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전남대학교병원이 80대 초고령 뇌사자의 간을 40대의 간경변증 말기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11일 전남대병원에 따르면 최수진나 이식혈관외과 교수팀은 지난달 7일 82세 뇌사자의 간을 B형 간염에 의한 말기 간경변증(간경화) 판정을 받은 남성 환자 정모씨(41)에게 극적으로 이식했다.
간 기증 뇌사자의 연령이 82세의 초고령인 경우는 전국에서 수도권지역(83세)에 이어 두 번째이며, 호남·충청지역에선 처음이다.
초고령 뇌사자의 간이식을 기피하는 의료현실 속에서 이번 수술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전남대병원은 설명했다.
간이식 수술 후 정씨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순조롭게 회복돼 건강한 상태로 한 달여만인 지난 10일 퇴원했다.
간경화 합병증으로 급격히 악화돼 간이식 외엔 다른 치료법이 없었던 정씨에게 이번 수술은 큰 행운이었다.
정씨의 형과 누나가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고 나섰지만 안타깝게도 둘 다 기증할 수 없는 상태였다.
급성 신부전 증세까지 보여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자 더 이상 시간적 여유가 없어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 명단에 등록했다.
뇌사기증자를 기다리는 동안 지인을 통해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하지만 비혈연간 생체이식은 법적 절차에 따라 간 이식을 승인받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대기등록 후 5일 만에 혈액형이 적합한 뇌사자가 목포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으나 이번엔 나이가 82세에 달해 희망을 갖기엔 어려웠다.
다행이 예상 밖으로 간 상태가 좋아 극적으로 간이식 수술은 진행됐고 결국 정씨는 새 삶을 얻었다.
수술 후 정씨는 "새 생명의 기회를 주신 기증자와 가족들,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앞으로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건강하게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최수진나 교수는 "앞으로 말기 간질환이나 급성 간기능부전 환자들에게 새 삶을 제공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nofatej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