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80's 좀비 레트로, 80년대 이야기

리빙센스 2017. 5. 4. 16:44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유행은 돌고 돈다. 미니멀 다음엔 반드시 반대 개념의 믹스매치나 레이어드 스타일의 맥시멀리즘이 오듯이! 그래서 영감의 원천인 80년대는 늘 패션의 중심으로 다시 들어온다. 좀비 음악으로 불리는 '벚꽃 엔딩'의 패션 버전처럼.
CYNDI LAUPER
MICHAEL JACKSON
(왼쪽부터)YCH, YCH, JACQUEMUS, BIG PARK

인스타그램 최고의 스타 켄달 제너는 최근 ‘찢청’ 속 망사 스타킹, 올 풀린 그런지 스타일의 스웨터 패션으로 80년대 분위기를 연출했다. 샤넬 컬렉션에서는 소위 일수 가방 스타일의 벨트 백을 선보이는가 하면 최근 막을 내린 ‘2017 F/W 서울 패션 위크’에서는 빅팍의 박윤수, 데무 박춘무, 키욕의 강기옥, 자렛의 이지연, YCH의 윤춘호 등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디자이너가 오버사이즈, 샤이니한 소재, 파워 슈트, 스트리트 캐주얼 등 80년대 스타일로 런웨이를 장식했다. 와우, 또다시 80년대! 내 인생의 황금기 80년대 복고풍은 이렇게 또 유행 속으로 힘차게 들어왔다. 나의 80년대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TV에서 본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에 빠져들면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1981년 미국에서 개국한 MTV는 24시간 내내 뮤직비디오만 틀어주는 최초의 음악 채널로 전 세계의 음악과 패션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당시 그 채널은 위성으로만 볼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었는데 1983년인가 MTV 뮤직 어워드 시상식이 웬일로 공중파 TV에서 녹화 중계되었고, 그 시절 고등학생이던 내가 우연히 그걸 본 것이다. 그때 본 마이클 잭슨과 허비 행콕의 무대의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내가 대학에서 의류학과를 전공하게 된 가장 결정적 이유이기도 했다. 여자 같은 곱상한 외모와 말투에 반짝이는 재킷과 슬림하고 짧은 바지, 거기에 드러난 하얀 양말, 한 손에만 낀 화려한 반짝이 장갑! 마이클 잭슨의 몸짓 하나, 노래 한마디에 전율이 일었다. 그 이후 대학에 들어가서는 MTV를 볼 수 있는 큰 스크린과 위성 안테나를 구비한 카페 죽순이로 등극했으며 그때 본 마돈나와 신디 로퍼, 컬처 클럽, 애니 레녹스는 나의 우상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1985년 즈음에는 강남역 일대의 ‘월드 팝’과 ‘스튜디오 80’ ‘유니콘’ 등의 나이트클럽은 신나는 디스코, 댄스 뮤직과 함께 화려한 디스코 패션을 뽐내는 패션 리더들의 각축장이었다. 화려한 사이키 조명과 UV 라이트 아래 마돈나 스타일 복장을 한 여자들, 그리고 밀리 바닐리나 바비 브라운, 켄 라즐로 등의 스타일로 꾸민 남자들이 우글거리던 젊음과 패션의 경연장. 나? 당연히 죽순이였음은 말해 무엇하랴!

막강 라이벌의 막강 패션

마이클 잭슨과 프린스 그리고 마돈나와 신디 로퍼. 미국 팝 역사상 가장 유명했던 이 4 명의 이름을 빼고는 패션 역사를 논할 수 없을 만큼 이들의 파워는 막강했다. 그들의 천재적인 음악성이 과도한 패션 연출에 가려질 만큼 영원한 패션 아이콘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마이클 잭슨은 흰색 양말을 신고 발목이 보이는 짧고 슬림한 팬츠와 어깨 견장, 소매 완장, 단추를 풀어헤친 흰색 셔츠 등의 굿 보이 스타일을, 보라색으로 대표되는 프린스는 핑크, 블루, 레드 등의 강렬한 색상에 러플이나 리본, 짙은 메이크업과 긴 곱슬머리 등의 화려한 스타일로 대표되는 배드 보이 스타일을 선보이며 각자의 팬들을 열광시켰다. 섹시한 핀업 걸 스타일의 마돈나는 여성스럽고 화려한 섹시미를 뽐내는 스타였다. 예를 들면 스커트에 레깅스, 티셔츠에 또 슬리브리스 티셔츠, 수십 개의 목걸이와 팔찌를 겹쳐 연출하는 등 믹스매치와 레이어링의 여왕이었다. 반대로 신디 로퍼는 그런지 스타일을 레이어링과 화려한 액세서리의 맥시멀리즘으로 승화시켰다. 전 세계 젊은이들은 MTV를 통해 그들의 패션에 열광하며 따라 했고 전파시켰다. 당시 우리나라의 가장 뜨거웠던 아이돌 스타 김완선의 별명 역시 ‘한국의 마돈나’였다.

