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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르펜, 극우세력 위력 과시…대권 3수 도전 나설듯

송고시간2017-05-08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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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극우' 아버지와 차별화한 신중행보…'탈 악마화' 기획 성공 평가

'이번은 연습게임, 5년 뒤가 진짜'…총선의석 확대해 3수 기반 다질 듯

[佛대선] 르펜, 극우세력 위력 과시…대권 3수 도전 나설듯 - 1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에게 패한 마린 르펜
프랑스 대선 결선에서 마크롱에게 패한 마린 르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마린 르펜(48·국민전선)은 비록 고배를 들긴 했지만, 프랑스에서 극단적인 포퓰리즘 세력의 집권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르펜은 오는 6월 총선에 올인해 소속당 국민전선(FN)의 의석을 최대한 확보한 뒤 이를 발판으로 5년 뒤 세 번째 대권 도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서민계층의 분노를 바탕으로 득세한 우파 포퓰리즘이 계속 이어질 경우 르펜과 국민전선은 5년 뒤 더 무서운 세력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2012년에 이어 두번 째 대권 도전에 나서 결선에 오른 르펜은 기성 거대양당의 후보들을 제치고 결선에 오르는 '파란'의 주인공이었다.

르펜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는 1차 투표에서 17.9% 득표율로 3위에 그쳐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대선 '재수'에서 지지율을 21.3%로 끌어올렸고, 결선투표에선 34% 가량(출구조사 기준)이라는 적지 않은 표를 끌어모았다.

르펜의 이번 결선투표 득표율은 극우 후보로는 2002년 처음으로 대선 결선에 진출했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의 득표율(17.8%)의 두배 가량이다. 장마리는 당시 다섯 번째 대선 출마였다.

아버지의 뒤를 국민전선을 이끌어온 르펜은 이번 대선 1차투표 직전까지 마크롱과 함께 내내 지지율 1·2위를 다퉈왔다.

르펜은 대선에서 비록 마크롱에게 패했지만, 그의 결선 진출은 프랑스 정치지형의 대격변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진다.

역사적으로 프랑스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이 극적으로 변하고, 기존의 정치구도가 재편된 적은 1981∼1984년 사이 국민전선이 처음으로 프랑스 선거판의 주목할 만한 플레이어로 등장한 이후 이번이 거의 처음이다.

르펜은 마크롱과 함께 기존 프랑스 정치의 전통적인 좌·우파 간 대결 구도를 개방과 폐쇄, 세계화와 빈(反)세계화로 가져간 주역이었다.

그가 선거판에서 세계화를 화두로 올려놓고 유럽연합과 세계에서의 프랑스의 위치를 다시 사고하게 만든 것은 앞으로도 프랑스 정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전 세계가 르펜을 주목한 이유는 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거는 등 서구 정치인으로서는 가장 강력하게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기성 공화·사회 양당의 정치 엘리트들과 기업인, 부유층을 공격하며 세계화 과정에서 소외된 좌파 노동자계층과 서민들의 좌절감과 반(反)엘리트 정서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르펜이 대변해온 민족주의적 포퓰리즘은 프랑스 경제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되살아나고 테러 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전망이다.

극우세력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뭉치는 프랑스 특유의 정치현상인 이른바 '공화국 전선'이 이번에 크게 약화했다는 것은 르펜에게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입증했다.

2002년 대선 결선투표 직전 노동절 집회에서 전국에서 100만명 이상이 거리로 쏟아져 당시 극우 후보 장마리 르펜(마린 르펜의 아버지)에 맞서 자크 시라크에게 투표하겠다며 결집했지만, 올해 노동절 집회땐 곳곳에서 '르펜도 마크롱도 다 싫다' '파시스트(르펜), 은행가(마크롱) 아웃' 등의 구호가 등장하는 등 공화국 전선에 상당 부분 균열이 갔다.

시라크가 당시 장마리 르펜을 상대로 82%를 득표하며 완승을 한 데 비해, 마크롱이 이번에 66% 가량(출구조사 기준) 득표한 것은 '공화국 전선'이 크게 약해졌음을 보여준다.

당장 6월 총선에서 르펜의 국민전선은 이번 대선에서 선전을 발판삼아 약진할 가능성이 크다.

현 제1야당인 중도우파 공화당은 우파 유권자들을 상당 부분 잠식한 국민전선에 상당한 의석을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집권 사회당 역시 많은 의석을 마크롱의 신당 '앙 마르슈'(En Marche·전진)에 넘겨줄 것으로 관측된다.

공화당과 사회당의 부진에 힘입어 국민전선이 약진할 할 경우, 이를 기반으로 르펜은 5년 뒤 대권 삼수에 다시 나설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이미 르펜 측에서는 '이번은 연습게임이고 5년 뒤가 본 게임'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유세에서 활짝 웃는 마린 르펜
유세에서 활짝 웃는 마린 르펜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집권에 성공했지만, 프랑스 경제의 활로 모색과 테러 위협 대처 등 하나같이 해법을 찾기 어려운 과제들에 직면한 마크롱이 경험 부족과 야당의 비협조 등으로 국정 난맥상을 노출한다면 이를 바탕으로 르펜이 '현 정권의 실정' 프레임을 가동해 더욱 강력한 후보가 되어 대권 삼수에 도전할 것이 자명하다.

이번 대선에서 이렇게 르펜의 득표율이 올라온 것은 그가 주도한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탈악마화' 기획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강한 민족주의 성향의 극우 포퓰리스트로 분류되는 르펜은 '원조 극우'로 불려온 아버지와는 좀 다르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르펜은 2011년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 뒤에는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고 외국인 혐오 발언을 일삼아 온 아버지와 다툰 끝에 그를 2015년 당에서 쫓아내기까지 했다.

르펜은 이후 인종차별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사형제 부활과 동성애 반대 등의 주장을 접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반(反)체제 소수정당에 머물렀던 국민전선을 대중정당의 반열에 올려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대로, 마크롱과 공화·사회 양당은 침체 일로를 걷고 있는 프랑스 경제와 국제사회에서의 프랑스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르펜과 국민전선으로 대변되는 극우 포퓰리즘의 득세를 제어해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프랑스의 EU와 유로존 탈퇴, 보호무역과 고립주의로의 회귀가 겨우 5년 늦춰졌을 뿐이라는 지적에 마크롱 대통령과 프랑스의 기성 정치세력들이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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