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대통령, 할 말 있어요"..'말문' 터진 광화문광장

이진주 기자 입력 2017. 5. 11.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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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시민들 ‘청원의 장’으로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튿날인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한국여성노동자회,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위 사진부터)이 잇따라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각종 현안 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김영민·김창길 기자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틀째인 11일 청와대 인근의 광화문광장,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는 아르바이트생,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등의 기자회견이 잇따라 열렸다. ‘광화문 대통령’을 내건 문재인 정부에서 광화문광장 일대가 문 대통령을 향한 시민들의 ‘청원의 장’이 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알바노조와 노동당이 기자회견을 열고 “2018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해달라”고 문 대통령에게 요구했다. 이들은 “영국은 지난해 최저임금을 약 1만1000원으로 올렸고 일본과 미국 각 주도 1만원대로 올렸다. 최저임금 1만원은 세계적 추세”라고 주장했다. 이가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알바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은 사실상 ‘최고임금’”이라며 “최저임금은 많은 노동자들에게 삶의 문제이므로 1만원이 하루빨리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11시30분 광화문광장에는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이 기자회견을 갖고 문 대통령에게 비정규직 교수와 시간강사들에 대한 복지 대책을 요구했다. 이들은 “한국사회의 대표적 교육적폐 중 하나인 대학 시간강사 제도는 1962년에 박정희 군부정권이 교수·연구자를 통제하기 위해 도입했다”며 “고용불안과 저임금을 강요하는 시간강사 제도로 인해 지난 55년간 학교 비정규교원 문제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고 밝혔다. 임순광 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은 “10만명의 비정규직 교수들이 빈곤으로부터의 자유, 차별없는 정의 그리고 공정한 대우를 받을 수 있게 대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오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전국여성노동조합·한국여성노동자회 등 23개 여성노동단체로 구성된 ‘무급타파행동단’이 ‘여성 비정규직 임금차별 타파의 날 선포식’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성별 임금 격차 해소를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성별 임금 격차 1위를 15년째 한 번도 빼앗기지 않고 있다”며 “여성 노동자 중 53.8%가 비정규직이고, 이들은 월평균 123만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문 대통령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했으니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삶을 바꿔달라”고 호소했다.

청소노동자 김희숙씨는 “저는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하고, 한겨울에도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도 시급 7000원으로 한달에 140만원 정도 받는다”며 “저희는 종종 시급 1만원 받으면 무엇을 할 것인가 얘기하는데, 나이가 있다 보니 일주일간 물리치료 받고 싶은 소소한 소망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시간 광화문광장에서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가습기 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생활화학제품에 유해물질을 적극 차단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지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며 “관련 법·제도 제정과 가습기 살균제 피해에 대한 국가의 책임 인정과 사과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또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단순한 살균제 중독 사고가 아닌 ‘국가 재난’이다”라며 “진상을 조사하고 피해자 대책 마련과 가해기업·책임자 처벌과 함께 제2의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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