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가 이뤄진 경북 성주·김천 주민들은 제19대 대통령 선거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함께 지켜봤다. 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는 이날 오후 8시 성주골프장에서 약 2㎞ 떨어진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과 성주군청 맞은편 평화나비광장에서 성주 주민 70여 명이 지상파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고 밝혔다. 같은 시각 김천 평화동 김천역 광장에서도 주민 80여 명이 함께 모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봤다고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9일 오후 8시 경북 성주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에서 주민 30여 명이 제19대 대통령 선거의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사드배치철회 성주투쟁위원회 제공
이날 오후 7시30분쯤 소성리 마을회관 안에는 사드 철회의 염원을 담은 파란 리본을 가슴에 단 주민 30여 명이 숨죽인 채 TV를 지켜보고 있었다.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며 전국에서 모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소성리 평화 지킴이’들도 브라운관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비슷한 시각, 성주군청 앞 평화나비광장에서는 비가 내리는 날씨였음에도 비옷을 입고 우산을 쓴 채 주민 40여 명이 모여 대형 스크린을 통해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8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가장 높은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될 것이 유력하다는 소식이 방송을 통해 전해지자, 주민들은 일제히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잠시 후 주민 숫자가 불어 70여 명에 이르렀고, 주민들은 출구 조사 결과를 지켜보면서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는 301번째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석주 소성리 이장(62)은 “최선이 아닌 차선의 결과가 나온 것 같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더불어민주당 차원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재검토하겠다고 했으니 희망을 가져 본다. 이전 정부에서 불법으로 추진한 사드 배치는 반드시 원점에서 재검토 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규 성주투쟁위 상황실장은 “사드 배치에 대해 명확히 반대의 뜻을 갖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았으면 했는데 조금 아쉽다”면서 “사드 배치가 철회될 수 있도록 앞으로 새 정부와 정치권, 국회에 더 큰 목소리로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성주·김천 주민들은 문재인 후보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되자 전반적으로 반겼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 격차가 더 벌어져야 했다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특히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낮은 득표율을 기록할 것으로 조사되자 실망한 기색을 나타냈다.
박희주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48)은 “홍준표 후보가 예상보다 많은 지지를 받을 것으로 조사됐지만, 지난 대선에 비하면 대구·경북에서도 의식 개혁이 이뤄지고 있는 증거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재인 후보 역시 사드가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국민의 소리를 들어 재검토를 할 것이다.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결과”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