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개방형 혁신문화 조성 시급하다

2017. 5. 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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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김태형 단국대 대학원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

2016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산업혁명을 명명한 이후, 우리는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을 통해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우려와 충격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실감하고 이에 한 전략적 대응방안을 신속히 논의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2017년 다보스포럼 역시 다시금 '4차산업혁명의 본격화'를 논하며 이후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전략방안 도출에 전 세계가 온 힘을 쏟고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이 시점에 과연 우리는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4차산업혁명을 가장 먼저 주창한 다보스포럼 회장인 클라우드 슈밥도, 세계 각 분야 리더 및 전문가들조차도 앞으로의 시대를 '예측 불가능한 미래'라고 했다. 4차산업혁명은 기술의 발전과 수용을 기반으로 본격화되고 있지만, '초연결'에 기반한 복잡성과 '초지능화'에 따른 불확실성 때문에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매 산업혁명시기마다 우리의 삶과 함께 사회, 경제, 환경 전반에 불연속적 변화를 경험해왔듯이 4차산업혁명도 단순히 기술 또는 산업의 문제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특히 지능정보기술을 기반으로 정치, 교육, 사회, 문화 등 우리의 삶과 관련된 요인들을 기존보다 훨씬 더 복잡다양하게 포함하고 상호연계됨으로써, 4차산업혁명에서 기술혁신은 이제 단순한 '기술' 하나만의 혁신을 말하지 않는다. 기술혁신은 자동차, 로봇, 농업 등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을 통해 더 큰 파급효과를 이끌어내는 포괄적인 혁신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우리의 사고를 변화시키고 인간 전체의 삶의 방식을 혁신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4차산업혁명의 본격화에 따라 미래전략적 측면에서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현해 혁신을 창출하기 위한 사회 전반적인 '시스템'과 4차산업혁명에서 필요로 하는 '혁신 역량을 갖춘 인재양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시스템적 측면에서 이미 세계 경제의 핵심은 기술, 노동, 자본 등의 개별 요소 투입에서 혁신 역량으로 옮겨가고 있다. 미래의 글로벌 가치사슬과 거대한 사회, 환경 속에서 국가, 조직, 개인이 밀접하게 상호작용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기존과 같은 개별 요소 투입 및 변화보다는 이러한 요소들을 기반으로 사회 전체가 변화하게 된다. 따라서 새로운 변화 속에서 혁신 영역을 확보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조직이나 인력이 기술적 역량을 갖추고 개방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기술 발전과 융합이 속도를 더하면서 산업의 생산성은 높이고 생산·유통 비용을 낮춤으로써 이미 저비용 경쟁력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이에 의존하는 국가 및 기업은 혁신적 시스템을 가진 체제에 그 자리를 내 주게 될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회장 디터 제체(Dieter Zetsche)는 2014년 초 전자제품박람회에서 "이제 자동차는 기름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달린다."고 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자동차는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닌 연료와 운전 실력에서 벗어나 사람의 기분상태, 취향까지 고려하는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탈바꿈하는 중이다. 이처럼 앞으로 우리는 인공지능, 무인시스템, 모바일 등 다양한 지능정보기술 분야의 축적된 노하우와 혁신 역량을 가진 인력을 기반으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처럼 산업간 경계가 모호하고 글로벌 경제 속에서 태어난 새로운 경쟁자들과 상대해야 한다. 이는 국가도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에 정부는 글로벌 사회, 경제 변화에 걸맞은 제도와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 및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지 않으면서도, 이를 안정적으로 지원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도전 지향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정책적 의지 및 제도의 개선을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보통신 기반의 '초연결' 및 인공지능을 통한 '자동화', IoT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화' 등 미래지능정보사회를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 인프라와 시스템 인프라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초적인 디지털 기술 역량을 향상시키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스템을 개방·참여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리고 사회 자체를 새로운 혁신 시스템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제도를 정비하고 그 속에서 활약할 차세대 핵심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둘째,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결국 인간이다.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지능정보기술 역시 인간을 위해,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며, 혁신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우리 사회는 산업화 사회에 요구에 따라 고급기술 인력 양성에 치중해왔다. 그러나 석/박사 고급인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개인의 적성에 기반한 창의적 역량의 개발은 미진한 측면이 있다. 또한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에 따른 기술에 대한 이해도 및 평균적인 활용 수준은 높은 편이나, 지능정보사회를 심도 있게 이해하고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성 및 상상력까지 아우를 수 있는 혁신을 이끌만한 융합적 사고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변화하는 환경에서는 한 가지 지식보다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들을 융합하고 창의적으로 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한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007년 한국 방문 시 "한국 학생들은 미래에 필요하지 않은 지식과 존재하지 않을 직업을 위해 매일 15시간씩이나 낭비하고 있다"며 "한국 경제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미래 세대를 가르치는 방법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했다. 10여 년 전 그의 충고는 오늘날 우리 교육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불확실한 미래에는 어떠한 분야가 사라지고 창조될지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10년, 20년 후 4차 산업혁명시대를 거쳐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가기 위해 우리는 다음 세대에게 다양한 데이터가 쏟아지질 미래 사회에서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지고 더욱 다양한 아이디어와 경험, 역량을 통해 새로운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줘야 하고 이에 역량 기반의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줘야 한다.

'다양성'과 '융합'으로 대변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로 일컫는 융합적 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경각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훗날 더 큰 어려움으로 돌아올 수 있다. 변화의 시대를 살아감에 있어 온도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물이 끓을 때까지 가만히 있다가 죽는 '냄비 속 개구리'가 될 것인가. 혁신의 아이콘으로 세상을 바꿀 것인가.

4차산업혁명은 경제, 사회, 환경 전체의 변혁을 요구하며, 우리의 삶과 안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은 '인류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기적'이라는 찬사를 들을 만큼 짧은 시간 내 급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룬 세계 유일한 국가다. 이러한 기적을 이뤄내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변화가 필요한 고비마다 기존의 틀을 깨고 새로운 모습으로 여러번 탈바꿈해왔고,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한 성취 역량은 세계 그 어느 국가에 못지않을 만큼 강하다. 지금 눈앞에 당도해 있는 변화의 흐름 앞에서도 지난 우리의 역사는 이미 새로운 시기에 더욱 값지게 스스로를 되살릴 수 있는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난 경험과 잠재돼 있는 역량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사회 시스템 전반에 걸친 혁신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현하고 혁신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열린 문화의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은 단순히 개인이나 기업을 벗어나 산학연, 공공 모두를 포함한다. 상호작용이 심화되는 미래 사회에 신뢰와 공유의 문화를 형성함으로써 개방형 혁신과 창의적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인프라를 통해 변화에 걸맞는 문화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또한 이를 통해 사람뿐만 아니라 사회, 환경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지속가능한 가치를 내재화하고 협업적 순환경제 시스템의 구축을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혁신 허브로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스탠포드대학교 d.school에서 만났던 래리 라이퍼 교수가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한국사람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창의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저는 당신들이 충분히 창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그것은 모르거나 또는 그러한 능력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생태계적 환경을 만들지 않았을 뿐입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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