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두고 싸우고 책임 떠넘기는 국정농단 피고인들

김종훈 기자 2017. 5. 7.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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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재판 말말말 ③]장시호 "최순실, 영재센터 결재 말로 사인했다" 이인성 교수 제자 "'너도 이대 졸업생인데' 회유받아"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국정농단 재판 말말말 ③]장시호 "최순실, 영재센터 결재 말로 사인했다" 이인성 교수 제자 "'너도 이대 졸업생인데' 회유받아"]

최순실씨(왼쪽)와 장시호씨./ 사진=뉴스1


국정농단 사건의 1심 재판이 결론을 향해 나아갈수록 피고인들의 책임 공방도 거세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설을 쓰고 있다", "이 마당에 이래도 되냐"며 서로를 힐난하고, 손자를 키워달라는 이모의 부탁을 냉정히 거절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중요 증인이 가족을 감싸려고 거짓 증언을 한 정황이 법정에서 공개되기도 했다. 이처럼 국정농단 사건 재판에서 피고인과 그의 가족·동료들이 법정에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을 모아봤다.

◇최순실 "언니가 가져간 1억원, 손자 키울 때 써 달라" 장시호 "돌려드리겠다"

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최씨와 조카 장시호씨(38)는 삼성이 16억원을 후원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누가 운영했는지를 두고 지난달 24일 법정에서 말싸움을 했다.

앞서 장씨는 "최씨가 대통령이 탄핵된 걸 알고 대성통곡했다", "최씨가 법정 밖에서 '검찰에 협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등 수차례 최씨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적이 있었다. 이미 사이가 틀어진 듯한 두 사람은 법정에서도 서로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이날 장씨는 증인석에 앉아 영재센터 일로 최씨에게 혼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재센터가 삼성 지원을 받기로 했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는 이유로 최씨에게 혼나면서 맞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씨는 "뭘 혼내냐. 난 혼낸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최씨는 또 "내가 (영재센터를) 운영하고 결재했다는데, 제가 서명이나 결재한 적 있냐"고 물었다. 장씨는 "말로 사인했지, 펜으로는 사인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후 영재센터를 누가 운영했는지를 따지는 과정에서 최씨가 "사무실 짐도 증인(장씨)이 옮기지 않았느냐"고 묻자 장씨는 "제가 회장님(최씨) 물건을 마음대로 했으면 혼났을 것"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그만 가리시라"고 꼬집었다.

이날 법정에서 최씨는 장씨에게 손자를 키워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장씨는 손사래를 쳤다.

두 사람은 지난해 10월 장씨가 최씨 지시로 압구정동 소재 은행에서 10억원을 찾게 된 경위에 대해 다투고 있었다. 장씨는 최씨 변호사를 따라 은행 대여금고에서 1억원짜리 수표 10장을 찾았다고 증언했다. 이중 1억원은 어머니 최순득씨에게 곗돈으로 주고, 5000만원은 자신의 변호사 비용으로 챙긴 뒤 나머지 8억5000만원은 최씨 변호사에게 줬다고 했다.

이에 최씨는 최순득씨가 가져간 1억원은 곗돈이 아니라 정씨와 정씨 아들을 위해 쓰라고 준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언니(최순득씨)가 가져간 1억원은 유연이(정씨 개명 전 이름), 유주(정씨 아들)를 키울 때 써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장씨는 "저희 어머니한테 유주를 키워달라고 부탁하는 거냐"며 "돌려드리겠다"고 거절했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신산업융합대학장(왼쪽)과 류철균 교수./ 사진=뉴스1


◇"소설 쓰는 건 알았지만…" "당신도 교수냐" '책임 돌리기' 급급한 이대 교수들

정씨를 이대에 부정입학시키고 학사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대 교수들은 법정에서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빴다. 특히 지난달 14일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과 류철균 교수는 법정에서 서로를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언쟁을 벌였다.

이날 김 전 학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류 교수는 김 전 학장이 정씨를 두고 '정윤회씨 딸'이라면서 학점을 잘 봐줄 것을 당부했다고 증언했다. 류 교수는 또 학사비리 문제로 교육부 감사를 받게 되자 김 전 학장으로부터 '내가 정유라를 봐달라고 한 게 아니라고 말해야 둘 다 산다'는 회유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학장은 이 말을 듣고 "선생님이 소설을 쓰는 건 알지만 어떻게 없는 얘기를 만드냐"며 "거의 100%에 도달할 정도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따졌다. 류 교수는 "당신(김 전 학장)도 교수냐"며 "내가 이대에서 13명을 학장으로 모셨지만 다 선량한 분들이었는데 이 마당에 이렇게 부인해도 되냐"고 반박했다.

교수가 제자에게 책임을 전가한 정황도 드러났다. 지난 4일 재판에서 이인성 교수의 제자였던 유모 전 겸임교수는 이 교수로부터 "정유라가 네 수업을 수강할 건데 잘 해줘라", "정유라의 출석을 부르지 말아라' 등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특검은 유 전 교수가 교육부 감사를 앞두고 이 교수로부터 회유를 받았다고 진술한 내용도 공개했다. 유 전 교수가 "누구의 부탁을 받았냐.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하자 이 교수가 "일 커지면 안 돼. 난 정유라를 모르는 걸로 해줘"라면서 "너도 이대 졸업생인데 학교를 위해야지"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증인신문 과정에서 이 교수가 자신을 면회하러 온 제자에게 "너희가 '총장이 시킨 것 같다'고 하면 나한테 불리하다"고 말한 정황도 밝혀졌다. 특검은 이 교수를 두고 "조폭보다 못한 교수"라면서 징역 3년을 구형했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뉴스1


◇ "남편한테 성형시술 말 안 해" 물증과 정반대 진술…특검 "안종범 전 수석에게 가려는 건 다 차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58)은 자신의 뇌물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다. '비선의료진' 김영재 원장 부부로부터 명품 스카프와 양주를 받은 것은 맞지만 대가를 약속한 적은 없고, 일부 금품에 대해선 아예 받은 적이 없다는 취지다.

특히 안 전 수석은 아내가 김 원장의 의원에서 미용시술을 받은 사실은 알지도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 전 수석의 변호인은 지난달 10일 열린 재판에서 "(안 전 수석의) 배우자가 받은 성형시술도 (병원에) 잠깐 갔는데 누워보라고 해서 (시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의 아내도 남편에게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의 아내 채모씨는 "(김 원장의 아내인) 박채윤씨의 권유로 김 원장의 의원에서 미용시술을 받았지만 남편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특검에서 진술했다. 그러나 특검이 공개한 물증은 이와 반대였다.

지난 1일 특검은 안 전 수석의 가족들이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이 채씨에게 "시술 하긴 했어요"라고 묻자 채씨는 "넵"이라고 대답한다. 안 전 수석이 "셀카 보내봐요"라고 하자 채씨는 사진을 전송했다.

채씨는 또 "(시술을 받으러) 갈 사람이 100% 아니다"라면서 안 전 수석은 김 원장에게서 미용시술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특검은 안 전 수석의 시술 전·후 사진을 법정에서 증거로 제시했다. 특검은 "(채씨가) '남편을 보호하려는 생각이 강해서 그런지 남편한테 가려는 건 다 차단하려 하는구나' 하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 전 수석은 특검에서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얻기 위해 아내를 구속시키겠다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특검 측은 안 전 수석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안 전 수석이 자신의 죄를 덜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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