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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난 살아 있다, 단지 늙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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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멜다 “난 살아 있다, 단지 늙었을 뿐”

입력
2017.05.09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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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자 마르코스 부인, 사망설 돌자 의회 나타나

8일 필리핀 하원에 나타난 이멜다 마르코스. 현지 매체 노스바운드 캡쳐
8일 필리핀 하원에 나타난 이멜다 마르코스. 현지 매체 노스바운드 캡쳐

“난 죽지 않았다. 단지 늙었을 뿐.”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사망설이 돌던 필리핀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부인 이멜다(87)가 8일 마닐라 하원에 나타났다.

초록색 원피스 차림에 팔찌와 귀걸이를 하고 머리에는 바람을 잔뜩 넣은 모습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그는 기자들과 만나 “필리핀 국민을 위한 파라다이스를 복원하는 꿈을 갖고 있다”며 독재시절에 대한 애착을 숨기지 않았다.

마르코스는 1965년 당선된 뒤 72년 계엄령을 선포해 장기 집권에 나섰다가 86년 ‘피플 파워’(민중의 힘) 혁명으로 사퇴했다. 이후 하와이에서 망명 생활 중 89년 72세를 일기로 숨졌다.

이멜다를 포함한 그의 가족들은 마르코스 시절 부패와 인권탄압에 대한 사과 대신 ‘그 때가 필리핀의 황금기’라고 주장하며 가문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심한 낭비벽으로 '사치의 여왕'으로 불리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이멜다는 지난해 5월 총선에서 3번째 연임에 성공 ‘하원의원’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고, 그의 외아들 마르코스 주니어는 지난해 5월 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등 정계 진출을 꾀하고 있다. 특히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정계 복귀 기회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르코스의 딸 이미는 아버지의 고향인 일로코스 노르테 주에서 주지사를 역시 세 차례 연임하며 지역 정치기반을 다지고 있다. 현지 정가에서는 마르코스 주니어가 ‘개발 독재의 향수’를 자극하며 차기 부통령 선거에 다시 도전하거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멜다의 사망설은 루손섬 카비테주 주도인 바코르의 라니 메르카도 시장이 ‘이멜다 하원 의원의 죽음에 조의를 표한다’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확산했다. 이멜다가 등원해 건재함을 과시하자 그는 즉각 글을 내리고 사과했지만 메르카도 시장은 누구로부터 그의 사망 소식을 들었는지 밝히지 않았다. 메르카도 시장은 부정 부패로 구금된 바 있는 라몬 레빌라 전 상원의원의 부인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필리핀 정치 가문의 신경전에서 비롯된 해프닝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호찌민=정민승 특파원 ms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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