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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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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 1위 홍준표

대선 TV토론회에 나타난 다섯 후보의 ‘공격-방어 전략’ 숫자로 분석

질문 몰린 문재인은 ‘방어’ 치중
등록 2017-05-03 10:41 수정 2020-05-02 19:28
지난 4월25일 JTBC·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TV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후보들이 각자 기호를 표시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지난 4월25일 JTBC·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대선 후보 초청 TV토론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후보들이 각자 기호를 표시하면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안철수 국민의당, 심상정 정의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국회사진기자단

네 차례 대선 후보 TV토론회 이후 여론조사 지지율이 출렁였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다소 지지율이 빠졌으나 1위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지율이 30%대에서 20%대로 주저앉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두 자릿수인 10%대로,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토론회 이전보다 2배 가까이 오른 7~8%대를 기록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도 1~2% 상승했다.

홍준표, 비방 공격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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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토론에서 대선 후보들이 어떤 공격-방어 전략을 폈기에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던 것일까. 은 1~4차 TV토론회를 숫자로 분석해 후보들이 취한 전략을 복기해봤다. 대통령선거 때 이뤄지는 TV토론은 후보의 이념, 자질, 리더십, 논리력 등을 공개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열띤 무대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TV토론회를 분석한 제1155호 특집 ‘어떻게 말로 공격하고 막았나’에 이어 김은정 경희대 소통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과 함께 분석을 진행했다.

4월13일부터 25일까지 열린 네 차례 TV토론회(표1 참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우선 각 토론회에서 후보들의 질문과 답변 횟수를 헤아렸다. 그러면서 각 후보가 공격에 해당하는 질문을 누구에게 주로 던졌는지, 공격이 ①비방(흑색선전) ②주관적 의견 ③객관적 사실 제시 등 세 유형 가운데 어디에 해당하는지도 분석했다. 답변하면서 상대방을 역공격할 때는 ‘공격’으로 분류했다. 예를 들어, 유승민 후보에게 “옛날 이정희(통합진보당 의원)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한 홍준표 후보의 발언은 ‘비방 공격’에 해당한다.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흑색선전을 하거나, 증명할 수 없는 사안으로 매도하는 표현을 썼으면 ‘비방’으로 분류했다. 공격받을 때 각 후보가 어떤 방어 전략을 썼는지도 살폈다. 방어 유형은 ①감성적(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그런 적 없다”고 응답) ②이성적(구체적인 수치를 들어 반박) ③복합적(감성적+이성적) ④무응답(시간 부족으로 답변하지 못함) 등 네 가지로 나눠 분석했다.

‘공격-방어’를 위주로 분석한 까닭은 후보자들 간 충돌을 통해 다양한 쟁점이 형성된다고 판단해서다. 물론 충돌이 많았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토론이었다고 볼 수는 없다. 후보들이 흑색선전이나 주관적 의견 개진을 통해 이미지 차별화 전략에만 주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적’ ‘세탁기’ ‘갑철수’ ‘강남좌파’ 등 실제 네 차례 토론에서 화제가 된 단어들은 정책 검증보다 흑색선전에 가까웠다.

문재인 향한 질문 28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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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정한 듯이 네 차례 토론회에서 거친 입말을 쏟아낸 홍준표 후보는 ‘비방’ 공격이 단연 많았다. 홍 후보는 다른 후보를 총 135번 공격했는데, 이 가운데 흑색선전에 해당하는 발언이 39건으로 29%를 차지했다. “세 분 토론하는 것 보니까 기획재정부 국장들끼리 논쟁하는 것 같다.”(4월19일 KBS 토론) “문재인 후보도 한명숙 재판에 데모까지 했다.”(4월25일 JTBC 토론) “유승민 후보는 참, 주적이 저기라니까. 꼭 하는 짓은 이정희 같아.”(4월19일 KBS 토론)

홍 후보는 “(문 후보가) 집권하면 북한에 먼저 간다는 것 취소할 거냐”(4월13일 SBS 토론) 등 ‘주관적 의견’에 해당하는 공격도 41%(55건)에 달했다. ‘객관적 사실’을 제시하면서 공격한 경우는 30%(41건)에 그쳤다(그림2 참조). 그는 토론회 내내 노골적으로 문재인 후보에게 동성애, 국가보안법 폐지 등 보수층의 표심을 자극할 만한 질문을 던졌다. ‘홍준표→문재인’ 공격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를 꼽아봤더니 거짓말(17번), 북한(15번), 지도자(15번), 노무현(11번), 검찰(8번) 등의 순서였다. 홍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 계승 여부 등을 캐묻는 방식으로 ‘선긋기’에 나섰다. 질문에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박지원(10번), 지도자(8번), 햇볕정책(6번)이었다. 또 보수층 지지가 겹치는 유승민 후보에게는 ‘강남좌파’ ‘배신자’ 이미지를 끊임없이 덧씌워 견제했다.

안철수 후보는 ‘주관적 의견’을 내세운 공격 빈도가 높았다. “문 후보에게 묻겠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4월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토론) 같은 공격이 절반 이상인 53%(62건)를 차지했다. 홍준표 후보를 제외한 나머지 네 후보의 ‘비방’ 공격은 6~13%로 편차가 크지 않았다.

후보들 간에 ‘비방’ 공격이 어떤 식으로 오갔는지 토론회의 몇 대목을 그대로 옮겨와보자. “안철수 후보님, 국민을 적폐 세력이라고 제 이야기를 모독해서 이야기하는 것이야말로 국민을 모독하는 것이다.” 4월19일 KBS 토론에서 문재인 후보가 목소리를 높이자 안철수 후보는 “이런 게 적반하장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4월25일 JTBC 토론 때 유승민 후보가 계속 81만 개 일자리 공약의 재원을 물고 늘어지자 문재인 후보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우리 정책본부장하고 토론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유 후보를 ‘정책본부장’ 수준으로 비하한 것이다.

