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선수 최모씨 "삼성, 최순실 반대로 정유라만 지원"

장은지 기자 2017. 5. 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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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재판 첫 증인 신문서 제기, "정씨 지원위해 다른 선수 들러리" 특검 주장과 달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비선실세' 최순실 관련 뇌물공여 등 10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5.2/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삼성이 처음에는 정유라 외에 다른 승마선수들도 지원하려 했으나 최순실의 반대로 당초 삼성의 계획이 틀어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삼성이 정유라를 단독 지원하기 위해 다른 승마선수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특검 측 주장과는 배치되는 진술이다.

정유라, 장시호 등과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승마선수 최모씨는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10회 공판에서 '삼성이 정유라에 대한 단독지원을 숨기기 위해 다른 선수들에게 훈련을 제안한 것이냐'는 특검 측 질문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 '삼성, 다른 선수도 지원하려 했지만 최순실 압력으로 잘못 진행' 증언 나와

최씨는 이날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에서는 정유라 외에 정유라의 경쟁자가 될 수 있는 다른 선수들도 지원하려고 했으나 최순실의 압력으로 잘못 진행된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 과정에 최순실의 반대로 지원이 연기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와 친분이 깊으며 박 전무와 최씨의 부친은 같은 고등학교 동문이다.

최씨는 "다른 선수들도 기회를 갖도록 삼성이 노력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정유라 지원에 중점이 맞춰진 걸로 보이지만 승마계에서 다른 선수들도 기회를 갖게하고 발전하도록 노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정유라가 4~5세였던 2000~2001년 뚝섬승마장에서 정유라를 처음 봤으며, 장시호와는 고등학교 선수시절인 1995~1996년부터 친분을 유지해왔다. 정유라의 부모인 최순실 정윤회와도 인사를 하며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진술했다. 최순실의 영향력에 대해서는 2005년 자신의 폭행시비를 장시호 측이 무마해준 사건과 2006년 최씨의 어머니가 최순실이 최태민 목사의 딸이라는 것을 얘기해주면서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최순실과 박근혜의 '깊은 관계'에 대해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진 후에야 인지했다고 했다. 승마계에서는 2013~2014년부터 최순실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이는 박원오 전무가 최순실의 영향력에 대해 부풀려 이야기하고 다니면서 승마계에 소문이 퍼진 것이라고 했다. 최씨는 "2006년에는 박근혜 당시 국회의원과 관계 있다고는 생각을 못했고 정윤회 아저씨가 영향력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씨 증언에 따르면, 최씨는 2015년 10월 한일승마대회 환영연에서 만난 박원오 대한승마협회 전무로부터 승마협회 차원의 해외 전지훈련에 관심있느냐는 말을 들었다. 당시에는 후원사가 '삼성'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며, 전지훈련이 독일에서 이뤄지며 말 지원 규모가 몇십억원 단위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승마협회 이모 차장으로부터 독일 전지훈련 참여를 제안받았고, 당시 금메달리스트 위주로 지원 선수를 뽑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에 최씨는 훈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10월21일 승마협회에 독일전지훈련단 마장마술분야 파견선수를 공식요청했고, 승마협회는 다음달인 11월4일 최씨를 포함한 선수 10명을 추천했다.

최씨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가 승마선수의 해외 전지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이상하거나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승마협회를 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삼성이 전지훈련을 지원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라고 진술했다.

삼성전자는 2010년에 승마 선수단을 해체하고, 삼성전자승마단이라는 이름으로 사회공헌 차원에서 장애어린이들을 위해 재활승마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최씨는 2005~2008년도에 삼성전자 승마단 소속으로 활동했다.

◇ 최씨 증언, 특검 진술조서와 차이 놓고 공방

이날 특검의 증인에 대한 진술조서 작성 방식에 대한 공방도 벌어졌다.

특검 측이 공개한 올해 1월 증인의 진술조서에는 최씨가 '삼성이 정씨에 대한 단독지원을 숨기려고 했던 것 같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온다. 이는 이날 최씨의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최씨의 자필 작성이 아니라 특검이 조서를 작성하고 최씨는 이 내용이 맞는지 확인하고 서명한 것으로 조서에 기재될 내용과 문장 구성 등은 특검이 타이핑한 것"이라며 "유독 이 진술서에는 증인의 생각과 추측이 많은데 오늘 증언과 비교해보면 증인 생각과 진술조서 사이에 차이가 좀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진술서 작성은 자필로 적는 경우도 있고 자필이 어려우면 타이핑해주는 경우가 있는데 두 경우 모두 효력에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최씨는 "오랜 시간 조사를 받아 피곤한 상태였고 진술 대부분 '그랬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의 성격이었다"고 설명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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