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령대별 사전투표율' 비공개..과연 타당한가?

태원준 기자 2017. 5. 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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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대선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오후 3시 현재 전국 평균 투표율은 21.22%로 집계됐다. 사전투표 종료를 3시간 남겨둔 상황에서 이미 20%를 돌파했다. 유권자 901만명이 투표소를 찾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역별로 전남이 28.95% 투표율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이어 세종(28.33%) 광주(28.32%) 전북(26.69%) 등 광역단체별 투표율을 순위대로 공개했다. 투표율이 가장 낮은 곳은 대구(18.20%)였다.

하지만 20대, 30대, 50대, 60대 등 연령대별 사전투표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선관위는 지난해 4·13 총선부터 사전투표율 발표에서 연령대별 집계를 제외했다. 이번에도 같은 규칙을 적용해 어느 지역이 많이 투표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어느 연령층이 많이 사전투표소에 갔는지는 '깜깜이'로 남게 됐다.

◇ 2014년엔 연령대 투표율 자세히 공개

사전투표율 공개 방식이 원래 이랬던 것은 아니다. 사전투표가 처음 실시된 2014년 지방선거 때 선관위는 각 선거구마다 연령대별 투표율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이런 방침을 전면 수정해 지난해 총선에선 전체 투표율(12.2%)과 253개 지역구별 투표율까지만 밝혔다.

선관위는 지난해 이렇게 바꾼 이유로 “본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치권 논란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2030 세대와 5060 세대의 사전투표율이 비슷하게 나온 것을 두고 여야는 “젊은층이 투표를 많이 해 불안하다”(새누리당) “급격히 보수화하는 50대 투표율이 높아 걱정”(새정치민주연합)이라며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놨다. 

두 정당이 연령대별 사전투표율을 정반대로 해석하며 똑같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놨던 것은 지지층에 '위기 의식'을 불어넣어 선거 당일 투표에 많이 참여토록 독려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선관위는 이런 행위가 본 선거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사전에 방지하는 차원에서 연령대별 사전투표율 비공개로 돌아선 것이다.

◇ '영·호남 신경전'… 이젠 '세대 간 신경전'

투표율이 실제 투표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는 사전투표가 없던 과거에도 존재했다. 영·호남 지역감정이 선거마다 최대 변수로 작용했던 1980~90년대에는 투표 당일 호남의 높은 초반 투표율이 영남 유권자를 자극해 오후 들어 영남 투표율이 치솟는 현상 등이 나타나곤 했다. 이 때문에 호남에선 "투표는 오후에 하자"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최근 각종 선거에선 '지역 대결'보다 '세대 대결' 양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급속한 고령화로 장년층 인구가 크게 늘면서 20~40대와 맞먹거나 오히려 능가하는 투표 영향력을 갖게 됐고, 이는 두 세대 중 어느 쪽 투표율이 높으냐에 선거 결과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과거 영남과 호남 유권자 사이에서 벌어졌던 '투표율 신경전'이 이제는 젊은층과 장년층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 "본 투표 영향" vs "그래도 필요한 정보"

세대 대결 양상의 선거에서 연령대별 사전투표율이 본 투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차단해야 할' 정보인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건 "그 영향이란 게 결국 투표율이 높아지는 효과 아니냐"는 점이다.

연령대별 사전투표율 공개가 본 투표에 미칠 수 있는 대표적 영향은 특정 연령층의 투표 열기가 높다는 사실이 알려져 다른 연령층이 더 많이 투표에 참여하는 경우다. 이는 '침묵하는 유권자'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 된다. 투표율을 높이려고 각종 캠페인을 벌이는 선관위가 앞장서서 이런 효과를 차단할 이유가 있느냐는 지적이 가능하다.

그런 영향이 과연 표심 왜곡이냐는 반문도 나온다. 투표율이 저조해 발생하는 표심의 굴절에 비하면 차라리 왜곡의 정도가 덜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은 동부와 서부가 최대 3시간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투표를 실시한다. 하와이는 동부와 6시간 시차가 있다. 서부 유권자는 동부 유권자의 투표율을 보면서 투표장에 간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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