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고 있다" vs "당신도 교수냐"..'막장' 이대교수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입력 2017. 5. 1. 05:03 수정 2017. 5. 1.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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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에서 끝까지 정유라 책임 떠넘기기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학사 비리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화여대 정유라 입시.학사 부정비리 사건과 관련된 이대 교수들에 대한 1심 재판이 막바지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하지만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해 남궁곤 전 입학처장, 김경숙 전 학장, 이인성 교수 등은 재판에서 한결같이 책임을 아랫사람들에게 떠넘기는 행태로 일관하고 있다.

이에따라 법원 안팎에서는 학자적 양심을 끝까지 저버린 '막장' 이대 교수들이 벌이는 '한편의 소극(笑劇)'이라는 비아냥마저 나온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최순실씨 딸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를 제공해 재판을 받고 있는 류철균 신산업융합대학 교수와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에게 징역 2년과 3년을 각각 구형했다.

특검은 해당 교수들이 "아무런 반성하는 빛이 없다"며 중형에 해당하는 구형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특히 박충근 특검보는 "조폭도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돌리지 않는데 조폭보다 못한 교수들"이라고 일갈했다.

구속 기소된 교수들은 재판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교수직이 박탈 된다.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에게 입시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는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좌)과 류철균 교수.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김경숙 "소설 쓰고 있다" vs 류철균 "당신도 교수냐"

지난 4월 14일 서울중앙지법 519호 법정.

김수정 부장판사(서울중앙지법 형사 29부) 심리로 열린 김경숙 전 신산업융합대학장에 대한 공판에서는 류철균 교수가 증인으로 출석해 서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는 공방을 연출했다. 이날 두 사람 충돌은 말이 '공방'이지 상아탑 지성이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꼴불견'에 가까운 행태였다.

증인으로 나온 류철균 교수는 "김 전 학장이 작년 3월 전화해 '정윤회 딸이 입학했는데 정윤회 딸이라고 애들이 왕따를 시켜 우울증에 걸렸다. 학교 차원에서 발생한 것이니 보살펴 줘야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류 교수는 이어 김 전 학장이 "'학생과 엄마를 보낼 테니 면담하고 학점·출석 편의를 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학사비리 문제가 불거져 감사를 받게 되자 김 전 학장은 "내가 정유라를 봐달라고 한 게 아니라 체육특기자 일반을 봐달라고 한 것으로 말해야 둘 다 산다"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학장은 "선생님이 소설을 쓰는 건 알지만 어떻게 없는 얘기를 만드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김학장은 이어 "최씨 모녀가 찾아간 것도 류 교수가 오라고 해서 연구실로 간 것"이라며 "거의 100%에 도달할 정도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류 교수를 맹비난했다.

류 교수는 "당신도(학장님도) 교수냐"고 격하게 반응했다. 류 교수는 "내가 이화여대에 와서 13명을 학장으로 모셨지만, 다 선량한 분들이었는데…. 이 마당에 이렇게 부인해도 되냐"고 받아쳤다.

남궁곤 전 이화여대 입학처장(좌)과 이인성 교수.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최경희, 남궁곤·이인성…'책임 전가의 달인들'

특검은 최경희 전 총장을 비롯해 5명의 이대 교수를 구속기소하고 이원준 교수 등 2명을 정유라 입시.학사 비리와 관련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 가운데 이원준 교수를 제외하고는 총장이든 처장이든 학장이든 윗선 책임자들은 재판 내내 자신의 책임을 모면하는데만 혈안이 되고 있다.

최 전 총장은 재판 때마다 "요즘 대학 경쟁력을 위해 우수 학생 유치전이 치열하다는 현실을 알아 달라"며 장황하게 설명한다.

이대가 130년 전통의 명문 사학이지만 현재 대학의 현황을 보면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재판장이 꼭 이해해 주길 바란다는 식이다.

총장으로서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정유라를 입학시킨 것이지 어떤 특혜나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변소이다.

남궁곤 전 입학처장의 책임 회피 또한 오십보백보이다. 남 전 처장은 "체육특기자 면접 위원들에게 "금메달요. 금메달입니다"라고 외친 이유를 묻자 "특혜 청탁을 받은 사실은 없고 수월성에 기반한 우수 학생을 뽑아야 한다는 희망 때문이었다"고 둘러댔다.

남 전 처장은 정유라가 승마 특기생으로 지원한 사실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우연히 김경숙 학장을 만났더니 정윤회씨 딸인 승마 유망주가 지원했다'는 말만 들었다"면서 당시 총장과 처장, 학장간 조직적 공모 관계를 숨기는데 철저했다.

특검은 공판에서 남 전 처장이 '사실'을 실토하지 않고 '과실'처럼 몰아가자 '위증죄'를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최경희 전 총장의 '베스트프랜드' 이른바 '절친 관계'인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제자 교수에게 책임을 떠넘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제자를 울렸다.

이 교수는 "정유라에게 학점 특혜를 준 것은 학교 방침에 따른 것이고 정유라가 구체적으로 출석을 하지 않은 사실도 나는 몰랐고 제자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떠밀었다.

특검은 이 교수에게 3년을 구형하면서 "아랫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고 자신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버틴다"며 "조폭보다 못한 교수"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또 "이 교수는 십수년 밑에서 궂은 일을 하고 교수 임용을 원하던 제자의 허탈감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말해 책임을 모면하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특검은 '왜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했나 자책감이 든다. 누구의 잘못인지 대답해 달라'는 내용을 담은 이대 학생의 대자보를 언급하며 "총장이든 다른 어떤 교수든 다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며 책임을 전가하기에 급급하다"고 개탄했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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