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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식당 신드롬’은 리얼리티와 판타지의 절묘한 공존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기자] tvN ‘윤식당’이 왕대박이다. 최고 시청률이 16%에 도달했으며, 10대부터 50대까지 폭넓은 연령층에 인기다. 사람들이 모이면 ‘윤식당’이 대화의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70세인 윤여정은 새삼 인기를 실감하고 있으며, ‘윰블리’ 정유미에게는 CF 섭외가 밀려들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윤식당’ 메뉴인 불고기 요리 레시피와 파인애플 주스 만들기가 성행함을 알 수 있다. 가루다항공은 ‘윤식당’ 촬영지인 길리섬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길리섬 여행 후기’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윤식당’의 신드롬급 인기는 리얼한 부분과 로망을 자극하는 판타지가 잘 섞여 있는 데에서 나온다.

리얼한 부분은 윤여정 사장과 주방보조 정유미, 이서진 상무, 알바생 신구가 따근따끈한 음식과 신선한 주스를 만들어 내놓는 모습, 즉 열과 성의를 다하는 그림이 우선이다.

메뉴가 별로 많지 않지만 외국사람들이 이 음식을 먹으면서 보이는 반응과 외국손님들이 휴가중 나누는 대화도 큰 재미 요소다. 한국음식에 대한 이들의 반응이 궁금하면서 신기하며,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엄지 척을 내보낼 때는 은근히 자부심이 느껴진다.

특히 윤여정 사장의 요리에 대한 몰입이 리얼리티를 강화시켜준다. 주문이 몰리면 안절부절 못하기도 하지만, 열정은 대단하다. 이진주 PD도 식당이 하룻만에 철거됐지만, 윤여정 씨가 다시 열겠다는 의지가 강했는데, 이 부분이 ‘윤식당’ 흐름에서 중요했다고 한다.

하지만 ‘윤식당’의 더 큰 인기는 판타지에서 오는지도 모른다. ‘윤식당’은 “짧은 일정의 외국 휴가에서 돌아오기 싫을때, 그곳에서 조그만 가게나 한번 열어보면 어떨까?”라는 이진주 PD의 발상에서 시작됐다.

일단 한적한 이국의 리조트 섬에 가서 음식장사 하는 모습을 담은 자체가 일반인에게는 멋있는 로망이다. 게다가 ‘윤식당’은 매출을 걱정하지 않는다. 매출액을 걱정하지 않는 식당이라는 말 자체가 판타지다. ‘윤식당’처럼 하루 20인분 팔고 문 닫으면 4명의 직원 월급주기도 힘들다. 이들이 걱정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시청률 뿐이다. 하지만 배우인 이들이 실제로 식당이 생업이 되면 많이 달라질 것이다.

‘윤식당’이 현실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고 해서 가치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거기서 가치가 나온다. 사람들은 현실의 세계(생존의 공간)와 실존의 세계(판타지의 공간)를 아울러 지니고 있다. 앞만 보고 달려가는 생존의 세계에서는 ‘나’에 대한 이야기가 빠져있다. 하지만 판타지의 세계에서는 ‘나’를 돌아볼 수 있다. 상상할 수 있다. 각박한 현실을 떠나 환상과 꿈을 떠올릴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들이 만들어진다. 실존의 공간은 극장이나 TV 예능이건, 여행지나 펜션이건, 잔디밭이나 패들보트이건 상관이 없다.

‘윤식당’을 보고 있으면 한 템보 느리게 갈 수 있는 감성여행에 동승한 기분이지 않은가? 자신을 돌아보고 바쁘게 달려온 인생을 한번쯤 되돌아보는 판타지 여행. 매주 1시간 30분짜리 ‘윤식당’이라는 판타지 공간을 받아들이는 방법은 이런 것이었으면 한다. 물론 로망은 로망일 뿐이다. 하지만 잠깐이나마 이 판타지 공간을 통해 사람들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좌우를 둘러보고 온 길을 다시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윤식당’의 효용가치는 꽤 높은 셈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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