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선의 워싱턴 Live] "워싱턴 오물과 떨어지니 좋다".. 트럼프, 끼리끼리 100일 잔치

강인선 기자 입력 2017. 5. 1.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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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0일.. 펜실베이니아 연설]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과 겹치자 불참하고 大選 승리 지역으로.. 연설 첫 10분간은 '언론 때리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새긴 빨간모자 쓴 중년남자 부대 몰려
다른 한쪽선 反트럼프 피켓 시위

29일 취임 100일을 맞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 100일 잔치'를 열렬 지지자들과 함께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의 행사장 '팜 엑스포 센터(Farm Expo Center)'엔 이날 오후부터 수천 명이 몰려들었다. 한여름 같은 날씨에 주차장을 돌고 도는 긴 줄이 이어졌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박수를 치며 무대로 걸어들어오자 지지자들이 모두 일어나 환호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로, 취임 100일 대통령으론 역대 최저라는 최근 여론조사 결과가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청중들은 "매우 생산적이었다"며 취임 100일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아낌없는 환호를 퍼부었다. 수시로 "트럼프!"와 "유에스에이!"를 외쳤다. 지난해 대선 때 수없이 봤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유세를 보는 듯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난 100일은 순탄치 않았다. '워싱턴 아웃사이더'로서 기득권층을 흔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혼란을 유도하고 충격을 준 탓도 있다. 야심 차게 시도했던 오바마케어 폐지와 반(反)이민 행정명령 등은 각각 의회와 법원의 반대로 암초에 부딪혔다. 의기소침할 법도 한데 '트럼프 월드'에선 생각이 다르다. 업적이 있지만 언론이 제대로 보도를 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시간짜리 연설 첫 10분을 언론 때리기에 쏟아부었다. 그는 '망해가는 신문사 뉴욕타임스'와 '가짜 뉴스 CNN과 MSNBC'를 비판한 후 "언론은 무능하고 부정직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언론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의도적으로 부정적으로 보도한다"고 비판했다.

29일(현지 시각) 미국 뉴욕 시민들이 5번가 트럼프 타워 앞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이들은‘100일간의 지옥’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행진했다. /EPA 연합뉴스

트럼프 취임 100일은 공교롭게도 워싱턴에서 가장 큰 관심사인 '백악관 출입 기자단 만찬일'과 겹쳤다. 트럼프는 만찬 대신 워싱턴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해리스버그 집회를 택했다. 비판자이자 감시자 대신 열성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100일 기념일을 보낸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할리우드 배우들과 워싱턴 기자들이 지금쯤 워싱턴 호텔 연회장에서 서로 위로하고 있겠지.…백악관 출입 기자 만찬에서, 대통령도 없이!"라고 했다. "워싱턴 오물들과 160㎞ 떨어진 곳에서 그들보다 훨씬 더 멋진 사람들과 함께 있으니 정말 좋다"고도 했다.

지난 대선의 최고 격전지였던 펜실베이니아주는 트럼프에게 특별한 곳이다. 펜실베이니아주는 1988년 이후 처음으로 공화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줘 트럼프 대통령 만들기의 1등 공신 역할을 했다. 트럼프는 그래서 "취임 100일을 축하하는 장소로 펜실베이니아만 한 곳이 없다"고 했다.

이날 행사장 근처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새긴 빨간 모자를 쓴 중년 남자 부대가 몰려들었고, 또 한편엔 "대통령은 세금 보고서부터 공개하시죠"라고 쓴 피켓을 든 반(反)시위대가 서 있었다. 행사장 안에 몰래 숨어든 반트럼프 세력이 구호를 외치다 경비원들에게 끌려나가기도 했다.

트럼프가 과거와 비교해 확연하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중국에 대한 생각이다. 지난달 6~7일 미·중 정상회담 이후 수시로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을 표시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시 주석이 "좋은 사람(a good man)"이라며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지) 좀 지켜보자"고 했다. 그는 "시 주석과 몇 시간 동안 얘기를 했다"면서 "북핵 문제 도와 달라고 해놓고, '그런데 중국은 환율 조작국이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해명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1시간에 가까운 연설 주제는 국경 문제, 방위비 분담, 일자리 등으로 중국에 대한 생각을 제외하고는 새로울 게 없었다. 그것은 트럼프의 생각이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대규모 대중 집회를 통해 '충전'받는 트럼프 스타일도 변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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