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0세 모친 "문재인은 예측 가능한 사람입니더"
"동생 혼자 논다고 등에 업고 공부
고3 때 10리 길 친구 가방 들어줘
저래서 세상 살겠나 싶을 만큼 착해
대통령 돼도 마음 안 변할 겁니더"
강 여사는 함경남도 함흥시청 농업과장을 지낸 남편 고 문용형씨와 1950년 경남 거제로 피란 온 실향민이다. 문 당선인이 7세 때 부산으로 이사한 무렵부터는 강 여사가 사실상 생계를 책임졌다. 문 당선인은 저서 『문재인의 운명』에 “어머니가 끄는 연탄 리어카를 뒤에서 밀면서 자립심을 배웠다”며 “가난 속에서도 돈을 최고로 여기지 않게 한 어머니의 가르침은 살아오는 동안 큰 도움이 됐다”고 적었다.
Q : 아들의 초심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A : “우리 아들, 지갑이 얇으면 얇은 대로, 두꺼우면 두꺼운 대로 사는 사람이라.”
Q : 어떤 아들이었나. A : “잘난 사람은 세상에 많지만…. 재인이, 참 착하거든. 말로 다 표현 못해. 저래 가지고 세상 살겠나 싶었는데. 어릴 때부터 장애인에게 관심 두고 도와주고 그랬어. 고시에 붙었어도 덜 (사회적으로) 환영받는 사람들에게 더 호의를 베풀고. 데모한 젊은 사람들, 어려운 사람들 돈 안 받고 변호해 주고 그랬거든. 하여튼 내가 ‘저렇게 착한 사람이 어디 있노’ 했지.”
Q : 아들의 학창 시절은. A : “고3 때(경남고) 버스 종점에서 학교까지 족히 10리는 될 거다. 친구가 무거운 가방을 들고 가니까 가방 들어다 준다고 거기(버스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더라고. 걔가 인정이 풍부한 거라. 지가 점찍어 놓은 애들하고만 친구하는 게 아니라 다 친구라.”
Q : 형제들에게는 어땠나. A : “하루는 내가 밖에 나갔다 오니까 동생(문재실씨)을 등에 업고 앉아서 공부하고 있는 기라. ‘와 아를 업고 앉아 공부하노’ 그랬더니 ‘혼자 있는 게 불쌍하지 않아요. 엄마는 (나갈 거면) 아를 데리고 나가든가, 혼자 있는 게 안됐잖아요’라고 하더라.”
Q : 어릴 때 어떻게 교육했나. A : “우리는 매 한 번 안 때리고 내버려 뒀거든. 대체로 순해서, 저절로 바르게 자라서 고맙지. 그런 데다 주변에 송기인(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신부님처럼 좋은 분들 만나서…. 재인이 주변에 도와주시는 분들 감사하고.”
Q : 아들이 처음 정치한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을 했나. A : “정치하면 고생이 뻔한데. (가족 중에) 아무도 하라고 했던 사람이 없었지.”
Q : 뉴스는 자주 챙겨 보나. A : “뉴스는 잘 안 봐요. 보면 마음 아파….” 강 여사는 “그렇게 착한 일을 많이 했는데. 지금쯤 되면 뭘 하든 하고자 하는 일이 술술 저절로 풀릴 줄 알았는데…. ‘이상하다’ 그렇게 생각했지…”라며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면서 “손자, 참 착한데 사람들이 공격을 해가…. 본성이 착해요. 제 아버지 닮아서는”이라고 말했다. 문 당선인의 아들 준용씨는 대통령선거 내내 공공기관 특혜 채용 논란에 휩싸여 타 정당의 공격을 받았다.
Q : 요즘 생활은 어떻나. A : “막내딸 덕분에…. 야랑 같이 대화하니까 치매 걱정 안 해도 되는 거라. 우리 식구들은 다 그렇지만 내가 모르는 것까지 챙겨 주는 그런 딸이야.”
Q : 며느리(문 당선인 부인 김정숙씨)에 대해 말해 달라. A : “우리 며느리, 착하고 시원시원한 게 우리 식구들하고는 좀 대조적이지. 재인이가 며느리랑 자주 찾아와요.”
Q : 실향민으로 왔을 때 어땠나. A : “공산군이 다리를 폭파시켜 친정은 같이 못 내려왔어. 피란 와서 명절을 맞았는데 갈 곳도 없고 고향 생각이 간절하데. 달밤에 눈물이 나더라고, 가족들 다 거기 있지, 요즘도 옛날 생각이 많이 나. 잊혀지지 않는 게 고향이라.”
Q : 문 후보가 당선되면 남북 관계가 좋아지지 않을까. A : “남북이 왕래는 못할망정 편지나 왔다 갔다 했으면 좋겠다 싶어.” 김포그니 기자 pogn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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