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스트롱맨들'과 조율.. 막 오른 문재인정부 과제는

김청중 입력 2017. 5. 10. 19:20 수정 2017. 5. 1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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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문재인정부] ② 한반도 격랑의 파고 넘어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핵·미사일 위협이 동북아시아에 풍파를 일으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신형대국관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강한 러시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힘의 외교가 심상찮다. 이러한 격랑을 뛰어넘기 위해 새로 들어선 문재인정부에서는 과거 자주파 대 동맹파의 갈등과 같은 진영 간 대립을 극복하고 국익 중심, 현실 중심의 외교안보노선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의 입을 통해 해법과 방향을 들었다.

◆ 한·미관계… “美와 대북정책 마찰 땐 ‘코리아 패싱’ 우려… 공감대 형성 중요”

“(중국의 사드 보복을 중단하라는) 미국의 언급은 있었지만 그게 진심인지는 모르겠다.”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대통령 선거전이 한창이던 지난달 방한해 문재인 캠프 측과의 비공개 면담 자리에서 한 말이다. 한·미관계의 상호 신뢰를 얕보는 뉘앙스가 묻어난다.

한반도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 시대가 열렸다. 문재인정부가 대외관계 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게 풀어야 할 숙제는 한·미관계다. 트럼프라는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북핵·북한 문제, 한·미동맹,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시작전권 조기 환수 문제 등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특히 대북 정책은 한·미 간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전향적인 대북 정책을 예고하고 있어 북한에 대해 최대 압박과 관여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와는 다른 결을 보이고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10일 “문재인정부가 기본방침이 이미 정해진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바꾸려고 하는 순간 북핵·북한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가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현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며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대화 추진 문제 등과 미국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조화시킬지 미국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드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파트너십 관계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되고 있다. 이 문제를 잘못 다루면 노무현정부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와 같은 불편한 관계에 빠질 수도 있다.

남궁영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중·대일·남북관계 모두에 영향을 미칠 한·미동맹 신뢰성 확보가 제일 중요하다”며 “트럼프 대통령과 지도자 간 개인적 신뢰성, 진실성부터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양교육대학(국제정치학) 교수도 “한국의 입지가 더 좁아지고, 아베 총리나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주입시킨 것이 효과가 나기 전에 빠르게 정상회담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한·중관계… “사드·北核 한 테이블에 놓고 타협점 찾아야”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집과 캠프 관계자 등을 통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중관계를 유지하고 발전하는 것이 기본적인 외교전략”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미·중을 모두 중시하는 듯하면서도 중국을 적잖이 배려했다. 선거가 한창이던 지난 3월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면담 요청을 “외교에는 내용도 있지만 형식도 있다”고 거절했다. 그에 반해 지난달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방한했을 때는 문 후보가 비공개로 우연히 잠깐 들르는 방식으로 직접 만나는 방안을 캠프 내에서 한때 고민했다고 한다. 성사되진 않았지만 문 대통령 측이 한·중관계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도 현재 한·중 간 최대 현안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비판적인 문 대통령에게 우호적이다. 문 대통령과 측근들의 사드 배치 보류나 국회 심의 발언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10일 “한·중 간 해결이 어려우면 한·미·중 3자 간 협의체를 하든 새로운 접근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드와 북핵을 같은 테이블 안에 놓고 접근하거나 서로 입장이 난처한 상황임을 분명히 하고 어느 정도 타협점을 찾는 쪽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의 대중 특사 파견, 오는 8월 한·중 수교 25주년 등 사드 문제로 악화한 양국 관계를 호전시킬 계기가 있다는 점과 올가을 중국의 권력 향배가 결정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대외 정책도 다소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한·미관계가 우리 외교안보 정책의 근본이라는 점과 한·중관계가 결국 미·중관계의 하위 관계라는 점은 여전히 양국 관계 개선의 일정한 한계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중 전략적 경쟁구도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동맹과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같이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참여 △한국형 MD(KAMD)체제의 자주적 구축 △한·미·일 안보협력체제의 구축 △전시작전통제권의 조기 환수에 대한 새정부의 방향에 따라 향후 한·중관계의 흐름이 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한·러 관계… “유라시아 윈윈 공간… 개발사업 적극 참여를”

한·러관계는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한반도 주변 4강(미·중·러·일)과의 관계 중 가장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대사를 면담한 정의용 외교자문단 단장을 통해 “한·러 양국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북극 항로의 공동 개척과 시베리아 에너지 개발 사업을 추진하기를 원하며, 러시아와 남북한 3자 간 경제협력방안도 다양하게 모색하게 되기를 희망한다”며 상당히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

사실 주변 4강과의 관계 중 한·러관계는 러시아의 국제적 위상에 비해 저평가됐던 게 사실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G2이나 글로벌 정치·군사 문제에서만큼은 여전히 미·러가 G2인 상황이다. 이런 측면에서 다른 4강에 비해 소원한 양국 관계는 우리 외교안보 공간 확보 차원에서도 부담이었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2차례 발표한 대북 독자 제재 조치에 따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나진·하산 프로젝트가 물거품이 되면서 양국관계는 더욱 소원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우리의 정치외교, 경제적 공간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새정부가 대러 관계 개선과 러시아 극동 개발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완석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통일문제와 출구를 찾아야 하는 한국 경제의 관점에서 보면 유라시아는 서로가 윈윈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며 “무엇보다 러시아가 미·중 사이에서 딜레마에 직면한 한국 외교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새정부는 한·러관계를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 한·일관계… “위안부 문제 걸림돌 안 되게 지혜 발휘 필요”

문재인 대통령 시대에 가장 큰 풍파가 예상되는 대외 관계는 역시 한·일관계다.

당장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12·28 한·일 일본군위안부 문제 합의 재협상을 주장했으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일본은 재협상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합의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 한·일 양국은 상대국에 대한 풀뿌리 정서가 크게 악화한 상태다. 일본 매체는 그동안 우리 대통령 선거를 전하면서 반문(反文) 성격의 보도를 쏟아내 일본 국민의 반한 감정이 심화됐고, 아베 총리의 한국 경시(輕視)로 우리 국민의 반일 정서도 더욱 강화됐다. 12·28 합의 문제와 주한 일본공관(대사관 및 부산주재 총영사관) 앞의 소녀상 문제는 당분간 양국 최대 현안이 될 전망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어일본학과 교수는 10일 “문 대통령도 한·일 간에 신뢰를 구축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며 “위안부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되 이 문제가 한·일관계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는 한·일 문제가 아닌 국내 문제가 된 측면도 있다”면서 “대통령이 시민사회를 설득할 수 있는 정치적 리더십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제2의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준비하는 자세로 양국 관계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1998년 발표된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통해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총리는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따른 한국인의 고통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과한다고 밝히고, 이를 수용한 김대중 대통령은 화해와 우호의 길을 함께 걷기로 해 21세기 양국 관계의 지평을 열었다.

김예진·김민서·박수찬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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