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임창용 지난 9월 27일 오후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8회 초 KIA 임창용이 역투하고 있다.

KIA 임창용 ⓒ 연합뉴스


KIA가 롯데와의 어린이날 매치에서 승리하며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김기태 감독이 이끄는 KIA 타이거즈는 5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까지 가는 접전 끝에 5-3으로 승리했다. 7회 대수비로 들어온 로저 버나디나는 연장 10회초 무사 만루에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를 때려내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KIA는 3루수 이범호가 3안타를 때려낸 가운데 안치홍, 최형우가 각각 멀티 히트를 기록했고 나지완은 4회 브룩스 레일리를 상대로 투런 홈런을 터트렸다. 그리고 3-3으로 맞서던 9회 1사 후에 등판해 1.2이닝을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임창용은 시즌 두 번째 승리를 챙겼다.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9.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임창용은 최근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한·미·일 프로야구를 모두 거친 역대 5번째 선수

1995년 광주 진흥고를 졸업하고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임창용은 루키 시절까지만 해도 그저 공만 빠른 유망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6년 7승7패 평균자책점 3.22를 기록하며 해태의 8번째 우승을 도왔고 1997년에는 14승8패26세이브2.33으로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등극했다. 임창용은 1998년 처음으로 30세이브를 돌파하며 거물 투수로 성장했지만 해태는 거물 임창용을 데리고 있을 만큼 모기업 사정이 좋지 못했다.

결국 임창용은 1998 시즌이 끝나고 양준혁이 포함된 1:3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했다. 임창용은 삼성 이적 첫 시즌이었던 1999년, 극단적인 타고투저 시즌이었음에도 13승4패38세이브2.14를 기록하며 최고의 불펜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2000년까지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던 임창용은 2001년부터 선발로 변신해 3년 동안 44승을 따냈는데 임창용이 17승을 올린 2002년 삼성은 사상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2004년 다시 마무리 투수로 돌아온 임창용은 그 해 36세이브를 올리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FA 자격을 얻은 후 해외 진출 문제로 구단과 진통을 겪었다. 우여곡절 끝에 삼성에 잔류한 2005년 선발로 변신해 5승8패6.50으로 데뷔 후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설상가상으로 시즌 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2007년까지 단 6승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결국 임창용은 2007 시즌 종료 후 단 5000만엔의 연봉을 받고 일본 프로야구의 야쿠르트 스왈로즈에 입단했다.

KBO리그에서 한물 간 투수로 평가받던 임창용은 일본에서 멋지게 재기에 성공했고 야쿠르트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그리고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무려 128세이브를 기록하며 일본 프로야구의 정상급 마무리 투수로 군림했다. 2012년 두 번째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야쿠르트에서 퇴단한 임창용은 2013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에 입단해 그 해 9월 꿈에 그리던 빅리그 무대를 밟아보기도 했다.

2014년 친정 삼성에 복귀한 임창용은 2년 동안 64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을 떠난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공백을 잘 메웠다. 2015년에는 역대 최고령 세이브왕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2015년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 동료 윤성환, 안지만과 함께 원정 도박 의혹에 시달리면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삼성은 시즌이 끝난 후 도박 스캔들을 일으킨 40세의 노장 투수 임창용을 미련 없이 방출했다.

마무리 자리에서 물러난 후 8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

40세가 넘은 나이에 타의에 의해 은퇴 위기에 몰린 임창용을 받아준 팀은 고향팀 KIA였다. KIA는 7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은 임창용을 연봉 3억 원의 조건에 영입했다. 시즌 중반부터 1군 경기에 등판한 임창용은 34경기에서 3승3패15세이브 4.37을 기록했다. 전성기에 비해 구위는 많이 약해졌지만 마땅한 마무리 투수가 없어 고전하던 KIA에서 임창용은 여전히 든든한 뒷문지기였다.

연봉 5억 원에 2017 시즌 연봉 계약을 체결한 임창용은 올해도 변함없이 KIA의 마무리 투수로 낙점 받았다. 김기태 감독은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임창용이 차세대 마무리 한승혁에게 노하우를 전수해 주며 자연스럽게 마무리 자리를 넘겨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임창용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4경기에서 9.0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몇몇 팬들은 임창용에게 '창용 영화제 조직위원장'이라는 짓궂은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결국 임창용은 마무리 자리를 한승혁에게 내주고 셋업맨으로 변신했다(하지만 한승혁 역시 두 번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후 현재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현재 KIA의 마무리는 김윤동이 맡고 있다). 자신의 보직을 잃고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마무리라는 커다란 부담을 내려 놓은 임창용은 8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화려했던 '창용불패' 시절의 위용을 조금씩 되찾고 있다.

특히 어린이날 롯데전에서는 9회 동점 상황에서 등판해 10회까지 아웃카운트 5개를 책임지며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겼다. 9회 2사 후 김상호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김문호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끝냈고 5-3으로 앞선 10회말에는 무사 1루에서 김대륙, 문규현, 손아섭을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한 때 9.00까지 치솟았던 임창용의 평균자책점도 어느덧 2.70까지 떨어졌다.

한국 나이로 42세가 된 임창용은 여전히 빠른 공의 평균 구속이 시속 143km에 달한다. 하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아무래도 연투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시 예전같은 최고의 마무리 투수가 되긴 힘들지 모르지만 김기태 감독이 등판 간격만 잘 조절해 준다면 임창용은 여전히 KIA 불펜에서 큰 힘을 보탤 수 있는 투수다. 누가 뭐래도 임창용은 역대 첫 120승,250세이브 클럽에 각각 1승,1세이브를 남겨 둔 KBO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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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KIA 타이거즈 임창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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