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개정않고.. 정부, 근로시간 단축 추진하나
- "시행땐 산업계 혼란 우려"
폐기즉시 근로시간 단축 효력에 52시간 초과땐 사업주 형사처벌
휴일 임금 중복 할증으로 인한 기업 부담 커져 줄소송 가능성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 10일 '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하라는 '제1호' 업무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81만개 일자리 창출을 위해 현재 실무 작업반 구성 등 절차가 진행 중이다. 81만개 일자리는 소방관 등 공무원 17만4000개, 공공기관 34만개, 그리고 근로시간 단축 등을 통한 30만개 일자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근로시간 단축 방안과 관련, 문 대통령은 선거 기간 중 여러 방송 토론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정부의 행정 해석을 폐기하면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다면, '휴일 근로는 근로 시간에 포함하지 않는다'는 고용노동부 행정 해석을 폐기해 최대 68시간인 현행 주당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단축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행정 해석을 폐기하면 산업 현장의 혼란과 노사 갈등이 커질 수 있다"는 등 이유로 "법 개정을 통한 근로시간 단축이 최선"이라고 말한다.
◇"행정해석 폐기로 근로시간 단축" 공언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 상정돼 있다. 하지만 시행 시기와 임금 할증에 대한 여야 이견으로 상임위원회(환경노동위) 통과가 지연되고 있다.
대선 전 야당이던 민주당은 근로시간 즉시 단축과 휴일 근로 시 임금 할증률을 100%로 하자는 입장이었던 반면, 여당이던 자유한국당 등은 기업 규모에 따른 순차 시행과 할증률 50% 적용 등 입장 차이를 보였다.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법 개정이 어렵다면 주 68시간 노동을 허용한 현행 행정 해석을 폐기해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여야 이견을 고려한 것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1주일 소정 근로시간(법정 근로시간)은 40시간이며, 최대 12시간 연장 근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60년 넘게 '1주일'에 휴일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행정 해석을 유지하고 있다. 근로시간 산정에 휴일을 제외하고, 원래 휴무일인 토·일요일에 각각 최대 8시간씩 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행정 해석에 따르면, 주당 최대 근로시간이 68시간(법정 40+연장 12+휴일 16)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근로시간 즉시 단축, 산업계 혼란"
문제는 이 같은 행정 해석을 폐기할 경우 휴일 근로 임금 할증률과 관련해 법원 판결을 앞둔 50여 건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휴일 할증률과 관련해 대법원에 계류 중인 소송만 14건이며, 이 중 일부는 전원합의체로 넘어간 상황이다. 근로기준법은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해선 통상 임금의 50%를 할증 지급한다'고 규정한다. 소송을 제기한 근로자는 휴일 근로는 동시에 연장 근로에 해당하는 만큼 100%(연장 50%+휴일 50%) 할증률을 적용하라고 요구한다. 이른바 '중복 할증' 요구다.
휴일 중복 할증이 적용되면, 그동안 휴일 할증률 50%를 적용받던 근로자가 '못 받은 임금을 받겠다'며 집단 소송을 내면 노사 갈등이 심화될 소지도 없지 않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중복 할증이 인정될 경우, 기업 부담액이 12조3000억원에 달하고 이 중 300인 미만 중소기업 부담은 8조6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 때문에 정부가 섣불리 행정 해석을 폐기할 경우, 기업 측이 '행정 해석을 따랐다가 임금을 추가 지급하게 됐다'는 이유로 정부를 상대로 줄소송을 내는 상황도 예상된다.
더 큰 문제는 행정 해석을 폐기하면 그 즉시 '근로시간 즉시 단축'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근로시간 단축이 시행되는 즉시 주 52시간 넘게 근로시키는 사업장의 대표는 모두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된다"면서 "여야가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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