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뒤끝작렬] 인적청산 vs 편가르기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입력 2017.05.12.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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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편내편 나누는 편가르기 인사 순환고리 과감히 끊어야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청와대 제공)
#장면1. 박근혜 정권 초기 청와대 역시 인적청산의 광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정권'교체'가 아닌 정권'재창출'이었지만, 새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이명박정권 인사들을 내보내는 일이었다.

정권이 바뀌면 수석비서관이나 비서관, 선임행정관 등 고위급을 교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말단 행정관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신분인 청와대 인턴까지 인적청산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실례로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머무는 춘추관의 경우 말단 행정관까지 교체하다보니 가장 기본적인 취재시스템조차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전정권에서부터 근무했던 한 인턴의 경험에 크게 의존했다.

하지만 곧 인턴까지 교체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춘추관장이 나서 '해당 인턴을 조금 더 근무시키자'고 청와대 최고위급 인사에게 읍소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면2.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공천을 주도한 19대 총선에서 정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공천을 받고 선거에서도 승리해 금배지를 달았다.

정치판에서 바닥부터 다져온 이들과 달리 고위관료 출신 국회의원들은 정치력은 좀 부족하지만, 정책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기대다.

하지만, 정치력은 물론이고 내놓는 정책마저 시원찮은 이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런 인사가 최고위급 공직 자리까지 올라갔지?'라는 의문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같은 의문은 이들과 같이 근무한 경험이 있는 관료들을 만난 뒤 쉽게 풀렸다.

관료들의 설명에 따르면 정권이 바뀔때 마다 출신지역에 따라 물갈이가 되다보니 전 정권에서 잘나가던 공직자들이 정권교체 이후 승진누락 등으로 자연스럽게 옷을 벗게 된다는 것.

우리 지역이 아닌 타 지역 인사를 주요 보직에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록 엘리트는 아니지만, 그저그런 공직자라도 자리를 보전하고 있는 내 사람을 쓴다는 설명이다.

#장면3. 모 정당의 당직자 출신 중견 정치인이 과거 모 부처 차관으로 임명돼 고위급 인사를 실시할 때의 일화다.

당시 3배수 정도의 승진 대상자 가운데 경력으로보나 실력으로보나 단연 돋보이는 공직자가 있어 낙점하려 하자 주위에서 극구 반대했다.

이유는 단 하나 영남 정권에서 이 공직자의 고향이 '호남'이기 때문이었다. 고심을 거듭하던 이 정치인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그를 승진시켰다.

그런데 승진 발표 이후 이 공직자가 자신의 부인까지 대동하고 이 정치인을 찾아왔다. 부부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이 정치인 앞에 넙죽 엎드려 꺼이꺼이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호남 출신으로 당연히 승진이 안될거라 자포자기하고 앞으로 뭘 해서 먹고살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승진 소식을 듣고 너무나 감개무량해 그냥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었다.

사연을 전해듣고 이 정치인도 이들 부부를 얼싸안고 함께 목놓아 울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인적청산의 딜레마

9년 만에 이뤄진 정권교체. 사상초유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현직 대통령 파면, 그리고 이어진 장미대선의 결과다.

갑작스럽게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문재인 대통령은 2달여 정도의 인수위 기간도 거치지 않고 바로 대통령에 취임해 업무에 돌입했다.

이에따라 문재인정권의 발등에 떨어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민 통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을 잘 선별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다.

현재 국무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 국정원장, 그리고 일부 수석비서관의 인사가 단행됐다. 향후 청와대 참모와 각 부처의 장·차관, 그리고 산하기관장 등 줄줄이 인사가 예고돼 있다.

선거기간 문재인 캠프에 매머드급 인력풀이 구성된 만큼 유능한 인재를 찾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선거를 도운 수많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챙기다 보면 앞서 박근혜정권이 했던 것처럼 필요하지 않은 인사까지 단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앞선 정권과 마찬가지로 출신지역에 따라 내편니편을 나누다 보면 결국 공직사회를 출신에 따라 편가르게 되고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던 문 대통령의 취임일성도 지키기 힘들게 된다.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모두가 적"이라는 논리는 박근혜 정권의 가장 큰 패착 가운데 하나고 그 결과가 반복된 인사참사와 문화계 블랙리스트다.

(사진=자료사진)
그런 점에서 일단 문 대통령의 초반 인사는 합격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비문계인 이낙연 전남지사를 정권 2인자인 국무총리에 앉히고 대통령의 청와대 비서실장 역시 박원순계로 분류되는 임종석 전 정무부시장을 임명했다.

또,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3철'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이호철 전 민정수석이 대선 승리 후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며 자리에 연연하지 않고 홀연히 출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좀 더 지켜봐야하겠지만, 향후 인사에서 당 대표시절 문 대통령에 반발해 분당해 나갔던 국민의당 인사들, 심지어 여당이자 한때 친박계였던 바른정당 인사들까지 기용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어공(어쩌다 공무원) 뿐만 아니라 늘공(늘 공무원) 가운데서도 박근혜정권 시절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홍남기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장관급인 국무조정실장에 발탁한 것은 파격 그 자체다.

과거 정권에서 고위급인 비서관은 고사하고 행정관으로 근무한 경력만으로도 무조건 인사에서 배제했던 점을 감안하면 홍 차관의 발탁이 공직사회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할 것으로 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법에 명시된 대통령의 의무를 지키지 않아 파면된 만큼 전정권에서 호가호위했던 인사에 대한 인적청산은 시대적 요구라 할 수 있다.

반면, 인적청산을 명목으로 과도하게 출신지역과 경력을 문제삼아 배제하는 것 역시 박근혜 정권의 적폐를 고스란히 반복하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CBS노컷뉴스 임진수 기자] jslim@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