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정표 교수(건국대학교) "한국 경제 부흥을 위해서는 재벌 개혁 반드시 필요" ②

KBS 2017. 5. 12.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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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7년 5월 12일(금요일)
□ 출연자 : 최정표 교수 (건국대학교)

“한국 경제 부흥을 위해서는 재벌 개혁 반드시 필요”

[윤준호]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정책, 네 바퀴로 가는 사륜 구동 성장론입니다. 일자리, 재벌 개혁, 복지 확대, 경제 혁신 이렇게 네 바퀴인데요. 어제 이 시간에는 일자리 정책에 대해서 살펴봤고요. 오늘은 재벌 개혁 내용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싱크탱크인 ‘국민성장 정책공간’에서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서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 구상의 밑그림을 그린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인 최정표 교수로부터 이야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최정표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최정표] 네, 안녕하세요.

[윤준호]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 재벌 개혁이 문재인 대통령 경제 정책의 중요한 화두인데요. 재벌을 왜 개혁해야 하는 거죠?

[최정표]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마는 현재 한국 경제는 재벌이 다 할 정도로 소수 대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이 너무 과도하다고 봅니다. 이로 인해서 불균형 경제 구조가 초래되고 양극화가 발생하고 또 경제 역동성이 떨어지고 성장이 둔화되고 여러 가지 나타나는 경제 문제가 근본적으로는 우리 경제를 지배하고 있는 재벌 체제에서 나오는 거거든요. 재벌 개혁을 하지 않고는 한국 경제를 다시 복원하기가 어렵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윤준호] 그러니까 방금 말씀해 주신 내용이,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는 내용은 다른 말로 하면 경제력 집중을 분산으로 이끌고 불균형을 균형으로 가져가고 양극화를 해소하는 그런 첫걸음이라는 말씀이시네요.

[최정표] 그렇습니다.

[윤준호] 특히나 최순실게이트 이후 국정농단 과정에서의 정경유착 때문에도 재벌 개혁이 힘을 더 받게 됐는데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재벌의 특징은 뭐라고 말씀하시겠습니까?

[최정표]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죠. 하나는 세습 경영이고 또 하나는 황제 경영이죠. 세습 경영하고 황제 경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 지원이 필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정경유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거죠. 사실 황제 경영, 세습 경영은 법대로 하면 상당히 불가능한 형태입니다.

[윤준호] 그렇죠. 상속세를 다 물고 그렇게 한다면요. 이게 결국은 오너 지배 체제의 확립을 위해서 있었던 것들이 이런 부작용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는데요. 문재인 대통령의 재벌 개혁 내용에서도 보면 기업의 지배 구조 개선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 부분을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정표] 지배 구조는 방금 얘기했듯이 세습 경영하고 황제 경영인데 총수가 경영을 하면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죠. 이걸 없애는 장치들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재벌에서 세습 경영과 황제 경영이라는 재벌적 특성이라는 걸 없애버리면 바로 선진국의 대기업과 같은 모양이 되죠. 그래서 선진형의 대기업을 만들어서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체제로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경쟁할 수 있는 그런 기업 체제로 가야 한다는 게 기본적 방점이라고 봐야 되겠죠.

[윤준호]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나 법규가 필요한 겁니까?

[최정표] 그건 아주 많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공정거래법의 재벌 규제 내용을 바꿔야 되고 상법의 지배 구조에 관한 사항들을 좀 보완해야 되겠죠. 그래서 법적 장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봐야 합니다.

[윤준호] 감사위원 도입이나 집중투표제 도입 부분은 어떻습니까?

[최정표] 집중투표제라는 것은 소액 주주들이 힘을 합쳐서 자기들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하는, 지금 제도에서는 그냥 대주주가 모든 이사를 다 싹쓸이하는데 그걸 방지하기 위해서 총수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 주주를 대변하는 이사를 뽑을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그 제도의 핵심이 집중투표제라고 보시면 되죠.

[윤준호] 그런데 전문 경영인으로 이걸 가져갔을 때 그리고 특히 오너의 지배력이 약화됐을 때 삼성전자 같은 경우에는 외국인들에게 휘둘리거나 상당 부분이 침해당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보세요?

[최정표] 그건 전혀 사실이랑 다릅니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 대비되는 지금 체제가 오너 경영 체제거든요. 오너 경영 체제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는 선택적인 문제가 아니고 자연적으로 가야 되는 과정입니다. 그러니까 과거에 왕정이 공화정으로 가듯이 선진국의 대기업들이 처음에는 다 오너 경영으로 시작했죠. 창업자 중심으로요. 그러다가 2대, 3대 내려가면서 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면서 다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갔죠. 일본도 그렇고 미국도 그렇고 유럽도 그렇고요. 그러니까 이건 기업의 자연적인 진화 과정이고 발전 과정이지 선택의 문제가 아닌데 우리만 유일하게 그 시기가 이미 넘었는데도 계속 아까 황제 경영, 세습 경영의 재벌 체제가 유지되면서 부작용이라든지 문제들이 너무나 많이 대두되기 때문에 이걸 이제 바꿔야 된다고 봐야죠.

