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나를 '알아 듣는' 낯선 이를 만날때

입력 2017. 5. 4.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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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터뷰 2개가 밭게 겹치는 바람에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서교동까지 택시를 잡아탔다.

뒷좌석에 올라 기다리는 사람과 통화를 끊고 나니 운전석의 기사분이 불쑥 묻는다.

가사는 전형적인 이별 앞의 사랑 노래.

수요일엔 언론인, 금요일엔 음악 전문가, 토요일엔 좀 엉뚱한 기자.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마스크를 번갈아 쓰며 게임 비슷한 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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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5월 3일 수요일 맑음. 마스크. #246 Michael Jackson 'Behind the Mask'(2010년)

[동아일보]

마이클 잭슨의 사후 발표 싱글 ‘Behind the Mask’ 표지.
얼마 전, 인터뷰 2개가 밭게 겹치는 바람에 서울 마포아트센터에서 서교동까지 택시를 잡아탔다.

“네. 안녕하세요. …어쩌면 조금 늦을지도 모르겠어요. 죄송합니다.”

뒷좌석에 올라 기다리는 사람과 통화를 끊고 나니 운전석의 기사분이 불쑥 묻는다. “혹시… 임희윤 기자세요?”

혹시 아는 사람인가 확인해 봤지만 낯설다. “아니, 어떻게 아세요?” 목소리와 말투가 교통방송 라디오에 나오는 임 기자와 똑같다고, 매일매일 듣기 때문에 그걸 안다고 그분은 답한다.

3월엔 미국 출장을 갔다가 한국에서 온 기업 임원께서 알아봐 주시고 사인까지 요청해 주셨다. 별다른 멋진 사인이랄 게 없는 난 신용카드 결제 확인 서명, 쉽게 말해 ‘밥값 내고 하는 사인’을 해드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분도 목소리와 말투 때문에 알아봤다고, 기대했던 것보다 젊어서 놀랐다고 했다. 날 알아보는, 아니 날 ‘알아듣는’ 낯선 이를 마주치는 건 이상한 경험이었다.

서교동의 목적지에 도착해 택시를 내리면서 나도 모르게 마치 연예인처럼 조금은 꾸며진 말투로 “방송 많이 들어주세요∼” 하며 문을 닫았다. 스스로 흠칫 놀랐다. 이름 없는 기자에 불과하지만 문득 유명해진다는 건 어떤 것일까에 대해 잠시 생각해 봤다.

미세먼지 때문인지 요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마이클 잭슨(1958∼2009)의 ‘Behind the Mask’는 명반 ‘Thriller’(1982년) 제작 당시 녹음됐지만 실리지 못했다가 그의 첫 사후 음반인 ‘Michael’(2010년)에 수록돼 무려 28년 만에 세상의 빛을 봤다. 원곡은 세계 전자음악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 밴드 ‘옐로 매직 오케스트라’가 1978년에 발표했다. 에릭 클랩턴이 자기 앨범 ‘August’(1986년)에 잭슨에 앞서 담아 내놓기도 했다.

같은 곡의 세 가지 버전 모두 제각각의 색채로 흥미롭다. 잭슨의 것은 사후에 나와서인지 가장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가사는 전형적인 이별 앞의 사랑 노래. 다른 연인과 사랑에 빠진 연인을 향해 ‘당신의 사랑은 누구인가’ ‘마스크를 벗고 게임을 당장 멈춰 달라’고 호소하는 곡이다.

방송에 출연할 때마다 서로 다른 색의 마스크를 쓰곤 한다. 수요일엔 언론인, 금요일엔 음악 전문가, 토요일엔 좀 엉뚱한 기자…. 이런 식으로 여러 개의 마스크를 번갈아 쓰며 게임 비슷한 걸 한다. 밤마다 거울 앞에 서 공허한 눈으로 내 진짜 얼굴을 만진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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