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홍성흔은 울지 않았다..가족이 울었다

배영은 2017. 5. 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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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배영은]
홍성흔(41)은 울지 않았다. "울면 지는 것"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다. 그러나 가족이 울었다. 딸이 울고, 아들이 울고, 이내 아내가 울었다.

'영원한 캡틴' 홍성흔은 지난달 30일 잠실 롯데전에 앞서 은퇴식을 열고 정든 홈구장에 정식으로 작별 인사를 했다. 잠실구장 홈플레이트에 마지막으로 입을 맞췄고,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손을 흔들었다. 포수로서 마지막으로 공도 받았다. 그 공을 던진 사람은 딸 화리양이었다. 타석에는 아들 화철군이 서 있었다.

홍성흔의 딸 화리양과 아들 화철군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 손을 잡고 종종 야구장을 찾았다. 잠실구장을 빛낸 마스코트였다. 안타가 나오면 팔짝팔짝 뛰었고, 삼진을 당하면 울상을 지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그라운드에서 치고 달리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남매는 오랜만에 유니폼을 입고 잠실구장 마운드에 선 아버지의 모습에 연신 눈가를 훔쳤다. 딸과 아들의 눈물을 본 어머니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그러나 홍성흔은 의연했다. 전광판에 하이라이트 영상이 상영될 때도, 오픈카에 올라 잠실구장 외야를 한 바퀴 돌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씩씩하게 스스로 준비한 고별사를 읽어 내려갔다. 새벽같이 일어나 정성껏 준비한 문장이라고 했다. "잠실구장은 18년 동안 팬 여러분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던 곳인데, 지금은 오로지 나만 축하를 받는 것 같아 미안하고 감사하며 영광"이라고 인사했다. 또 "솔직히 이 야구장을 미친 듯이 뛰어다니고 팬 여러분의 열정적인 응원을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털어놓으면서 "이렇게 많은 팬 여러분의 축복 속에 지금 감사히 떠나겠다. 사랑을 잊지 않고 훌륭한 선배이자 지도자로, 선수 때보다 더 멋진 모습으로 찾아뵙겠다"고 약속했다.

홍성흔은 1998년 두산의 전신 OB에 1차 지명돼 지난 시즌을 끝으로 두산에서 은퇴했다. 두산은 홍성흔이 선수 생활의 처음과 끝, 그리고 대부분을 보낸 팀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4년간 FA(프리에이전트)로 이적해 롯데 유니폼을 입기도 했다. 두산은 이 점을 고려해 일부러 은퇴식 날짜를 롯데전에 맞췄다. 롯데도 옛 동료를 위해 적극 협조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은퇴식 전 홍성흔의 인터뷰 시간을 내주기 위해 취재진과 만나는 시간을 30분 앞당겼다. 조 감독은 홍성흔을 "열정적인 선수"로 기억하면서 "더그아웃에서 분위기도 잘 띄우고, 그라운드에서는 책임감 있는 플레이를 했다. 리더십이 뛰어났던 선수"라고 회상했다.

홍성흔과 함께 뛰었던 롯데 주장 이대호도 경기 전 더그아웃 뒤에서 만나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50살까지 야구할 것 같았는데, 왜 이렇게 일찍 그만뒀느냐"는 농담도 건넸다. 은퇴식 때는 직접 꽃다발을 선물하며 선배의 앞날을 축복했다.

홍성흔이 야구계에 남긴 족적만큼이나 성대하고 의미 있는 은퇴식이었다. 샌디에이고 산하 루키팀에서 인턴 코치로 연수를 받던 그는 이 자리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일시 귀국했다. 은퇴식 후에는 잠시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3일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를 계획이다.

홍성흔은 "가족들에게 가장 미안하다. 선수 시절 계속 떨어져 지내다가 '이제는 함께 살겠지' 했을 텐데, 다시 내가 미국으로 간다"며 "아내가 앞으로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달라며 이해를 해주더라. 딸과 아들도 응원해줬다. 가족 덕분에 내가 힘을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홍성흔의 시포를 마지막으로 은퇴식은 막을 내렸다. 그는 시구자인 딸, 시타자인 아들의 양 손을 잡고 천천히 잠실구장 그라운드를 빠져 나갔다.

잠실=배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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