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가 공항으로 '유라 학생' 마중.."점수 잘 주셨던데요 교수님"
중국에서 진행하는 수업 프로그램에 다른 학생들보다 하루 늦게 온 정유라씨를 위해 교수가 새벽에 공항으로 마중을 나간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에서 4일 열린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의 6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모 전 의류산업학과 겸임교수는 지난해 여름 계절학기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 수업 보조교수를 맡아 정씨를 처음 만난 일에 대해 말했다.
유 전 교수는 이 교수의 지시로 지난해 8월 4일 오전 1시에 구이양 공항으로 정씨를 데리러 갔다고 말했다. "만나서 어떤 대화를 했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최순호 검사의 질문에 유 전 교수는 "공항에서는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 숙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앞뒤로 앉아 있었는데 내가 먼저 '유라학생' 하고 말을 꺼냈다"고 말했다.
유 전 교수가 "내가 유라 학생 두 과목을 가르친 강사다"고 하자 정씨가 "아 학점 잘 주셨던데요? 감사합니다 교수님"이라고 말한 일화도 공개됐다.
앞서 정씨는 '컬러플래닝과 디자인', '기초의류학Ⅰ'등 유 전 교수의 수업에서 각각 C+와 B+ 성적을 받고 5학점을 취득했다. 유 전 교수는 이 교수로부터 '정유라가 네 수업을 수강할 건데 잘 해줘라' '이대 학생들은 출석에 예민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 정유라의 출석을 부르지 말아라' 등의 말을 듣고 출석을 전혀 하지 않은 정씨에게 학점을 주었다고 증언했다.
특검팀은 지난해 9월 교육부 감사를 앞두고 유 전 교수가 이 교수로부터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공개했다. 유 전 교수가 "(정유라에게 학점을 주라고) 누구한테 부탁 받으신 것이냐.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하자 이 교수가 몸을 부르르 떨며 "일 커지면 안 돼. 난 정유라를 모르는 걸로 해 줘. 너도 이대 졸업생인데 학교를 위해야지" 등의 말을 했다는 것이다. 또 유 전 교수가 이 교수로부터 "정유라가 네 소개로 내 수업을 듣게 됐다고 하라"는 취지의 말을 듣고 다른 교수에게 울먹이며 전한 상황도 공개됐다.
한편 지난 2월까지 이화여대에서 겸임교수를 맡았던 유 전 교수는 이날 재판에서 "이 사건의 시작부터 오늘까지 학점을 준 사람으로서 너무 너무 잘못했다고 느낀다"면서 "나도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도 안다. 그런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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