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 요인들을 살펴보니

장슬기 기자 2017. 5. 10.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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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촛불대선과 국정농단 영향…보수진영 인물난과 분열도 원인, 과반득표 실패는 과제로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19대 대통령선거의 키워드는 문재인이다. 선거구도는 ‘문재인 대 반문재인’이었다. ‘반문’자리가 수시로 교체되면서 문재인의 대통령 당선은 예견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박근혜 지지율이 추락하는 분위기에서 리얼미터 기준으로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나오기 전인 지난해 10월 3주차 주중집계부터 더불어민주당 지지율(29.1%)은 당시 새누리당 지지율(28.9%)을 앞서기 시작했다.

보수진영이 몰락한 상황에서 유권자들은 제1야당으로 결집했다. 조기대선을 예상하진 못했지만 정권교체를 예상한 이들은 많았다. 지난해 말 잠깐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문재인 후보가 1위를 유지하면서 차기 유력 대권주자의 입지를 다졌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 당선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 9일 오후 8시30분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이 꾸려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폭군 vs 착한 대통령

2012년 대선은 박정희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리전 성격이 강했다. 보수·진보 진영이 단단하게 결집했다. 하지만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된 박근혜가 국민이 납득할만한 선을 넘었다. 박정희 신화마저 일부 무너졌다. 최순실이 박근혜의 연설문을 고쳤다는 소식이 퍼지자 연설문을 직접 손봤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됐다.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 박근혜에 분노하는 시민들은 국민 앞에 고개 숙인 노무현 전 대통령에 열광했다.

문재인은 이 같은 점을 활용했다. 최순실과의 인연으로 임명된 청와대를 향해 “참여정부의 인사 검증 매뉴얼을 참고해야 한다”고 비판했고, 검찰을 향해서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 민정수석은 박근혜 정부의 우병우 민정수석과 비교됐다. 많은 시민들이 문재인의 답답함을 순박함 내지 진솔함의 뒷면으로 이해했다.

▲ 참여정부 시절 문재인(왼쪽)과 노무현. 사진=문재인 선대위 제공

조선일보로 대변되는 기득권 언론은 문재인 후보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과 엮거나 과거 노무현을 공격하던 방식으로 공격했다. NLL논란부터 시작해 안보관에 대한 공격, 친문패권주의와 비문세력과의 갈등에 대한 책임, 노무현을 뛰어넘지 못하는 정치인 등 문재인만큼 지난 4년간 이들 언론의 집중 비난을 받았던 정치인은 드물다. 적과 동지를 구분해야 하는 정치세계에서 상대진영의 꾸준한 공격은 문재인을 오히려 돋보이게 했다.

보수진영의 대선후보 부재

19대 대선은 문재인의 맞상대를 찾는 과정이었다.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의 고민은 박근혜 이후 마땅한 대선 후보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번 대선은 명백하게 회고적 투표일 수밖에 없었다. 특검 수사와 헌재 변론을 통해 실상이 드러나면서 보수진영에서 누가 후보가 됐든 당선되기 어려운 구도가 됐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월30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지검에서 대기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동성애·대북관·사형제도 등 보수지지층 결집만을 목표로 했고,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자신의 지지층이 수도권 2030에 있다는 사실조차 선거 막판까지 모른채 전통 보수텃밭인 대구에 공을 들였다. 두 후보 다 당선보다는 지지층 결집도 버거워하는 모양새였다. 선거 기간 내내 두 후보의 지지를 합하더라도 문재인 후보를 위협하지 못했고, 이번 선거에선 보수후보간 단일화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충청권 대망론을 타고 주목을 받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입국 전부터 문재인 후보에게 지지율이 밀렸다. 입국 후엔 국민정서를 읽지 못하고 사라졌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연정’을 주장하며 중도·보수층 지지를 흡수하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서 우클릭이 통하지 않았고, 당내 경선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도 따라잡힐 뻔했다.

