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차사유' 없어진 공직사회..민간도 없애주세요"

이미호 기자 2017. 5. 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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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의 연가 신청서에 사유란이 사라지면서 소위 '상사 눈치보고 연차쓰는' 공무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공무원(7급 주무관) 김모씨는 "딱히 이유가 없을 때는 '가사정리'라도 써놔야 한다. 쉽게 말해 개인적인 일, 집안 사정으로 쉰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이번 황금연휴때 사유란 작성 없이 연차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연차에 관대한 공무원과 달리, 민간기업은 연차사유란을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곳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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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사유 안 적고 황금연휴 즐겨..중견·중소기업은 '상사 눈치' 여전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연차사유 안 적고 황금연휴 즐겨…중견·중소기업은 '상사 눈치' 여전 ]

#정부서울청사에 근무하는 7급 공무원 A씨는 3일 석가탄신일부터 19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지는 9일까지, 7일간 쉰다. 평일인 4일과 8일에는 연차를 썼다. 새 정부 출범 전 마지막 '황금연휴'라는 점에서 연차 소진을 독려하는 분위기인데다, 이달부터 연차사유를 기재할 필요가 없어지면서 부담도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기 전문기업에서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B씨는 지난 4일 하루 연차를 쓰려다 포기했다. 연차사유란을 작성하는데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다. B씨는 "가족행사라고 쓰는 것도 한두번이지 연차사유를 적을때마다 참 부담스럽다"면서 "솔직하게 '피로가 쌓여서', '쉴때 길게 쉬고 싶어서"라고 쓸 수는 없지 않냐"고 토로했다.

공무원들의 연가 신청서에 사유란이 사라지면서 소위 '상사 눈치보고 연차쓰는' 공무원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민간기업에서도 연가사유를 묻지 않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5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앞으로 연가를 내는 공무원은 연가 신청서에 사유를 기재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달 20일부터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 개정안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예규는 지방직 공무원에게도 하달됐다.

공무원들은 기존에는 연가를 신청할 때 전산 프로그램인 근무카드에 연차 사유를 기재해야 했다. 가족 중 누군가 아프거나 자녀 학교 행사 등 명확한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그냥 쉬고 싶어도 상사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쓰지 못하는 공무원이 대다수였다.

공무원(7급 주무관) 김모씨는 "딱히 이유가 없을 때는 '가사정리'라도 써놔야 한다. 쉽게 말해 개인적인 일, 집안 사정으로 쉰다는 뜻"이라며 "하지만 이번 황금연휴때 사유란 작성 없이 연차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연차사유란 항목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스템상 사유를 작성하지 않아도 다음 페이지(신청)로 넘어가긴 하지만, 결제권자인 상사의 눈치가 보이는 건 매한가지라는 반응이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9급 공무원 이모씨는 "사유를 안 쓰고 제출하면 여전히 '연차 왜 쓰냐. 무슨 일 있냐'고 묻는 상사들이 있다"면서 "아예 항목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비판했다.

상대적으로 연차에 관대한 공무원과 달리, 민간기업은 연차사유란을 반드시 작성해야 하는 곳이 대다수다.

삼성·LG와 같은 대기업은 연차사유란 자체가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상사들이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분위기다. 한 명이 연차를 쓴다고 해도 팀원들이 많기 때문에 일에 큰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조직 분위기에 따라 다르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이모씨(32·여)는 "우리 회사는 사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개인 사정이라고 하면 더 묻지 않는다"면서도 "사유란이 있고 없고가 핵심은 아니다. 결국 조직 책임자한테 왜 연차를 쓰는지 이야기해야 한다는 게 문제 아니냐"고 말했다.

사원이 적은 중견·중소기업일수록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팀원이 적기 때문에 연차를 쓰는건 남에게 곧 피해를 준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출판사 기획팀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29)는 "연차 사유를 쓸 때마다 뭐라고 써야 할지 고민스럽다"면서 "내가 쉬면 나머지 팀원들이 고생할 게 뻔하니 연차 쓸 때마다 죄의식이 들 정도"라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연차사유란이 사라져야 하는 것은 물론 근본적으로 연차를 당당하게 쓰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연차휴가는 법적으로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다. 사측이 연차 사유란을 통해 마치 '연차를 갈 수 있는지 없는지'를 결정하는 것처럼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미호 기자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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