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의 그라운드, 이대호와 심판의 시각 차이

안희수 2017. 5.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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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안희수]
개막 4주 차를 맞이한 KBO리그가 선수단 심판 사이 '불신'으로 얼룩졌다. 같은 상황을 받아들이는 시각 차이가 크다.

4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롯데전에서 롯데 이대호(25)가 퇴장을 당했다. 상황은 이랬다. 4회초 2사 1·2루에서 이대호는 두산 선발 장원준의 2구째를 타격했다. 홈플레이트 부근에 튄 공은 크게 바운드됐고, 두산 포수 박세혁은 포구 뒤 이대호를 태그했다. 문동균 주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타구가 1·3루 파울 라인과 홈플레이트 빗변을 잇는 페어 지역 안에서 포구됐다고 본 것이다.

파울 타구에 아쉬운 표정을 짓던 이대호는 아웃 판정에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조원우 롯데 감독도 그라운드로 나와 가세했다. 내야에서의 파울-페어 여부는 비디오 판독 대상이 아니다. 판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낮았다. 이 상황에서 박종철 3루심이 이대호에게 퇴장 명령을 내렸다. 이대호는 헬멧을 3루쪽 원정팀 더그아웃 앞으로 던지며 '판정 불복'으로 비칠 수 있는 행위를 했다. 개인 장비를 푼 뒤 다시 주심에게 다가가 항의를 하기도 했다.

야구규칙 9.01(심판원의 자격과 권한) (d)항에는 '심판원은 선수, 코치, 감독 또는 교체선수가 재정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스포츠맨답지 않은 언행을 했을 경우 출전자격을 박탈하고 경기장 밖으로 퇴장시킬 권한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 9.02 심판원의 재정 (a)항은 '타구가 페어이냐 파울이냐하는 심판원의 판단에 따른 재정은 최종의 것이다'고 규정한다.

심판의 퇴장 결정은 규칙에 의거했다. 야구규칙 4.06은 '말이나 사인 등으로 관중의 소란을 부추기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당시 심판진은 "이대호가 판정에 격하게 항의를 했고, 헬멧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했다"며 퇴장 조치를 내린 사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다음날인 30일, 심판의 퇴장 조치에 대해 불만을 말했다. 그는 "많은 팬 앞에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하다"며 먼저 사과를 했다. 하지만 퇴장 판정에는 완전히 수긍하지 못했다. 이대호는 "헬멧을 던진 시점에서 퇴장 조치가 나왔다면 수긍했을 것이다. 심판을 향한 불만을 드러낸 건 아니지만, 나도 잘못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선 아무런 말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멀리 있던 다른 심판(3루심)이 내게 와서 대뜸 '뭐 하는 행동이냐'고 하더라. '왜 관중을 선동하느냐'고 하기도 했다. 내 태도를 문제로 봤다면 사유를 설명하고 경고 조치를 먼저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격양된 모습으로 강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심판진은 '퇴장 시점'에 대해 이대호와 의견이 달랐다. 김풍기 심판위원장은 "선수가 자신의 퇴장 시점도 모르는 것 같다. 이미 헬멧을 던진 시점에서 바로 퇴장 조치가 내려졌다. 중계화면에 잡히지 않았을 뿐이다"고 했다. 반말도 없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올 시즌부터 선수들에게 절대 반말을 하지 않기로 경기 운영 매뉴얼 조항을 만들었다"고 했다. 2루심이던 박기택 심판은 "이대호가 퇴장 이유를 묻기에 '조원우 감독에게 설명할 테니 들어가세요'라고 했다"고 전했다. 존대말을 썼다고 강조했다. '야'라는 말은 "다른 위치에서 언쟁 중인 다른 심판에게 한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심판은 그라운드에서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를 부정하면 야구 경기는 아수라장이 된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는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풍기 위원장은 "법정에서 난동을 핀 사람을 그대로 놓아두겠는가. '헬멧을 세게 던지지 않았다'는데 그 말은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대호는 "헬멧을 던진 것으로 퇴장을 당했다면 수긍하고 인터뷰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심판은 '규칙'을 이야기 했고, 선수는 '감정적인 대응'을 의심했다.

올시즌은 판정에 대한 시비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다. KBO는 올해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적용하고 있다. 선수와 심판 모두 적응기가 필요하다. 판정에 대한 의구심이 있을 때 선수와 심판 사이에는 불신이 싹튼다. 루킹 삼진으로 돌아서는 타자들의 표정이 말해준다.

이런 상황일수록 심판 입장에서 선수들의 항의를 다 받아주면 곤란해질 수 있다. 하지만 그럴수록 퇴장을 포함한 판정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진행돼야 한다. 29일 상황은 페어지역이 흰선으로 구분되지 않은 지역에서 일어났다. 원래 논란이 많은 지역이다. 타구가 파울 지역에 최초 바운드 되더라도 포수가 페어 지역 안에서 포구하면 페어다. 박세혁의 포구 위치는 파울 선상에 걸치는 듯 보였다. 애매했다. 그런데 이때 이대호는 홈플레이트를 등지고 서 있었다. 포구 위치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이대호가 규칙을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어쨌든 야구장에서 불필요한 감정 싸움이 일어나면 피로감이 커지는 쪽은 팬들이다. 29일 잠실구장에서는 만원 관중이 이대호의 퇴장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잠실=안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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