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ICT컨트롤타워에 예산권 부여해야

2017. 5. 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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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희 한국전파진흥협회 상근부회장
강철희 한국전파진흥협회 상근부회장

다음주 '장미대선'을 앞두고 차기 정부 정책수립 및 조직개편에 대한 관심과 '4차 산업혁명' 관련 정부의 역할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글로벌 산업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논제로서, 사회 전반에 혁신과 변화를 촉진시키는 주요 동인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현재 제안되고 있는 부처 조직 개편안들은 모두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겠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방법은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은 무엇이고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해야 할 것인가?

작년 다보스포럼에서 화두로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은 미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통일된 개념이 정립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지만, 2011년 발표된 독일의 '인더스트리(Industry) 4.0'과 종종 혼용돼 쓰이는 경우가 많다. 우선 'Industry 4.0'은 좁은 의미의 산업인 제조업을 중심으로 정보통신기술(ICT) 시스템을 결합해 생산시설들을 네트워크화하고 지능형 생산시스템을 갖춘 스마트 공장으로의 진화를 말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광의의 산업, 즉 스마트 공장으로의 진화뿐 아니라 교육, 의료, 농수산업, 교통, 문화 심지어 국방, 치안 등의 공공행정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 ICT 시스템을 결합하고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 인공지능(AI)', 'CPS(Cyber-Physical System)',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 '빅데이터', '로봇' 등의 기술이 융합돼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대변혁을 일으키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말이다.

이미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은 4차 산업혁명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사회를 주도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다양한 전략과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과거 3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세계 최초로 정보통신부를 신설하는 등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 발 빠른 대응으로 선도적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통계를 보면 5G 이동통신 등 일부 기술적인 인프라를 빼고는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조사한 대응순위에서 세계 25위에 머물고 있는 등 획기적인 정책마련이 시급한 때다.

4차 산업혁명을 농업과 의료산업에 적용시키는 예를 가정해 보자. 온실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이팜(e-farm) 시스템과 병원에서의 진단전문가 시스템을 비교해 본다. 우선 온실관리에는 온실 내 환경을 감지하고 제어하는 IoT기술과 정보수집, 기기동작을 위한 유무선통신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과거 온실에서 수집된 작물 재배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AI기술로 미래의 수확 결과를 미리 예상해 사전 대비책을 마련한다. 또한 과거 판매 정보 빅데이터를 분석해 출하 적정시기를 예측해 매출 신장을 꾀하는 전략을 결정한다. 병원에는 수많은 측정기기들이 환자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데, IoT기술을 이용해 유사 질병환자들로부터 수집된 과거 빅데이터를 분석한다. 그리고 환자의 상태에 따른 가장 적절한 치료기술을 AI기술로 찾아서 조속히 현 상태를 개선시키는 조치를 취한다.

두 가지 예에서, 농업과 의료 지식은 서로 다르더라도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이끌 주요 핵심기술은 동일하게 ICT기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별 산업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산업마다 이 기술들을 개발하고 융합시킨다고 하면 중복투자에 따른 폐해가 엄청날 것이다. 최선의 해결책은 하나로 통합된 ICT분야 전문가 그룹이 집중 개발 관리하는 공통 인프라를 구축하고, 여기에 각 산업에 알맞는 지식정보를 접목 융합시키도록 역할분담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축적된 노하우 활용에 따른 개발기간 단축, 예산절감, 시행착오의 최소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현 정부 조직체계는 각 산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도록 종적으로 구획되어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에 적합한 구성이라 할 수 없다. 민 주도냐, 관 주도냐를 떠나 정부에 ICT 컨트롤타워를 둬 체계화되고 표준화된 핵심기술 인프라를 각 산업 부처에 제공해 줌으로써 부처간 정보 공유를 원활히 하고, 중복투자를 미연에 방지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강조할 것은 ICT 컨트롤타워에는 ICT 예산 배정권도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 부처는 분산된 권한을 독립적으로 갖고 있어 부처의 단기적 이익에 몰두하거나 이해관계에 의해 충돌될 때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은 예산 조정권 뿐이기 때문이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우리는 3차 산업혁명인 디지털 인터넷 시대를 슬기롭게 대처해 세계적인 정보통신 강국으로 거듭났다. 4차 산업혁명은 전혀 새롭게 나타난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장기로 하는 ICT인프라를 확대 발전시켜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이다. 어설픈 논쟁에 휘말리지 말고 다가오는 변화의 물결에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준비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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