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중립성]②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바람직한 대안은
아이폰의 성과, 무선인터넷 망개방 이끌어
제로레이팅 논란은 여전..차별금지 조건 달아 허용 주장이 대세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문재인·유승민 후보는 지지를, 안철수·홍준표 후보는 개선 견해를 밝히는 등 대선 주자들의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은 온도 차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2011년과 2015년 망중립성을 유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또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규칙 제3조에 따라 인터넷망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강한 규제를 받는 기간통신사업자로 정의해 왔다.
대한민국에선 통신사가 통화량(트래픽) 부담으로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나 스마트 TV 등 인터넷 프로토콜(IP)에 기반한 새로운 서비스를 거부하면 그 입증 책임은 통신사에 있고, 경우에 따라선 규제기관(방송통신위원회) 규제를 받는다는 의미다.
2015년이 돼서야 통신법 706조를 개정해 망 사업자들에 공공의무를 부과했던 미국과 다르다.
따라서 현재의 논쟁은 망중립성의 유지냐 폐기냐 하는 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어떤 원칙으로 사회적 합의를 만들고 이를 근거 삼아 제도적 틀을 갖추느냐 하는 디테일의 영역이다.
특히 ‘제로 레이팅(zero rating)’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가 시급해 보인다.
◇용어설명
망중립성: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자에 대해 차별·차단을 금지토록 한 원칙이다.
제로 레이팅: 스마트폰으로 동영상 등을 볼 때 이용요금을 소비자만 부담하는 게 아니라 통신사와 제휴한 콘텐츠·플랫폼 사업자도 부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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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애플의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기 전까지 실질적인 무선인터넷망 개방은 이뤄지지 않았다.
SK텔레콤 ‘네이트(NATE)’, KTF ‘매직엔(magicN)’, LG텔레콤 ‘이지아이(ez-i)’ 같은 ‘핫키’를 눌러야 무선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고, 통신사 무선포털에 등록된 콘텐츠(CP)만 정보이용료 회수 대행을 해주는 등 폐쇄적으로 해왔다.
2005년 방통위가 이통사 망 개방 소홀 시정명령을 내리고, 2008년 SK텔레콤에 하나로텔레콤 인수 인가조건으로 ‘무선인터넷접속경로 차별 금지 방법’을 의결했지만 큰 변화는 없었다. ‘핫키’를 없애지 않고 최초 이통사 무선포털 화면에 ‘주소검색창’을 구현해 매우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0년 스마트폰 첫 화면 터치만으로 내가 원하는 앱에 들어갈 수 있는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면서 세상이 바뀌었다. 이통3사는 앞다퉈 전면적인 망 개방을 선언했고, 정부도 전면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방통위는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2011년)을 만들었고, 여기에 세부 내용을 담은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2015년)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 공동으로 만들어지는 성과를 낳았다.
◇삼성 스마트TV차단 논란, 방통위 개입으로 봉합
2012년에는 KT가 과도한 트래픽 유발을 이유로 삼성전자의 스마트TV 서비스를 5일간 차단해 논란이 됐다. KT는 스마트TV가 활성화되면 IPTV 대비 5~15배의 트래픽이 발생해 일반 이용자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폈지만, 삼성전자가 가처분 신청을 내고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를 판단해 제재하겠다며 KT를 압박하자 봉합됐다.
KT는 접속을 재개하고 삼성은 가처분 신청을 취하하며 양사 협의체 구성을 통해 제도 개선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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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는 제로 레이팅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제로 레이팅이란 인터넷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 할 때 유발되는 데이터 이용의 대가를 부과하지 않거나 싸게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KT와 카카오가 출시한 ‘다음카카오팩’, SK텔레콤의 ‘포켓몬고 데이터 무료’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T스포츠팩(SK텔레콤)’, ‘지니팩(KT)’, ‘비디오팩(LG유플러스)’ 등 이통사 내·외부 콘텐츠와 데이터 통화료 결합상품도 출시돼 있다.
제로 레이팅은 마치 항공사가 빵집과 제휴해 가격을 인하하는 것 같은 통신비 절감 상품이나, 통신사과 유력 콘텐츠·플랫폼 업체만 제휴해 중소 콘텐츠 업체들의 공정경쟁을 저해하거나 이용자에게는 특정 콘텐츠 이용을 강제한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LTE 스마트폰 사용자의 1인당 트래픽이 5.9GB(3월 기준, 미래부, 3G의 11배)에 도달하면서 국가적으로 데이터 통화량 폭증에 따른 통신비 문제가 화두다.
이에 따라 미래부는 기업 간 제휴로 데이터 통화료를 낮추는 제로 레이팅은 허용하되, 중소 콘텐츠 업체를 위해 데이터 알뜰폰을 추진키로 했다.
통신사 관계자는 “제로 레이팅을 할 때 자사 콘텐츠, 계열사 콘텐츠, 외부 제휴 콘텐츠간 차별 없는 계약 조건을 주고 문호를 개방하면 문제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제로 레이팅은 가계통신비 절감에는 기여하겠지만 자칫 통신사들의 콘텐츠 사업 진출에 악용될 수 있다”며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은 시행 중인 망중립성 가이드라인을 고시로 상향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방송통신위원회는 ‘망중립성’(인터넷 통신망 사업자가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모든 기업이나 이용자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의미)과 ‘플랫폼 중립성’(포털사업자가 콘텐츠나 서비스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뜻)을 넣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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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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