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과학자 '갈증해소' 생애 첫 연구지원 흥행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미래부·한국연구재단, 결과 및 분석 자료 공개…20대 조교수 참여 눈길 ]
“이 정도면 대박까진 아니더라도 흥행엔 일단 성공했다고 봐야겠죠.”
7일 정부 관계자가 대학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신진 연구자들에게 자신이 평소 해보고 싶었던 R&D(연구·개발)를 안정적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생애 첫 연구’ 지원사업의 선정 결과 및 분석자료를 밝히며 이렇게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올해부터 새롭게 추진한 이 사업은 기초연구비를 받기 힘든 만 39세 이하 이공분야 전임교원을 대상으로 연간 최대 3000만원의 연구비를 사업규모에 따라 최장 3년간 지원한다.
‘생애 첫 연구’ 사업은 올해 첫 시행이나 나오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1회차 접수 결과·분석 자료를 보면 총 889개 신규과제가 접수됐고, 이중 총 721개 과제(선정률 81.2%)가 선정됐다. 총 212억원이 지원될 예정이다.
이 사업의 운영을 맡고 있는 미래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하 재단) 측은 “돈 걱정 없이 연구할 수 있는 ‘초기 정착금’이란 입소문이 돌면서 공모기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신청자가 많이 몰렸다”고 전했다.
해외 선진 대학에선 교수로 임용되면 중견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연구정착금을 제공한다. 미국 10위권 대학에서 신진연구자들에게 지급하는 초기 정착 비용은 대략 20억원 수준. 하지만 한국은 줘도 소액인 경우가 많다. 게다가 국내 40세 이하 연구자 수는 전체의 21% 규모지만 이들에게 할당된 연구비는 전체의 7% 밖에 되지 않는다.
생애 첫 연구 사업은 연구 계획서를 간단한 에세이 형태로 작성토록 했고, 연구계획의 창의성·도전성 등을 중점 평가사항으로 둬 젊은 과학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재단 관계자는 “생애 첫 연구사업은 연구기간, 연구비 규모를 자신이 직접 정해 신청할 수 있는 보톰업(Bottom-up) 방식으로 연구의 자율성을 부여한 데다 연구제안서 분량도 기존 30장에서 대학 리포트 수준인 5장으로 줄여 신청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또 “기존 정부 지원 R&D와 달리 연차점검, 종료평가 등을 생략하고 오직 결과보고서만 제출토록 해 연구행정 부담을 완화한 점 등이 지금처럼 호응을 얻는 데 한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선정된 연구자 중에는 1987~1988년생 20대 조교수 출신도 눈에 띈다. 이번 사업에 총 9명이 포함됐다. ‘AI(인공지능)와 디자인 시너지를 위한 이론 및 방법론 개발’을 주제로 내건 한경훈 한양대 조교수의 경우 3년간 연구비 9000만원 지원이 확정됐다.
이와 함께 송미화 경성대 조교수가 ‘지속가능한 재난 방송통신을 위한 사물지능통신 연구’, 이주형 가천대 조교수가 ‘저전력·저지연 VR(가상현실) 서비스를 위한 모바일 엣지 컴퓨팅 핵심 기술 연구’ 등을 제시, 연구아이템 대부분 ‘제4차 산업혁명’과 연관된 것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지역별 선정 통계에선 지방이 430편으로 수도권(291편)보다 높게 나왔다. 학문분야별에선 기초·응용의학·치의학·한의학·간호학 등의 의약학단이 352편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ICT(정보통신기술)·융합연구단 156편, 기계·건설·교통·소재·화공 등의 공학단이 124편, 기초생명·기반생명·분자생명 등의 생명과학단 46편, 수학·물리학·화학·지구과학 등 자연과학단 43편 순이었다.
미래부는 조만간 제도 시행 후 보완이 필요한 부분을 논의하는 후속개선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사업 추진 과정에서 자격조건인 신진연구자 기준(39세 이하, 교수 임용된지 7년 안 된 연구자)을 완화해 달라는 등 많은 의견이 접수됐다”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반기 2차 사업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상선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는 “생애 첫 연구 사업은 비록 지원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기초연구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신진연구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이 사업이 효과를 거두려면 지원 금액 규모를 늘리고, 지속적으로 지원해 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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