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짓는 시설 줄이는 조선사들, 남는 인력 어쩌나

전재호 기자 입력 2017. 5.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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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당장 건조할 물량이 부족한 조선사들이 남는 인력 재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을 수주해도 설계, 자재조달 등의 과정을 거치면 실제로 배를 짓기 시작하는 데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최근 2~3년간 '수주 가뭄'을 겪으면서 조선사들이 보유 중인 모든 독(dock·선박을 건조하는 설비)을 가동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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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주 늘지만 당장 지을 배 없어 독 가동 중단 잇따라 내년까지 5000명 감축 필요한 빅3, 구조조정 목적도 있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조선DB

올해 들어 전 세계 선박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당장 건조할 물량이 부족한 조선사들이 남는 인력 재배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박을 수주해도 설계, 자재조달 등의 과정을 거치면 실제로 배를 짓기 시작하는 데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데 최근 2~3년간 ‘수주 가뭄’을 겪으면서 조선사들이 보유 중인 모든 독(dock·선박을 건조하는 설비)을 가동할 수 없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능력 감축 등 조선사들이 진행 중인 구조조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1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009540)은 다음달 중순 군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다. 지난해 수주 가뭄을 감안해 현재 군산조선소에서 짓고 있는 배의 진수식을 끝으로 독을 잠정 폐쇄할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조선소 10개, 군산조선소 1개 등 총 11개의 독을 보유한 현대중공업은 현재 일감이 부족해 울산조선소 4, 5 독의 가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군산조선소 독 가동도 중단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연내에 울산조선소 독 1~2개의 가동도 추가로 중단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010140)은 육상 독 3개와 해상 독 5개를 보유 중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해상 독 1개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대우조선해양도 5개 중 2개의 독을 내년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조선소 독에는 수백 명의 생산직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조선사들은 독 가동을 중단하면서 남는 인력을 계열사로 돌리거나 다른 독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현재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는 약 700명의 직원이 근무 중이다. 현대중공업은 면담을 통해 일부는 울산 사업장으로 보내고 일부는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사로 보낼 예정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작년에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재작년과 작년에 4000명의 인력을 줄였기 때문에 올해는 인위적으로 인력을 조정하지 않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군산조선소 인력들을 어디에 배치할지 직원들과 면담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삼성·대우조선해양 등 ‘빅3’의 수주 잔량은 단일 조선소 기준으로 4월초 현재 세계 1~3위를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 옥포조선소가 624만6000 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선박 종류별로 부가가치를 따져 매긴 무게 단위)로 가장 많고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326만2000 CGT,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325만6000 CGT 순이다.

수주 잔량이 많은데도 배 짓는 시설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매각하는 이유는 수주에서 실제 건조까지 이어지는 데 1년 안팎의 시간이 필요해 수주해도 당장 배를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건조 능력을 축소해 자연스럽게 인력을 줄이려는 구조조정의 의도도 있다. 예를 들어 A, B 독에서 배를 짓고 있다면 일감을 A 독으로 합치고 B 독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매각하는 것이다.

2015년 이후 약 9100명의 인력을 감축한 ‘빅3’ 조선사들은 채권단과 체결한 자구계획안에 따라 내년 말까지 약 5000명의 인력을 추가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조선사들은 정년퇴직 등 자연 감소분이 있고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탈자가 나오면 인위적으로 조정해야 하는 인력이 5000명보다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작년에 선박 발주가 바닥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최근 수주 물량이 늘고 있어 하반기로 갈수록 사정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남는 인력은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답답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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