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추적>'케모노 프렌즈'가 수인(獸人)이 아니라니

문현웅 기자 2017. 5. 12.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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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모노 프렌즈./인터넷 캡쳐

물 건너 섬나라에서 올해 1분기 최고 화제작으로 꼽히는 애니메이션은 ‘케모노 프렌즈’(けものフレンズ)다. 의인화(擬人化)된 야생동물이 모인 가공의 동물원 ‘자파리파크’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별 갈등이나 사건 없이 흘러가는 밋밋한 치유계(癒し系·이야시케이) 스토리지만, 동물 특유 개성이 묻어나면서도 귀여운 캐릭터 덕분에 인기가 폭발했다. 달리 말해 캐릭터가 아주 잔망스럽고 뿅가죽게 귀여운, 모에(萌え)함을 갖추고 있어서 떴다는 거다. 생선 빼고 웬만한 동물류는 거의 의인화했을 만큼 스펙트럼이 넓으니, 취향 따라 덕질할 여지도 넉넉하다.

케모노 프렌즈 등장 동물들./인터넷 캡쳐

여하간 최근 ‘너의 이름은.’ 사태를 겪었던 반도인들은 주로 혼모노 오타쿠 센세들께서 이 작품을 마르고 닳도록 물고 빨며 흥행을 견인했으리라 예상했을 게다. 하지만 정작 일본 현지 그분들 중에선 ‘케모노 프렌즈’에 날 선 비판을 가한 이가 많았다. 동물 탈을 뒤집어쓴 인간일 뿐 케모노(獣·짐승)라 부를 수 없다는 이유다. 그렇다면 그분들의 엄격 근엄 진지한 짐승의 기준은 무엇일까.

#진정한 수인이란

/인터넷 캡쳐

그분들에 따르면 케모노의 가장 중요한 특성은 ‘골격’이라 한다. 해부학적인 신체구조가 동물과 유사해야 케모노라는 거다. 뼈대가 인간에 가깝다면, 피부 거죽이라도 모피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동물 코스프레를 한 인간일 뿐이다. 따라서 그분들 보시기엔 ‘케모노 프렌즈’는 독수리 5형제와 다를 바 없다.

독수리 5형제./인터넷 캡쳐

실제로 ‘케모노 프렌즈’를 앞서 제시된 5단계 그림에 대면 1단계 미만 정도로밖에 볼 수 없다. 체형이 완연히 인간형이고, 털가죽 부분도 체모라기보다는 복장 느낌이 강하다. 결정적인 부분은 ‘귀’라고 한다. 캐릭터들을 자세히 보면, 동물 것 2개와 사람 것 2개씩을 더해 귀를 총 4개씩 달고 있다. 이 때문에 ‘케모노 프렌즈’ 등장 축생들 귀를 보면 확 깬다는 의견이 상당하다. 그렇다면 그들이 원하는 케모노는 어떤 모습일까.

'꾸러기 수비대' 12간지 중 토끼 '새초미'. 왼쪽 상단 '크림'은 한국 로컬라이징 전 원래 이름이다./인터넷 캡쳐

국민학교를 다녔던 아재들은 대개 이 캐릭터를 기억할 것이다. 90년대 중반 국내 방영된 ‘꾸러기 수비대’ 등장 캐릭터 ‘새초미’다. 당대 사춘기 소년들이 수인 모에에 눈뜨는 계기를 만들어준 분이시다. 참고로 방영 당시 글쓴이는 국민학교 2학년이었다.

만화 ‘원피스’에 나오는 밍크족(族) 역시 수인 계통이다. 체형이나 헤어스타일은 인간과 유사하지만, 두상과 얼굴형은 동물에 보다 가깝다. 온몸이 털가죽으로 덮여 있어 인간을 털이 적은 종족이라는 뜻에서 ‘레서밍크’라 부른다. 여하간 최소한 이들 정도는 돼야 짐승 껍질을 쓴 인간이 아니라 진짜 ‘수인’으로 인정하는 듯하다.

만화 '원피스'에 등장하는 밍크족(왼쪽)./인터넷 캡쳐

물론 ‘케모노 프렌즈’에서 묘사되는 것처럼, 외양이 인간에 가까워도 신체 능력이나 행동이 동물과 흡사하면 수인 모에화(萌え化)로 간주할 수 있다는 가설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케모노 프렌즈’에 비판적인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들은 주로 동물과 인간 종족 특징이 모두 살아난 외모와 복슬거리고 부드러운 털가죽 등을 수인의 필수요소로 친다.

#수인과 동물은 다르다

인간과 동물이 섞이는 걸 좋아하는 이라면, 아예 동물에서도 모에함 내지는 성적 흥분을 느끼지 않을까라고 짐작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이 바닥에서 ‘사람이 섞인 동물’과 ‘그냥 동물’은 엄연히 별개 영역이다. 남들 보기에야 그게 그거일 수도 있겠지만, 하여튼 그렇다.

'furry'는 '복실복실한' 정도 뜻으로, 영어권에서 수인을 일컫는 단어다./인터넷 캡쳐

물론 세상은 넓고 취향은 다양한지라, 거의 100% 동물 모양새에 가까운 캐릭터에 욕정 하는 인간도 없진 않다. 마이너 중에서도 마이너 급이긴 하지만. 여하간 그런 성향 팬이 그나마 많기로 유명한 서브컬쳐계 작품 중 하나가 ‘마이 리틀 포니’(My Little Pony)다.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서브컬쳐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팬덤이 많은 프랜차이즈다.

마이 리틀 포니./인터넷 캡쳐

이들 중 소수는 정말로 저 말 모양 캐릭터에 성욕을 느껴, 이들을 모델로 한 성인만화나 야설 등을 만들어 배포하기도 한다. 물론 대다수 보통 팬들은 기겁한다. 보기에 사나운 건 둘째치고라도, 마이 리틀 포니 팬덤 전체가 변태성욕자로 비춰질 우려가 있어서다. 그런 고로 이 변태들은 일반인뿐 아니라 마이 리틀 포니 팬덤 내에서도 말박이라 불리며 배척당한다.

여담으로 저 말박이들이 혹시나 동물을 사들여 덮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이들은 이상성애자 분류에서 ‘짐승애’(Zoophilia)가 아니라 ‘Xenophilia’에 속하기 때문이다. 흔히 ‘외국인 성애’로만 알려진 단어지만, 실제로는 좀 더 포괄적으로 ‘지성을 지닌 이종(異種) 애호’를 뜻한다. 따라서 보통 짐승보다는 차라리 외계인에 발정할 확률이 더 높다. 변태의 세계는 넓고도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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