(왼쪽부터) CÉLINE, TRUSSARDI,  ISABEL MARANT, VETEMENTS
(왼쪽 위) MICHAEL JACKSON (아래)MADONNA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 80년대 스타일

각양각색의 자유롭고 다양한 스타일이 용광로처럼 들끓던 80년대 패션의 세계는 많은 크리에이터에게 연구 대상이자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영감의 원천이다. 펑크, 디스코, 모던 록, 뉴 웨이브 록, 얼터너티브 록, 브릿 팝, 아메리칸 팝, 힙합 등 역사상 가장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각축을 벌이며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다양성이 존재했던 버라이어티한 시기였다. 디스코, 유니섹스 모드와 함께 80년대 유행 키워드는 바로 힙합이다. 우리나라에선 현진영과 듀스, 서태지로 대표되는 힙합이 90년대에 들어 유행하기 시작했지만 원래 힙합은 60년대 말 시작된 미국의 문화다. 그게 대중적으로 크게 히트를 친 건 바로 힙합 레이블이 나온 80년대 중반이다. 싸이와 함께 타임스퀘어에서 공연해 국내에 더 알려진 80년대 힙합 스타 MC해머, 고 휘트니 휴스턴의 전남편인 바비 브라운, 표절 시비로 물의를 빚고 사라진 흑인 듀오 밀리 바닐리, 솔트 앤 페퍼 등의 힙합 음악과 패션은 전 세계 젊은이들을 열광시켰다. 헐렁한 재킷과 항아리 모양의 디스코 바지, 에어로빅 운동복 같은 스판 바지, 레깅스, 레그 워머, 커다란 체인 목걸이, 스냅백, 스터드나 그로밋이 장식된 가죽 재킷, 백넘버가 찍힌 농구복, 망사 타이츠, 반다나, 후프 귀고리 등등 이들 힙합 스타들이 유행시킨 스타일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차다. 지금 우리 젊은이들이 입고 다니는 스타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놀라울 뿐이다. 요즘 가히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만큼 전 세계 패션 지형을 바꾸고 있는 패션 브랜드 ‘베트멍’과 그 추종 브랜드들을 보면 80년대 당시 빅 사이즈의 유니섹스 스트리트 스타일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그것들은 80년대 당시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저패니즘과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마치 지금, 세상 신선하게 느껴지는 슬로건 티셔츠, 스웨트셔츠, 빅 사이즈 재킷과 코트, 헐렁한 팬츠, 남녀가 함께 입는 프리 사이즈, 아방가르드한 터치의 다양한 재킷과 셔츠, 독특한 헴라인의 팬츠 등은 80년대 이미 휩쓸고 지나간 것들의 리바이벌 버전이다. 단언컨대, 80년대 당시 가장 아름답고 찬란했던 한때를 보낸 우리 40~50대들과, 그들의 동생뻘인 30대, 그들의 자녀들, 이들 모두에게 80년대 음악과 패션은 여전히 전혀 낯선 세계가 아니다. 지금 가장 핫하지만 친숙해서, 그래서 이 유행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다 해도 그때도 80년대는 누구에게나 가장 익숙한 패션 코드가 될 것이다. 그때가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에디터 : 정소나 |  글 : 조명숙 (<스타일엑스> 편집장, 전 <보그> 패션 디렉터) | 사진 : 게티이미지,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워너뮤직 코리아

Copyright © 우먼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타임톡beta

해당 기사의 타임톡 서비스는
언론사 정책에 따라 제공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