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가족 · 문재인 후보 · 시청자들께 사과드립니다

2017. 5. 3. 20: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어제(2일) 8시 뉴스에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관련 시행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으며, 이에 따라서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에 대한 조사도 속도가 붙을 거라는 기사를 방송했습니다.

이 기사는 해양수산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전까지 세월호 인양에 미온적이었다는 의혹과 탄핵 이후 정권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해수부가 인양에 대한 태도를 적극적인 방향으로 바꿨다는 의혹을 짚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는 복잡한 사실관계를 명료하게 분리해서 설명하지 못함으로써 발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세월호 가족과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그리고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어제 기사가 나간 뒤에 저희 기사에 대해서 제기됐던 대표적인 지적은, 해양수산부가 문재인 후보 눈치를 보려고 그동안 세월호 인양을 늦췄다는 거냐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보도 취지는 전혀 그런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렇지만 기사의 앞부분에서 인양 지연 의혹을 세월호 선체조사위가 들여다볼 거라고 전한 뒤에 기사 후반부에 문재인 후보가 언급되는 의혹을 방송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문재인 후보가 인양 지연에 책임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기사 작성과 편집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지 못한 결과입니다.

SBS 보도책임자로서 기사의 게이트키핑 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데 제가 책임을 져야 합니다.

어제 보도에서 또 하나 물의를 빚은 부분은 해수부가 차기 정권에 잘 보여서 고위직 자리를 늘리고 해경을 해수부 산하로 편입시키려는 시도가 있었다는 공무원의 전화 녹취입니다.

기사의 취지는 정권교체기를 틈탄 부처 이기주의와 눈치 보기가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터뷰의 일부 자극적인 표현들이 특정 후보에게 근거 없이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울 수 있는데도 여과 없이 방송된 점, 그리고 녹취 내용에 대한 반론을 싣지 못한 것은 잘못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도 책임을 통감하면서 사과드립니다.

저희는 해당 기사를 SBS 뉴스 홈페이지와 SNS 계정에서 삭제했습니다.

이것은 우선 기사가 게이트키핑에 대한 자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고 이어서 사실과 다른 의혹과 파문 확산의 도구로 쓰이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제가 보도 책임자로서 직접 내린 결정이었습니다.

그 결정에 어떠한 외부의 압력도 없었음을 밝힙니다.

촛불집회의 현장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논란의 현장에서 세월호 인양의 현장에서 객관적 사실에 부합한 기사를 취재해서 전하려고 노력했던 SBS 보도국 기자들 한 명 한 명의 명예를 걸고 제가 확인 드립니다.

'우리는 사실에 기초해 진실을 추구한다. 우리는 권력과 자본을 비롯한 모든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독립해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보도한다. 우리는 객관성과 공정성이 우리 보도의 근간임을 확인하며 이념적 편향을 거부한다.'

저희 SBS의 보도준칙 일부입니다.

이번 보도를 계기로 이 준칙을 거듭 되새깁니다.

저희가 작성한 기사에 대해 사과하고 삭제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기사가 보도된 걸 맘에 안 들어 하는 쪽이든 기사가 삭제된 걸 맘에 안 들어 하는 쪽이든 저희에게는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희 SBS에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항의 방문단이 잇따라 찾아왔습니다.

한쪽은 기사의 의도를 궁금해했고 다른 쪽은 기사 삭제에 외압이 있었는지 물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오늘 하루 기사가 특정정당과 공동기획해서 만들어진 거라는 주장이 나왔고 집권하면 외압을 받아서 기사를 삭제한 SBS 8시 뉴스는 없애 버리겠다는 발언도 나왔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외압도 없었고 공동기획도 없었습니다.

오늘부터는 대선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고 내일은 사전투표가 시작되는, 매우 민감한 시기입니다.

정치권에 부탁드립니다. 저희 보도내용이나 해명과정을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어제 보도를 했던 조을선 기자 얘기를 좀 하겠습니다.

조 기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어느 누구보다 세월호 유족과 미수습자 가족들의 아픔에 공감해 왔고, 올 초에는 대선 후보들을 상대로 세월호 관련 정책을 취재해서 '대선후보들에게 세월호를 묻다'라는 시리즈 보도를 내기도 했습니다.

조 기자는 "의도와는 다르게 방송된 기사로 여러분들에게 상처를 주고 의심을 사면서 세월호 참사 극복에 피해를 끼쳤다"면서 사과했습니다.

이제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이 SNS에 이런 글을 남겼습니다.

"정치권이 당리당략을 위해서 세월호 참사를 이용하거나, SBS를 비롯한 언론이 세월호 참사 앞에서 지나친 보도 경쟁을 해서는 안 된다." 공감하고 반성합니다.

SBS 뉴스는 세월호 미수습자 수습과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해서 묵묵히 취재 보도하겠습니다.

향후 기사 작성과 보도의 전 과정을 철저히 점검해서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제가 책임지고 관리하겠습니다.

아울러, 남은 대선 기간 공정하고 객관적인 선거보도에 한치의 오점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Copyright ©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