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급격한 단축땐 中企 문닫는다..단계적 시행을"
"숙련 노동자 부족한 中企, 인력부족 되레 심해질 것..특별연장근로 허용 필요"
◆ 문재인 시대 / 현장, 새 정부에 바란다 ①◆
자동차·조선 등 대기업에 주물 제품을 납품하는 경남 창원에 있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근로시간 단축이 재앙이 될지 모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제조 중소기업 하위 5%는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기업 협력업체의 경쟁력은 원도급업체의 주문 변동에 따라 빠르게 납품기일을 맞출 수 있느냐에 달렸는데 이게 어려워진다는 얘기다.
그는 "국내 납품업체가 해외업체에 비해 강한 점이 근로시간을 탄력적으로 하는 것인데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대외경쟁력도 떨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중소기업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근로시간을 주당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것이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한다. 업계는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정책 공약을 조율하는 자리에서 수차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입장을 대선 캠프에 전달했다. 하지만 이 문제에선 타협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문 대통령의 입장이 확고했다고 한다.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중기 정책을 공약화하는 데 대선 캠프들에 협조했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한 문제의 조율이 미흡했다"며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을 일정상 너무 빠르게 도입하려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자는 취지에는 동의한다. 다만 소상공인부터 중소기업·대기업까지 일원화해서 단기간에 도입하면 그 폐해가 영세한 업체에 더 크게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중기중앙회 한 관계자는 "선진국은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10% 줄이는 데 평균 10년이 걸렸다"며 "우리는 30%(16시간)를 급격히 줄이겠다는 것인데 제조업 현장에서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별로 금형·주물·고무·섬유 등 52시간 초과 휴일근로 비중이 높은 중소 제조업체의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2시간 초과 근로 비중이 큰 업종은 1차 금속제조업(32.8%)과 고무제품 제조업(21.9%), 섬유제품 제조업(21.2%) 등이다. 단순화하면 이들 중소업체는 근로시간이 30% 줄면 근로자 임금을 30% 줄이고, 대신 인력을 30% 확충해야 한다.
문제는 '근로시간 단축=고용'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금형업체 대표는 "금형과 같은 정밀 가공은 7~8년 이상 된 숙련노동자의 손끝에서 생산성이 결정되는데, 지금도 젊은층이 중소업체 취업을 꺼려 채용이 힘들다"며 "근로시간이 줄어들면 임금도 줄어드는데 중소기업의 인력 부족 현상은 더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기업 역시 귀족노조의 교섭력이 더 강화돼 그 부담이 협력 중소기업에 전가될 것으로 예상하며 촉각을 곤두세운 상태다. 대기업 A사 관계자는 "고용 여력이 없는 중소 협력업체에 근로시간 단축은 직격탄이 될 것"이라며 "인건비 부담이 결국 납품가격에 전가돼 대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이 고용 확대와 가계소득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현장을 모르는 '장밋빛 탁상 공약'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으로선 가뜩이나 인력난과 대기업과의 임금격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오히려 일자리 창출 의지를 더 꺾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정광춘 잉크테크 대표는 "우리 회사는 기술 숙련도가 중요한데 근로시간을 줄이는 게 간단하지 않다"며 "근로시간을 줄이고 그만큼 신규 고용을 해야 할 텐데 사무실이나 공장 공간도 늘려야 해 단기간에 실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합당한 보상과 동시에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윈윈 접근법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 업계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난 4년간 정부가 일자리 창출 예산을 52조3000억원이나 쏟아부었지만 청년 실업률은 여전히 10%를 웃돌며 최악인 상황을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서찬동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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