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본문 바로가기 회사정보 바로가기

[리뷰] 아들을 키우면서 아버지가 된다…연극 '킬 미 나우'

지체장애아 조이와 헌신하는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다룬 작품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 | 2017-05-07 09:01 송고
연극 '킬 미 나우' 공연장면 (사진=연극열전)
연극 '킬 미 나우' 공연장면 (사진=연극열전)

아버지도 한 때 아들이던 시절이 있었다. 그가 성장해서 누군가와 사랑을 하고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된다. 자신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아들에게 헌신하는 삶을 살게 된다. 특히 장애가 있는 아들을 키운다면 일반적인 아들을 키우는 입장과는 다른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는 아버지 제이크와 그의 아들인 지체장애 청소년 조이가 겪는 갈등을 통해 장애인과 장애인 가정의 삶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지난 4월25일 개막한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16일까지 서울 중구 신당동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지난 해 같은 장소에서 국내 초연해 평균 객석점유율 92%를 기록하는 등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제이크는 아내와 사별하고 15년 간 아들 조이를 혼자 키운다. 촉망받는 소설가였던 그가 삶의 방향을 바꿔 장애아인 아들 조이를 위해 제2의 삶을 살아간다. 그 과정을 여동생 트와일라와 그녀의 연인 로빈이 곁에서 돕는다.

제이크의 바람대로 조이는 정신적 구김살 없는 청소년으로 자라난다. 조이가 다른 청소년처럼 성에 눈을 뜨게 되자 제이크는 낯설음 속에서 아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하는 조이는 더 이상 떼를 쓰는 아이가 아니다. 제이크의 가장 큰 고민은 스스로 성욕을 해결하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무엇을 해줘야 하는 지다. 여동생 트와일라와 이야기를 나누며 제이크는 조이의 자위행위를 도와주기로 결심한다.

조이의 유일한 동년배 친구 라우디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 증상을 겪으며 보호시설에서 성장했다. 자신의 생각을 감추지 못하고 솔직하게 말하는 라우디는 조이와 함께 독립할 계획을 세우며 조이의 고모 트와일라와 사랑에 빠진다.

연극 제목 '킬 미 나우'는 조이와 라우디가 태블릿PC 게임을 함께 즐기면서 하는 대사다. "지금 (게임에) 나오는 사람이 좀비가 되기 전에 나를 죽여 달라고 '킬 미 나우'라고 하잖아. 죽여, 죽이라고!"

대사 '킬 미 나우'가 암시하듯 이 작품은 제이크가 불치의 병에 걸리면서 반전된다. 그는 느닷없이 신경이 점점 마비돼 몸이 굳어지는 병을 얻게 된다. 지금까지 자신이 돌봤던 아들 조이에게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제이크는 시한부 판정을 받는다.

제이크는 연인 로빈에게 아들이 하던 게임 '킬 미 나우'를 언급하며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다"며 안락사를 원한다. 그 말을 엿들은 조이는 아버지의 선택을 존중하기로 한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지체장애인 아들의 자위행위를 돕는 아버지, 존엄사 등 문제적 소재를 대범하게 다뤘지만 관람하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지이선 작가의 노련한 각색과 배우들의 열연에 힘입은 바 크다.

지이선 작가는 원작에선 비중이 없었던 등장인물 '라우디'에 힘을 실어 무거운 소재를 관객의 긴장이 풀어지지 않도록 조절했다. 라우디와 트와일라의 러브라인은 자칫 선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으나 개연성 측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연극 '킬 미 나우'는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는 작품이다. 입장료 2만~5만원. 문의 (02)766-6007.

연극 '킬 미 나우' 공연장면 (사진=연극열전)
연극 '킬 미 나우' 공연장면 (사진=연극열전)



art@

이런 일&저런 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