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수능이 공정한데 비중 줄이겠다니.."
학생 "수능 변별력 높여야"..정시 비중 확대 70% 찬성, 수능 줄이면 사교육만 '쑥'
■ 새정부 공약·수험생 설문 엇박자
이 중 수능 절대평가와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 기준 폐지 등은 수능의 영향력을 축소하는 정책들로 가장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하는 방안도 추진할 의지를 내비쳤다. 교육부는 앞서 현재 중3들이 고3 때 치를 2021학년도 수능 개편안을 오는 7월까지 확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문 대통령의 공약도 2021학년도 수능 시험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수능 절대평가화 등은 학생들이 과도한 학업 스트레스와 경쟁에 내몰리며 사교육에 시달리는 문제점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찬성 의견도 많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선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별력을 상실해 대학별 고사가 도입될 수 있고, 이로 인해 공정성 시비가 일거나 되레 사교육 의존이 심해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혜정 교육과혁신 연구소장은 "수능이 변별력을 상실하게 되고, 대학들은 학교별로 차이가 나는 내신은 신뢰하기 힘들 것"이라며 "결국 대학별 본고사가 도입되거나 면접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수험생들의 반대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평가로 학업 부담이 줄면 학생들이 반길 것이라는 예상과 다른 결과다. 유웨이중앙교육이 수험생 486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69.8%가 정시 강화에 찬성했다. 수능 비중 축소에 72.7%가 반대 입장을 밝혔고 수시 비중 현행 유지에도 70.5%가 반대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은 학생부에 비해 수능이 더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수능 절대평가 전환도 수능 비중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지난해 이화여대 정유라 사태를 계기로 입시의 공정성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진 데다 과도하게 복잡·다양한 대입 전형 때문에 '단순하고 공정한' 평가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대입 전형을 학생부교과·학생부종합·수능 3가지로 단순화하고 논술과 특기자 전형을 폐지하는 공약도 논란거리다.
사교육을 억제하고 공교육을 정상화하려는 의지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학생부 성적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논술로 중상위권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을 차단하는 등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공교육 정상화와 내신 강화를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혜정 소장은 "수능보다 사교육 유발 요인이 더 큰 것이 내신인데, 수능에 비해 더 수준 낮고 지엽적인 암기 문제들을 풀며 3년간 친구들과 숨 막히는 경쟁을 시키는 결과만 가져오는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외고·국제고·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놓고도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들 학교 대다수가 당초 설립 취지와 달리 명문대 입시 준비 학교로 변질돼 운영되는 측면이 있고, 이들 학교 입시를 위해 학생들이 중학교 때부터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것이다. 좋은교사운동이 최근 전국 교사 105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초·중·고 교육 정상화를 위해 우선적으로 실행해야 할 과제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특목고·자사고 폐지' 응답이 42.3%를 차지해 세 번째로 시급한 과제로 꼽히기도 했다.
교육계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와 교육제도가 변화했지만 우리 교육의 근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며 "변화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말고, 사회경제 전반적인 관점에서 장기 과제로 삼아 신중하고 치밀하게 접근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 이라고 조언했다.
[이호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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