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IoT 미래전문가 여기 모여라
3번 지각 땐 퇴소될 정도로 엄격, 야자까지 하며 8개월간 고3 생활
올해 처음으로 11개 기관이 개설.. 전체 500명 뽑는데 2000명 몰려
"챗봇(chatbot·대화형 로봇)은 어떤 원리로 만들어지나요?"
"SQL(프로그래밍 언어의 일종) 중에 이해 안 되는 게 있는데요."
컴퓨터 모니터와 강의 스크린을 번갈아 보던 수강생들이 강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손을 들어 질문을 쏟아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기초반 수강생들의 질문 세례는 50분 수업이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지난달 중순 '인공지능 기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강의가 진행된 서울 역삼동 '삼성 멀티캠퍼스' 내 강의실은 고3 교실을 방불케 했다. 20~30대 수강생들은 이날 하루 8시간 수업에, 야간 자율 학습까지 하느라 파김치가 됐다. 서울 A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했다는 조모(26)씨는 "수업을 들은 지 3주 됐는데 아직도 원어민 강사의 외국어 수업을 듣는 것처럼 생소한 느낌"이라며 "수업을 다 녹음해 따로 한두 번씩 더 들으면서 공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8개월간 '고3' 생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인력 양성을 목표로 정부가 개설한 직업 훈련 과정이 전국 11개 민간기관에서 처음 개설됐다. 지난달 초 맨 먼저 훈련 과정을 개설한 삼성 멀티캠과 휴렛팩커드, 비트컴퓨터 같은 기업을 비롯해 서울대, 한국융합기술진흥원,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11개 기관이 24개 과정을 운영 중이다〈표〉.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훈련생 1명당 2300만원 예산이 지원되는데 이는 다른 정부 직업 훈련 과정(400만~600만원)의 4~6배 수준"이라며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이 직업 훈련 과정의 목표"라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이 널리 회자되면서 이번 직업 훈련 과정은 모집 단계부터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사물인터넷·공장 자동화·빅데이터·정보 보안 분야 등 24개 과정에 총 500여 명의 훈련생을 뽑는 데 2000명의 지원자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각 기관에선 훈련생을 뽑기 위해 면접과 실기 시험까지 봤다. 고용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하는 다른 직업 훈련의 경우 정원 대비 참여율이 평균 80%대에 불과한데, 4차 산업 관련 훈련은 첫해부터 지원자가 몇 배 많이 몰리는 기현상이 빚어졌다"고 말했다.
훈련생 중에선 대학 시절 컴퓨터 프래그래밍 등 관련 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초짜' 수강생이 전체의 3분의 1에 달했다. 삼성 멀티캠 수강생 중엔 공대 졸업 후 회사를 다니다 입소한 훈련생은 물론 호텔경영학과와 국어교육과 등 문과 출신도 적지 않았다. 고모(25)씨는 "지난해 말 훈련 과정 설명회에 참석했는데, 듣는 순간 내 운명이자 앞으로 내가 살 길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훈련 과정은 대부분의 기관에서 올해 12월 말까지 8개월 정도 진행한다. 첫 3개월 동안 기초 강의를 받은 뒤, 나머지 다섯 달은 실제 소프트웨어나 제품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삼성 멀티캠 관계자는 "3번 지각하면 퇴소 조치할 정도로 엄격하게 운영된다"면서 "대부분의 훈련생이 정규 수업이 끝난 뒤 밤늦게까지 남아 2~3시간 더 야간 자율 학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훈련 수요에 맞춰 공급 더 늘려야"
올해 첫발을 떼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4차 산업 관련 직업 훈련은 독일·일본 등에 비해 늦은 편이다. 독일은 이미 관련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일본에선 4차 산업 인력 양성 대학까지 설립한 상태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는 "4대1이 넘는 정부 직업 훈련 과정 경쟁률은 현장의 수요를 정부 공급이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4차 산업 관련 과정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엔 드론, 바이오, 가상현실 등과 관련한 훈련 과정을 추가하는 동시에 참여 인원을 크게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수준별로 지원 규모를 다르게 하는 등 훈련을 더욱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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