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임을 위한 행진곡' 대신 '방아타령' 기막혔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7. 5. 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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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승춘 보훈처장 교체 "당연한 일"
- '임 행진곡'이 北찬양? 근거없다
- 제창금지 9년 "민주화 시대에…"
- 다시 제창되는 순간 잊지못할 것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종률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어제 박승춘 보훈처장의 사표가 수리됐습니다. 박 보훈처장의 교체는 단순한 공직자 교체 그 이상을 의미합니다. 사실 박 보훈처장 그동안 극우보수세력의 주장과 같은 주장을 펴왔던 인사죠. 그래서 5.18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의 제창도 어려웠던 겁니다. 이제 새 대통령이 공약만 지킨다면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할 수 있게 됐습니다. 9년 만에 부활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 이 노래를 직접 작곡한 분의 소감은 남다를 것 같은데요. 광주문화재단 김종률 사무처장,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작곡가를 직접 만나보죠. 김 사무처장님 안녕하세요.

◆ 김종률> 네, 안녕하세요. 김종률입니다.

◇ 김현정> 어제 박승춘 보훈처장이 사표를 냈고 그게 바로 수리가 됐다, 이 소식 듣고는 어떤 생각부터 탁 드시던가요?

◆ 김종률> 당연한 일입니다.

◇ 김현정> 당연한 일이구나?

◆ 김종률> 진즉 이루어졌어야 할 일이 이제 이루어졌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분 사표 수리했다는 것을 듣고 문재인 새 대통령이 약속한 대로 나가겠구나... 그런 감격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공약을 지키겠구나. 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를 수 있게 됐구나, 그 생각이 드신 거군요.

◆ 김종률> 네, 그렇죠.

◇ 김현정> 그래요. 지난 9년 동안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을 거부하면서 내세웠던 논리, 보훈처의 논리는 이 노래가 국민 분열을 초래한다는 거였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 김종률> 그거는요, 전혀 말이 안 되는 이야기고요. 여러 번 말씀드렸습니다마는 박승춘 전 보훈처장은 말도 안 되는 몇몇 극우보수 논객들의 이상한 얘기를 국민들의 한편의 여론이라고 호도하면서 광주와 이 노래를 불렀던 많은 5.18 관계자들, 그리고 또 민주주의를 열망했던 분들에게 색깔을 입혔고요. 또 정치적으로 이용했다고 저는 봅니다.

◇ 김현정> 지금 그 말도 안 되는 논리라고 하신게 뭔고 하니 이런 주장이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김일성 찬양가다. 왜냐, 이 노래의 원작시는 백기완 선생님이 지었고 그걸 이용해서 작사한 사람은 황석영 선생인데 이 사람은 무단방북했던 사람 아니냐. 그리고 북한 영화에서 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갖다쓰기도 했다. 이쯤되면 이건 북한 노래 아니냐, 이거거든요.

◆ 김종률> 글쎄요. 그게 논리가 안 되는 게 이 노래는 1982년도에 작곡이 된 겁니다. 황석영 씨가 백기완 선생의 <묏비나리>라는 시에서 가사를 따와서 제가 작곡을 직접 한 사람입니다. 그후로 아마 9년인가 10년 후에 황석영 씨가 북한에 좀 갔던 모양이고 그때 또 윤이상 씨가 곡을 좀 차용해서 쓴 모양입니다. 저는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마는. 그런데 그것은 그분들이 쓴 것이지 저희들이 그렇게 한 의도는 아니었지 않습니까?

◇ 김현정> 북한에 쓰라고 준 것도 아니고.

◆ 김종률> 그렇습니다.

◇ 김현정> ‘찬양시니까 쓰시오’ 한 것도 아닌데...

◆ 김종률> 그렇습니다. 그런 논리라고 한다면 우리가 지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든지 이런 노래가 북한에서 불렸으니까 우리 대한민국에서는 절대 불러서는 안 되는 노래가 되는 거죠. 그래서 그런 것은 정말 맞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 김현정> 억지주장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그러니까 아리랑을 우리도 부르고 북도 부르는데 북이 부르니까 아리랑은 북한 찬양시다, 이렇게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 김종률> 그렇죠. 그런 논리면 우리도 여기서 아리랑 부르면 안 되죠. 그러면 그것도 종북주의자고 그렇게 되는 겁니다.

◇ 김현정> 그동안은 그러면 그 얘기를 들으면서 좀 억울하셨겠네요. 그런 문제 있는 노래의 작곡가인 양 얘기되는 것이.

◆ 김종률> 그래서 제가, 이 작곡한 작곡자가 나서서 이게 아니라고 여러 번 말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듣지를 않는 거예요.