[윤준호] 교수님께서는 재벌 개혁을 위해서는 특히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부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해 오셨는데, 그건 왜 그러십니까?

[최정표] 재벌 규제 공정거래법이 1987년에 처음 도입됐거든요. 한 30년 됐는데요. 재벌 규제를 처음 도입할 때부터 제가 관여해서 한 30년 이상 재벌 정책을 지켜본 사람이거든요. 거기에서 재벌 정책에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출자총액제한제도인데 그렇게 되면 재벌들이 가장 싫어하고 저항했던 제도입니다. 이게 한 20년 동안 시행되는 과정에 재벌들의 저항 때문에 예외 규정을 10개 이상 만들었어요. 그래서 이 제도가 실제로 유명무실화됐습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폐지를 약속해서 폐지됐거든요. 폐지한 이유가 5년 기간 내에 5대 재벌만 한정해도 계열사가 100개 이상이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되면 한국 경제가 완전히 재벌 경제가 되는 거죠. 지금도 재벌 경제인데요. 오로지 재벌이 하는 경제 체제라고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그래서 출자를 제한하는 거는 불가피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이 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을 놓고 싱크탱크 내에서도 의견이 많이 엇갈렸고 그래서 지난 총선 때는 이걸 공약으로 포함시켰는데 이번 대선 때는 이걸 포함시키는 걸 놓고 상당히 논란이 많았다고 하는데 왜 그런 거죠?

[최정표] 어떤 정책이든 모두가 동의하는 정책은 없죠. 그래서 이 출총제는 너무 강한 규제가 아니냐 하는 의견들이 있었고 특히 재벌측에서 상당히 반대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부 반대 의견이 제시되죠. 그러나 재벌 정책을 효율적으로 시행하기 위해서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윤준호]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서 이 부분을 갖다가 규제에 포함시킬지 여부는 아직 결론이 안 난 거죠?

[최정표] 네, 아직 결론이 안 났습니다. 이는 법을 바꿔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논의가 되어야 하나 봅니다.

[윤준호] 이번에 재벌 개혁 정책을 펴면서 상위 재벌과 하위 재벌로 나눠서 적용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건 왜 그렇습니까?

[최정표] 10대 재벌로 지금 현재는 한 30대 이상, 많을 때는 40대, 50대 재벌까지 규제 대상이 됐었는데 이게 효율성이 없습니다. 그리고 재벌이라고 해도 1위와 10위만 해도 10배 이상 차이가 나거든요. 그래서 사실 10위 밖으로 가면 규제를 할 대상이라고 보지 않아도 됩니다. 10대 재벌을 재벌 규제 정책으로 하면 정책 효율성이 발휘되고 또 10대 재벌이 변하면 그 이하 재벌들은 따라갈 수밖에 없거든요. 그리고 재벌 저항도 좀 완화시킬 수 있고요.

[윤준호] 보다 더 효율적으로요.

[최정표] 효율적으로 재벌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해서, 그리고 10대 재벌만 개선되면 재벌 문제는 해결됩니다.

[윤준호] 네. 교수님, 역대 정부가 하나같이 재벌 개혁을 공약했었습니다. 이전 정부인 박근혜 정부만 해도 경제 민주화를 내걸고 당선됐고요. 하지만 누구도 성공했다고 평가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 그랬다고 보십니까?

[최정표] 재벌 개혁이 오랫동안 얘기가 됐지만 제대로 시행이 안 된 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정치인들의 의지가 약하고 둘째는 재벌 저항이 너무 강하고 셋째는 국민들이 무관심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서 구호로만 내세우고 선거 끝나면 입 닫아버리거든요. 그래서 이게 시행이 안 되고 또 재벌들은 조직적으로 저항하죠. 또 국민들은 재벌 개혁이 된다고 해서 당장 피부에 와 닿는 혜택이 없습니다. 그게 모든 국민에게 장기간에 걸쳐서 큰 혜택이 가는 거지만 지금 당장으로는 혜택이 없거든요. 그러니까 국민들이 사실 관심을 크게 갖지 않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재벌 개혁이 지금까지 시행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윤준호] 그러면 거꾸로 질문 드려보겠습니다. 경제 불균형을 바로잡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재벌 개혁이 이번에 확실히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최정표] 첫째는 대통령의 의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취임사에서 핵심적으로 재벌 개혁을 언급했고요. 그래서 저는 대통령의 의지가 확실하면, 그렇지 않고는 이게 성공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당히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한국 경제가 바뀌고 역동성을 살리고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습 경영, 지금 기업가 정신이 창업 시대하고는 전혀 다르거든요. 그래서 이게 바뀌어야 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고는 한국 경제를 다시 부흥시키기가 어렵습니다. 이번 정부는 재벌 개혁이 시행되리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윤준호]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최정표] 네.

[윤준호] 지금까지 건국대학교 경제학과의 최정표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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