문재인·유승민·심상정, 세 후보는 ‘비방-주관적-객관적’ 공격 분포가 거의 비슷했다. 세 사람 모두 절반 이상의 질문을 객관적 사실을 내세운 공격으로 채웠다. 김은정 선임연구원은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토론의 흐름과 방향을 결정하는데, 근거 없는 비방이나 주관적 해석에 의한 질문은 논의를 실체 없는 말싸움의 틀에 가둬버린다”고 지적했다.

전체 질문과 답변 횟수만 놓고 보면,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에 대한 공격이 두드러졌다. 문 후보는 모두 281건의 질문을 받았다. 안철수 후보 184건, 홍준표 후보 98건, 유승민 후보 76건, 심상정 후보 47건 순서로 네 차례 토론에서 질문을 받은 횟수는 여론조사 지지율 순위와 정확히 일치했다. 다른 후보에게 질문한 횟수는 반대였다. 심상정(171건), 유승민(153건), 홍준표(135건) 순서로 많았다. 문재인 후보는 질문한 횟수가 112건으로 가장 적었는데 1위 후보라서 공격보다는 방어에 치중하는 전략을 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안철수, 문·홍·유 골고루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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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후보가 어느 후보를 주로 공격했는지도 흥미롭다. ‘진보 대 보수’ 식으로, 네 편과 내 편을 나눌 수 있다면 전선은 단순하면서도 명확할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 안철수-홍준표-유승민의 지지층이 일부 겹치는 탓이다. 확고한 전선의 반대편이 아니라, 이념·정책 지향이 비슷한 가까운 곳에서 표를 빼앗아오기 더 쉽다. 이런 전략은 에서 확인된다.

문재인 후보는 지지율 2위인 안철수 후보를 가장 많이 공격했다. 총 112건의 질문 가운데 39%인 44건을 안 후보한테 할애했다. 문 후보는 심상정 후보를 가장 적게 공격(16%)했으나, 전체 공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홍준표(3%), 유승민(5%) 후보가 심 후보를 공격한 비중보다 월등하게 높다. 안철수 후보 역시 심 후보 공격이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3년6개월 임기 단축 개헌은 이해가 안 간다”(1차 토론회 문재인), “사드 문제는 국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건데 왜 반대하냐”(1차 토론회 안철수) 등으로 심 후보를 공격한 게 대표적이다.

안철수 후보는 문재인 후보(38%) 공격에 집중하면서도 홍준표(25%), 유승민(22%) 후보 공격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모두에게서 고루 표를 흡수해오려는 전략이 엿보인다. 전통적 보수 후보인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질문의 절반 이상을 문 후보에게 쏘았다. 홍 후보는 66%에 이르는 89건의 질문을 문 후보에게 던졌고, 유 후보도 53%(81건)를 문 후보 공격에 썼다. 두 후보의 또 다른 공적은 안철수 후보였다.

홍 후보는 질문의 26%(35건), 유 후보는 33%(50건)를 안 후보에게 할애했다. 보수 내부의 균열도 일어났다. 홍 후보의 유승민 공격은 5%(7건)로 미미했던 반면, 유 후보의 홍준표 공격 비중은 9%(14건)로 다소 높았다.

1차 토론회 이후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은 심상정 후보는 실제 문 후보를 콕 집어 공격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심 후보의 문 후보 공격 비중은 39%(67건)로 안철수 후보(55건·32%)보다 크게 높지 않았다. 심 후보는 홍준표(25건·15%), 유승민(24건·14%) 후보도 두루 공격했다.

방어 전략에서도 홍준표 후보의 차별화는 두드러졌다(그림3 참조). 객관적 사실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감성적 표현으로 답한 경우가 홍 후보는 전체 응답의 52.9%(55건)를 차지했다. 이성적 방어는 13.5%(14건)뿐이었다. 심상정 후보는 감성과 이성을 동시에 자극하는 복합적 응답 비중(54.7%)이 높았다. 문재인, 안철수, 유승민 후보는 ‘감성-이성-복합’ 비중이 각각 3분의 1씩 엇비슷했다.

질문도 ‘부익부 빈익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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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 TV토론회는 후보자들이 서서 진행하는 스탠딩 토론, 질문과 발언 시간을 제한하는 시간총량제 등 예전과 다른 진행 방식이 도입됐다. 진행 방식에 따라 ‘사회자가 알람 시계’라는 등 비판 여론도 거셌다. 실제 사회자의 발언 횟수를 따져봤더니, 사회자의 개입을 최소화한 2·3차 토론회와 그렇지 않았던 1·4차 토론회의 차이가 컸다(그림1 참조). 1·4차 토론회에선 사회자가 주제에 어긋난 발언을 하는 후보를 제재하거나 보완 설명을 요청하는 등 ‘토론 개입’이 전체 발언의 27.9%를 차지한 반면, 2·3차 토론회에선 남은 시간을 공지하거나 진행 방식을 설명하는 ‘단순 진행’ 발언이 96.7%에 달했다.

데이터를 분석한 김은정 선임연구원은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형식으로 진행된 2·3차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에게 전체의 50% 가까운 질문이 집중된 반면, 심상정 후보는 단 3건의 질문을 받았다. 사회자의 적극적 개입을 고려해야 하는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마지막 TV토론회는 5월2일 열린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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