 도운 사람이다.

박 전 감독은 박 전 전무와 만난 자리에서 "삼성이 정씨 승마를 전폭 지원하기로 했는데 정씨만 지원하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다른 선수들도 지원하기로 돼 있다. 박 전 감독에게도 좋은 기회이니 삼성을 이용해 올림픽을 출전해보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 전 감독에 대한 지원은 삼성이 정씨의 단독 지원 사실을 은폐하기 위한 '들러리용' 지원이었는데 선뜻 승낙한 이유가 무엇이었냐"고 묻자 박 전 감독은 "들러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장애물 팀을 맡아서 삼성에서 지원을 해 주면 올림픽까지 가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특검이 재차 "삼성이 장애물 종목도 지원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사실은 (마장마술 종목 선수인) 정씨를 단독 지원하는 데 대한 구색 맞추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느냐"고 묻자 "삼성이 정씨 1명만 지원을 하기에는 명분이 서지 않으니 장애물도 지원한다고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에서 1명만 지원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조금 이상할 것 같다"며 "전체적으로 지원을 한다고 생각해 선수들에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실제 박 전 감독이 독일에 갔을 때는 장애물 종목과 관련한 말을 제공받지도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전 감독은 "독일에 머무는 동안 장애물용 말이 단 한마리도 없었다"며 "승마장 청소 같은 일을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독일에 있는 동안 허송세월만 보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박 전 감독은 특히 "독일에 있는 동안 삼성이 정씨에 대한 지원을 하는 것 외에 올림픽 출전을 위한 캠프가 조성됐거나, 다른 선수를 데려와 훈련을 한다거나, 감독으로서 정씨를 직접 지도하는 일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답했다.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감독이 독일에서 장애물용 말을 알아본다는 사실을 알고 화를 냈다고 한다. 이후 최씨가 운영하는 독일 회사인 코어스포츠가 박 전 감독에게 계약을 제안했지만 이를 거절한 일도 있다고 한다. 박 전 감독은 "전혀 지원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독일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전 감독은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마사회에서 사직을 강요당했다. 이 과정에 대해 박 전 감독은 "독일에 있을 때 말을 구입하는 부분, 최씨 회사 계약을 거절한 부분 등으로 최씨의 미움을 받아 마사회에 압력이 들어간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은 최씨가 마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박 전 감독의 사직을 강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이날 재판에서 삼성 측은 정씨 뿐 아니라 실제로 박 전 감독을 지원하려 했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삼성 측 변호인은 이 사건 공동 피고인인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 등이 독일에서 박 전 감독을 직접 만난 사실을 언급하며 "당시 박 전 사장이 '박 전 감독을 지원할 예정이니 열심히 해 보라'는 말을 했느냐"고 물었다. 이에 박 전 감독은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특히 "마장마술과 장애물을 동시에, 전체적으로 아울러 지원을 한다고 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박 전 감독은 과거 특검 조사를 받을 당시 삼성이 정씨에 대한 지원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한다. 삼성은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친한 최씨에게 뭔가 부탁을 했거나 부탁을 하려고 정씨에게 특혜성 지원을 했던 것으로 생각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박 전 감독은 법정에서 "전체적으로 지원이 됐다면 별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중간에서 최씨가 '장난'을 칠 때 삼성에서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간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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