이번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문재인 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아바타입니까”, “갑철수입니까” 등을 묻는 장면이다. 유시민 작가는 이를 두고 “자해적인 네거티브”라고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는 단설유치원 논란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며 진보·보수 양쪽에 지지층을 뺏기며 스스로 주저앉았다. 결국 문재인 후보의 의미있는 경쟁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 지난 8일 서울 목동 양정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진행된 투표지분류기 시험운용에서 문재인 후보에 기표한 테스트 투표용지.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심상정의 약진

정권교체 분위기가 확실해지면서 진보정당에 소신투표하는 유권자가 많았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한편에선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선전했기 때문에 문재인 후보가 좌우로 치우치지 않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문재인 후보도 TV토론에서 심상정에게 비판받으면 “심 후보님만큼 급진적일 수는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심상정을 충분히 활용했다.

2007년 대선 당시는 이명박 후보의 압승이 확실시 됐고, 사표심리가 없었지만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3%밖에 득표하지 못했다. 후보가 민심에 공감하고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채 이념만으로 득표할 수 없다는 걸 보여준 선거다. 이번엔 심상정 후보의 개인기와 SNS를 중심으로 한 정의당의 효율적인 홍보 전략으로 진보정당의 존재감을 드러낸 측면이 크다.

▲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지지자들. 사진=문재인 선대위 제공

문재인의 철벽방어

문재인 후보는 공격보다 수비에 치중하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안정적으로 지지율을 관리한 요인이 됐다. 문재인 후보는 선거기간 동안 적극적으로 의제를 던지거나 자신이 생각하는 과제를 국민에게 설득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 모호한 답변태도나 한발 늦은 입장 발표 등으로 ‘고구마’라는 별명을 얻으면서도 이런 태도를 바꾸지 않았다.

TV토론 과정에서 일부 예상밖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철저하게 준비된 발언을 위주로 대중과 언론을 상대했다. 캠프나 당 관계자들의 막말, 문재인 선대위의 댓글 알바사건 등 악재가 터질 경우 곧바로 사과하거나 재빠르게 후보와 무관한 사안으로 선을 그어 지지율 관리에 성공했다.

과제로 남은 과반 득표 실패

문재인은 당내 경선에서부터 압도적 지지를 호소했다. 선거운동 마지막날인 8일에도 문재인은 “과반이 넘는 압도적 정권교체로 힘차게 개혁하겠다”고 말하는 등 과반 득표를 자주 언급했다. 지난 대선 때 48%의 지지를 얻은 경험이 있고, 18대 대선에서 박근혜만큼 막강한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1700만의 촛불혁명까지 거친만큼 과반 득표를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 겨울내내 1700만개의 촛불은 적폐청산, 불평등해결, 세월호 진상규명, 이재용 구속과 박근혜 탄핵 등을 요구했다. 사진=최창호 작가

하지만 문재인은 과반에 크게 못미치는 40% 수준 득표율에 그쳤다.  캠프에서는 현실적인 예상치로 45%를 언급하기도 했는데 여기에도 미치지 못했다. 

박영선 선대위원장은 JTBC 개표방송 인터뷰에서 “기대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45% 이상의 압도적인 승리를 안겨주셨다면 그 힘으로 국가 개혁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고 긍정적인 해석이 있을 수 있다”면서 “그에 못미친 만큼 더 겸허한 마음으로 국민에게 다가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남지역에서 홍준표 후보가 생각보다 많은 지지를 얻은 것이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일각에선 문재인 후보가 촛불정국과 대선을 거치는 동안 비전과 철학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과반 득표실패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당장 문재인 정부가 들어설 경우 뭘 하게 될지, 한국사회를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설명하는 과정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행정수도 이전을 통해 수도권 집중 문제와 지방분권이 왜 필요한지 등을 보여준 것처럼 문재인 후보 역시 정부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어야 했다. 이는 소모적인 네거티브를 잠재우고 정책대결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도 있다. 이런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선거기간에도 나왔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구호 역시 추상적이었다. 교수와 군인집단 등이 지지선언을 하거나 외곽조직으로 대거 캠프에 합류하며 세를 과시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알아야 할 최종공약집은 선거를 10일 앞둔 지난달 28일에서야 완성됐다. 또한 캠프에 급하게 영입된 인사들이 문제를 일으켜 사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문재인 후보는 사드배치·박근혜 구속·동성애 관련 발언 등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보수 세력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도 받았다. 촛불혁명으로 지난 대선보다 한층 높아진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또 하나의 과제로 남게 됐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http://www.realmeter.net/category/pdf/)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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