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타자’ 이승엽(41·삼성)을 두고 프로야구 후배들은 이같은 찬사를 쏟아내며 예우를 갖춘다. 이제껏 프로야구에서 마흔을 넘긴 나이에 그라운드를 호령한 야수는 거의 없었다.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조차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52·전 롯데)와 이승엽의 동갑내기 이호준(NC) 정도다. 촛불로 비유하면 꺼지기 직전의 단계이지만 이승엽은 여전히 팀의 중심에서 ‘사자후’를 외치고 있다.
삼성 이승엽이 2일 두산과의 경기 9회말 2사 1, 2루에서 김상수 안타 때 2루에서 홈까지 달려 개인 통산 최다득점 신기록(1300점)을 달성하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
기록 경신 과정도 극적이다. 이날 이승엽은 경기 종반까지 2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대기록을 다음으로 미루는 듯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팀이 2-5로 끌려가던 9회 1사 후 우전안타를 치며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이후 이원석의 볼넷으로 2루에 안착한 이승엽은 김상수의 좌전 안타 때 마침내 홈을 밟으며 최다 득점 부문 꼭대기에 올라섰다. 이승엽의 기록 경신에 삼성은 9회 박해민의 2타점 3루타를 추가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연장 10회 러프의 굿바이 솔로 홈런으로 6-5 역전승을 거뒀다.
이승엽이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연 최대 강점으로 뽑히는 홈런 생산 능력이다. 이승엽은 생애 첫 홈런왕에 오른 1997년에 96득점을 올렸고 이듬해에는 100득점으로 데뷔 첫 세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이후 2003년까지 6년 연속 세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는데 이는 프로야구 최다 기록이다. 이승엽은 득점왕 수상 횟수도 5차례로 이종범 해설위원과 함께 최다 타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경기 뒤 이승엽은 “팀이 이기는 날 기록이 달성돼 더욱 뜻 깊다. 득점 기록은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훌륭한 선배들과 좋은 후배들이 함께 열심히 뛰어준 덕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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