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세상을 바꾼 천재들, 어릴 적 '월드플레이' 즐겼다
니체 '다람쥐 왕' 가상세계 만들어 글 써
모차르트·『반지의 제왕』작가도 경험
창의융합교육·자기주도학습 실천
아이의 놀이 참견·강요해선 안 돼
부모는 놀이 위한 장소·재료 마련
하루 일과 중 놀 수 있는 시간 제공
정원의 야생화처럼 자연스러워야
청소년·성인에게도 유효한 놀이
그림 그리기, 종이 비행기 만들기 등
어떤 놀이든 기분 전환, 긴장 풀려
학업·일에서 해결책 찾는데 큰 도움
━ 『생각의 탄생』 저자 미셸 루트번스타인
지난해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간 대국 이후 한국에선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됐다. 사전적 정의는 인공지능(AI)·로봇 등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차세대 산업혁명이다. 이를 대하는 필부들의 심정은 ‘4차 산업혁명이 대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살다가는 일자리를 뺏긴다’는 공포 아닐까. 이번 생은 글렀다 쳐도 내 자녀들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에 부모들은 자식을 어떻게 키우고 가르쳐야 할지 난감해 한다. 그저 ‘코딩’이나 ‘창의력’이라는 키워드만 맴돌 뿐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7세 이하 영유아 자녀가 있는 남녀 직장인 66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5%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아닌 학습지나 학원 등의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답했다. 사교육 과목 중에는 국어(47.7%)가 가장 많았고 수학(35.9%)에 이어 사고력·창의력(33.6%)이 순위에 올랐다. 사교육에 아웃소싱해서라도 창의력을 키워줘야 장차 자녀들이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는 절박함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래서 돈 들이지 않고 창의력을 키우는 아주 오랜 방법을 소개한다.
여러 위인들도 월드플레이를 하고 놀았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여동생과 ‘다람쥐 왕’이 나오는 가상 세계를 만들어 시와 희곡을 쓰고 음악을 작곡했다. 『나니아 연대기』를 집필한 C S 루이스,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뇌신경학자이자 세계적 작가인 올리버 색스, 『반지의 제왕』을 쓴 J R R 톨킨 등 사례는 무수하다. 다음은 루트번스타인 박사와의 문답.
Q : 자녀가 월드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Q : 딸이 10년간 월드플레이를 했다는데, 청소년기에도 상상을 이어가게 하려면 부모가 어떻게 지원해야 하나.
A : “모든 것에 순응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적·교육적 압력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해야 합니다. 특히 권위적인 교사 등의 관점에서는 ‘어린애 같은 행동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거라 볼 수도 있거든요. 바쁜 하루 일과 중 혼자 상상하며 놀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야 합니다. 물론 10대에도 월드플레이를 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당사자의 의사에 달려 있죠.” 나아가 성인에게도 월드플레이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영국의 여류 작가 샬럿 브론테는 ‘앙그리아’라는 가상 세계를 만들며 놀았다. 그는 스물네 살 때 ‘앙그리아, 안녕’이라는 글을 써서 어린 시절의 놀이와 결별을 선언하고, 그 뒤로는 가상 세계 대신 영국의 풍경과 인물을 대입한 소설을 썼다. 바로 서른 살에 완성한 명작 『제인 에어』다.
Q : 소설 쓰기와 월드플레이의 차이점은 뭘까.
A : “소설은 수많은 성인들이 즐겨 하는 월드플레이의 한 형식입니다. 글쓰기 외에도 지도나 그림 그리기, 작곡, 노래 부르기, 스포츠 팀의 기록 통계 만들기 등으로 표현될 수 있어요. 이 모든 형식에는 ‘서사(narrative) 감각’과 ‘흉내 내기(pretense) 감각’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성인의 놀이가 더 집중적이고 정교하다는 것 말고는 아이들의 놀이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해요.”
Q : 월드플레이는 『생각의 탄생』에 나왔던 창의적인 생각 도구 중에선 무엇의 발달과 연결될까.
Q : 부모가 유도해도 월드플레이를 하지 않는다면, 어떤 놀이를 권하는 게 좋을까.
A : “자신만의 디자인과 의도에 맞게 아이디어와 사물을 구성하는 창의적 놀이라면 무엇이든이요. 이야기를 짓거나 그림을 그리고 인형극을 만드는 등의 예술적 놀이도 좋고요. 스크래치(어린이를 위해 개발된 교육용 코딩 프로그램)로 연을 날려보거나, 종이 비행기를 만드는 등 기술적이고 과학적인 놀이도 좋아요.”
Q : 한국 부모들은 공부 시간을 확보하는 데 유독 민감한데.
A : “질문부터 할게요. 한국의 부모는 자녀의 창의적 잠재력을 키우는 데 얼마나 관심이 있나요? 한국 사회의 구성원들은 제2의 피카소나 아인슈타인, 에디슨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얼마나 관심이 있죠? 많다고요? 그렇다면 반드시 놀려야죠. 놀지 않고 일만 하면 바보가 된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노벨상 수상자 같은 창의적인 사람들을 보면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는 치명적인 실수는 저지르지 않습니다. 어른이건 아이건 매일 얼마간 시간을 내 창의적인 놀이를 하면 기분도 전환되고 긴장도 풀려요. 그리고 학업이나 일에서 새로운 문제에 맞닥뜨려 창의적 해결책을 찾을 때, 이 소소한 놀이가 큰 도움이 됩니다. 개인은 물론 사회 전반에도요.”
② 천지창조 신화를 만들다=‘카랜드어’를 만든 다음엔 천지창조 신화를 지었다. 자유롭게 몸을 바꿀 수 있는 절대적 존재가 새로 변신해 진흙 두 덩이를 물고 오는데, 그것이 떨어져 카랜드의 땅이 되고, 영양으로 변신해 풀씨를 떨어뜨려 숲을 이루고, 물고기로 변신해 물방울을 떨어뜨려 강을 만든다는 식이다.
③ 생태계=카랜드의 생태계 역시 먹이사슬로 이뤄져 있는데, 가장 아래의 식물부터 최상위층의 포식자까지 수십 종에 달한다. 학년이 올라가고 지식이 쌓일수록 더 구체적이며 다채롭게 보강됐다.
④ 구체화=12세부터 카랜드 사람들의 고유한 옷과 주택, 음식과 조리도구, 식기 등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글로 묘사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구현됨직한 논리적이고 정교한 세상을 창조한 것이다.
⑤ 카랜드 지도=19세 때는 이 모든 자료를 종합해 카랜드의 서식 지도를 그렸다. 지도엔 카랜드 영역마다 서식하고 있는 동물들의 위치가 그려져 있다. 이지은 프리랜서 기자 」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 "1000만 명 높은 사전투표율, 洪·安 상승세엔···"
▶ '文아들 준용씨 룸메이트' 주장 남성, 페북에 반박 글
▶ '최악의 황사' 덮친 한국, 中·日 미세먼지 비교해보니
▶ "장난으로 올렸는데···" 文 암살 예고글 쓴 20대 자수
▶ '음주운전' 경찰 숨지게 한 레드불 창업자 손자, 처벌은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