◇ 김현정> 듣지를 않아요? 항의도 해 보셨어요? 사실 저는 왜 가만히 계시나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 김종률> 많이 항의도 했죠.

◇ 김현정> 하셨어요?

◆ 김종률> 네, 그런데 지난 9년 동안은 정말 암흑의 시기였죠.

◇ 김현정> 아, 암흑기...

◆ 김종률> 제가 알기로는, 이 노래 자체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불리워졌는가를 모르시는 분은 아마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5.18과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이걸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생각을 합니다. 그 이유밖에는 없어요.

◇ 김현정> 정치적으로 오히려 분열을 만들기 위해서, 갈라놓기 위해서 이용한 게 아닌가 생각하시는 거군요. 그러면 사실은 전두환 군부독재 하에서는 몰래몰래 불렸던 노래잖아요. 그게 김영삼 정부에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불러라, 이렇게 허용이 된 거고.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제창이 금지된 건데. 그 9년의 시기. 제창이 금지됐던 시기를 그러면 어떻게 비교하세요?

◆ 김종률> 이게 1997년도에 아마 김영삼 대통령 시절 공식 제창이 되기 시작해서 쭉 김대중 대통령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이어져 왔거든요. 아무 문제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돼 왔는데 이명박 정권 2년차부터 갑자기 이 노래를 제창에서 합창으로 불리게 하고.

◇ 김현정> 제창이 금지됐죠.

◆ 김종률> 또 심지어는 이 노래를 못 부르게 하면서 방아타령으로 교체한다라든지 또는 새로운 기념곡을 만든다든지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2000년대, 21세기에 갑자기 이걸 금지하는 걸 들으면서 저희들은 기가 막혔고 이해할 수 없었죠.

◇ 김현정> 어떻게 보면 군부독재 때보다 민주화 이후에 금지된 게 더 기가 막힌... 그럴 수 있겠네요.

◆ 김종률> 네, 민주화 시대에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 김현정> 그럴 수 있겠네요. 지금 그러셨어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는 다들 아실 텐데요”라고 하셨는데 혹시라도 모르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82년도에 이거 만드실 때, 그러니까 제가 알기로는 김종률 사무처장, 그러니까 김종률 작곡가님은 원래 대학가요제 출신이시잖아요. 대중가요 만들던 분.

◆ 김종률> 맞습니다.

◇ 김현정> 어떻게 하다 민중가요 만들게 되셨어요?

◆ 김종률> 제가 아마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없었더라면 아마 저는 싱어송라이터로서 아마 다른 삶을 살았을 겁니다.

◇ 김현정> 싱어송라이터로서 통기타 치면서 그러셨을 분인데.

◆ 김종률> 그렇습니다. 좋은 노래들 많이 만들 거라고 자신하고 있었는데요. 그 5.18이 제 모든 삶을 바꿔놓았고 제 지난 삶을 다 규정했었습니다. 그렇지만 음악을 좋아하고 예술을 좋아하고 문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된 일을 계속 하고는 있습니다마는 한편으로는 또 많이 아쉽기도 하죠.

◇ 김현정> 그래요. 임을 위한 행진곡, 뭐 수도 없이 불려져온 노래인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저는, 제 느낌에는 이제 9년의 암흑기를 거쳐서 올해 처음 부르게 된다면, 다시 제창하게 된다면 저는 그 순간이 김종률 사무처장한테는 아주 잊지 못할 순간이 되실 것 같은데요?

◆ 김종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제가 잊지 못할 두 가지 기억이 있는데요. 첫째는 82년도에 4월에 1박 2일의 짧은 제작을 마치고 이 노래 제작을 마치고 카세트 레코드에서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그때 제작했던 분들과 느꼈던 신선한 충격, 참 잘 만들어졌구나, 표현됐구나 하는 충격이 있었고요.

◇ 김현정> 카세트 테이프에서 흘러나올 때.

◆ 김종률> 처음으로 녹음해서 들었을 때요. 참 잘 만들어졌다, 잘 표현됐다는 그 기쁨이 있었고. 두 번째는 97년도에 처음으로 공식 기념식에서 제창되었을 때 정말 가슴 떨리는 감격이 있었습니다. 이제 이번이 세 번째가 될 것 같은데, 대통령과 같이 이번에 부를 수 있다면 제창할 수 있다면 아마 세 번째 잊지 못할 감동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대통령의 공약이 지켜진다면 이번에 돌아오는 5.18 기념식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제창할 수 있을 거다 믿으면서 사무처장님 모습 찾아보겠습니다, 화면에서.

◆ 김종률> 네,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종률> 감사합니다.

◇ 김현정> 9년 만에 제창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작곡가 광주문화재단 김종률 사무처장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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