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경남고 동문들, 4년 전과 달랐던 분위기..왜?

조아현 기자 2017. 5. 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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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엔 박근혜 지지 많고 '동문 홀대' 이미지도
탄핵 거치며 젊은 동문 주축 지지포럼 규모 늘어
문재인 대통령의 모교인 부산 서구 경남고등학교 정문에 10일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2017.5.10/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ㆍ경남=뉴스1) 조아현 기자 = 부산 경남고가 대통령을 두명이나 배출하면서 유례없는 경사를 맞았다.

경남고 동문들은 14대 김영삼 대통령(3회 졸업)에 이어 제19대 대통령으로 문재인 동문(25회,1968년 입학~1971년 졸업)이 당선되자 기쁨과 놀라움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동문들은 이번 선거운동 기간동안 문재인 지지포럼에 대거 참여하거나 캠프에서 활약하면서 당선 추진력을 보태기도 했다.

하지만 4년 전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동문이 유력한 대선후보로 출마했지만 나서서 지원하거나 응원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경남고 동문회 내부에서 4년 전과 지금의 분위기에 변화가 일어난 배경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렸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경남고 출신 현직 국회의원 8명이 전원 보수정당 소속이었기 때문에 당시 동문이었던 문재인 후보 보다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남중 출신인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이 당시 새누리당 대표직을 맡으면서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던 상황도 배제할 수 없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노무현 정부 시절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 요직을 두루 거치는 동안 동문을 '소홀히 했을 정도'로 거리를 두게 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공직에 재직 중인 동문들은 동창회에 가급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 경우도 많지만 문 대통령은 당시 그런 경향이 '심했다'는 것이다. 섭섭한 감정을 드러내는 동문들도 더러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동문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철저하게 관리를 안했다면 과연 대통령 후보가 됐겠느냐"는 반응도 나온다.

당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분위기가 다소 미미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 의원이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부터 변화는 조금씩 감지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탄핵정국을 겪으면서 젊은 동문들을 주축으로 지지포럼에 참여하는 규모가 늘어나 상황은 전환을 맞이했다.

이병찬 총동문회장(23회)은 "4년 전에는 보수 성향의 동문들이 상당히 많아 박 전 대통령을 응원하는 분위기였다"며 "이번에는 동문들이 지지포럼과 캠프에서 적극 노력했었다"고 설명했다.

또 "문재인 동문은 예전 참여정부 시절 민성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지내면서 청탁은 일절 받아주려고 하지 않아 당시 섭섭하게 생각한 동문들도 없지 않다"며 "그렇게 처세를 했기 때문에 지금 훌륭한 대통령 후보로 당선까지 된 것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통합의 대통령, 모든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훌륭한 대통령이 되길 바란다"며 "서번트 리더십을 보여주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대통령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9일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적폐청산'을 외쳐온 문 후보는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표심을 얻어 대권의 꿈을 이루었다. 사진은 문 후보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문재인캠프 제공) 2017.5.9/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문 대통령은 학창시절 눈에 크게 띄지 않으면서도 친화력이 상당했던 친구로 동문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송정규 경남고 25회 동기회장은 "조용하면서도 상당히 친화력이 좋았던 친구"라며 "학창시절 다리가 불편했던 친구의 가방을 들어준다던지 소풍을 갔을 때 업어준 일화를 기억하는 동기들이 많은데 그만큼 약자에 대한 배려심과 정의감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그때는 축구나 야구를 할때 모두 투수나 4번 타자 같은 눈에 띄는 자리를 원했는데 재인이는 축구에서도 수비수를 주로 했다"며 "골을 넣는 위치가 아니라 자진해서 보이지 않게 팀에 기여하려고 하는 독특한 성격이었다"고 떠올렸다.

송 회장은 "누구와 언쟁을 하거나 싸우는 것을 본 적 없을 정도로 원만했고 화합과 팀워크를 중시했다"며 "남의 말을 잘 들어주고 따뜻한 분위기의 소유자였는데 지금 보면 비범함을 평범함으로 감추고 있었지 않았나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는 안보와 경제, 국민화합, 소통에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도 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초심을 잃지 말고 역사에 길이 남는 훌륭한 대통령으로 남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기대감을 보냈다.

김수룡 동문(25회)은 "고등학교 때 유신정권을 반대하는 대모가 굉장히 많았었다"며 "평소에 조용하고 눈에 그렇게 띄지 않았었는데 높은 곳에 올라가 학생들에게 큰 목소리로 나가자고 외치는 모습이 멀리서 봤지만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다들 학교 벌칙이 두려워 나서는 사람이 없었던 그때 행동으로 옮겼던 모습이 먼 발치에서 바라보던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이기도 했다"며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지 묻지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 바란다는 케네디 대통령 명연설이 있듯이 당장 대통령에게 요구하기 보다 새정부를 맞이한 국민들도 본연의 자세에서 생각해보는 계기도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choah4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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