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취업 스트레스 2030 '발기부전 치료제' 찾는다는데..
"상당수 부작용 호소하기도"
울산에 사는 학원강사 이모(27)씨는 얼마 전 일본 여행을 갔다가 맥주 효모로 만든 건강 보조 식품을 두 통(4000정) 사왔다. 이 약의 원래 효능은 위장 기능 개선이다. 정작 이씨는 부작용을 기대하고 있다. "이 약을 먹으면 정력이 세진대요." 20·30대 사이에서 '이 약을 먹으면 정액 양이 늘어난다' '성욕이 끓어오른다'는 소문이 나 있다. 포털 사이트에 제품 이름을 검색하면 '정액'과 '부작용'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이씨는 "학원강사 일과 취업 준비를 병행하며 받은 스트레스 탓인지 지난해부터 성 기능에 문제가 생긴 느낌이 들었다"며 "20대가 병원을 찾아가 발기 부전 치료제를 처방받는 게 꺼려져 대신 이 약을 샀다"고 했다.
성 기능 문제를 호소하는 20대 남성들이 효과가 입증 안 된 건강 보조 식품이나 가짜 발기 부전 치료제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6년 발기 부전 치료를 목적으로 병원을 찾은 20대 남성은 964명으로 2012년 765명에 비해 약 20% 증가했다. 취업 스트레스와 잦은 피로가 원인으로 분석된다.
김세웅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젊은 나이에 발기 부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요법이나 가짜 치료제에 의지하다 부작용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대학생 배모(26)씨는 지난해 친구가 성인용품점에서 샀다는 비아그라를 받아먹었다가 홍역을 치렀다. 비아그라를 먹은 지 반나절이 지나자 한쪽 눈이 충혈되고 뒤통수에 열이 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친구가 사온 비아그라는 처방전 없이 판매되는 가짜 약이었다. 배씨는 "4학년이 되면서 학업과 아르바이트에 시달린 탓인지 여자 친구와 관계에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이 2013년 발기 부전 치료제를 사용해 본 남성 1500명을 대상으로 가짜 약 사용 경험을 조사했는데, 20대 응답률이 가장 높았다. 271명 중 211명(77.9%)으로 60대(54.1%)보다 많았다.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주로 병원 진료를 꺼리고 약값이 부담되는 20·30대가 인터넷과 성인용품점을 통해 가짜 비아그라 등을 사고 있다"며 "안면 홍조와 가슴 두근거림, 두통 등 다양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반드시 의사 진단과 처방을 통해 정식 치료제를 이용해야 한다"고 했다. 건강 보조 식품이 정력에 좋다는 소문도 대부분 낭설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차재호 부산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맥주 효모로 만든 건강식품이 남성의 정액량을 늘려준다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다"며 "건강 보조 식품을 먹어 영양이 풍부해져 느끼는 착각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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