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수학가치 더 중요 '10% 수학인재'가 미래 주도"

박근태 2017. 4. 30.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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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란 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학에 공포감을 느끼는 건 결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수학자 존 오켄돈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77·사진)는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산업에서 수학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영국에서도 수학자를 만나길 꺼리고 수학이란 말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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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수학 창시자 존 오켄돈 교수
'수학 공포'는 전세계적인 현상
데이터·딥러닝 활용에 수학 필수
산업수학 키워야 기업 발전해

[ 박근태 기자 ]

“한국에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사람)란 말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학에 공포감을 느끼는 건 결코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수학자 존 오켄돈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77·사진)는 지난 29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산업에서 수학이 활발하게 사용되는 영국에서도 수학자를 만나길 꺼리고 수학이란 말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에서 가치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주최로 28일 광주광역시 조선대에서 열린 대한수학회 봄 학술연구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오켄돈 교수는 “빅데이터와 딥러닝이 활용되면서 수학을 쓸 일이 점차 줄 것 같지만 의미를 찾아내는 핵심엔 수학이 자리하고 있다”며 “점점 더 수학에서 가치를 찾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68년 순수 수학이 주도하던 영국에서 산업수학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50년 가까이 산업계 난제 해결을 주도한 산업수학의 권위자다. 동시에 1989년 설립된 세계 최고 권위의 산업수학연구소인 옥스퍼드산업응용수학센터를 19년 넘게 이끌었다. 2014년부터는 산업수학 전문 컨설팅 회사인 스미스연구소 수석 수학자를 맡아 정부와 민간기업의 애로를 해결해주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주파수 경매 컨설팅도 맡았다. 그와 동료 수학자들은 휴대폰을 비롯한 각종 통신 전파와 방송사 전파들로 이해관계가 복잡했던 미국의 주파수 배분표를 분석해 최적의 경매 낙찰가를 찾아냈다. 복잡한 시스템에서 최적의 값을 찾아내는 ‘최적화 이론’이란 수학을 활용한 결과다. 1984년부터 30년 넘게 자문을 맡고 있는 필터 업체인 미국의 폴사는 매출 100만달러에서 20억달러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해마다 20~30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켄돈 교수가 산업수학이란 말을 사용하기 시작한 1960년대 말에도 응용수학이란 용어가 있었다. 2차 세계대전부터 암호, 통신 등에 수학을 사용하긴 했지만 막상 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나가지는 못했다. 영국 정부가 영국왕립학회를 통해 후원자로 나섰다. 오켄돈 교수는 “산업수학은 기업에 실질적 도움을 주지만 사회와 산업계가 막상 가치를 깨닫는 데는 시일이 오래 걸린다”며 “공공영역에서 산업수학을 활용한 성공사례를 많이 만들어 기업들이 중요성을 파악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원 석사 과정에 산업수학이 개설될 정도로 발전한 영국에서도 우여곡절이 있었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옥스퍼드대 수학과 상위 20% 졸업생이 다른 회사보다 연봉을 세 배 많이 주는 은행으로 취업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금융위기가 수학전공자들이 다른 산업계에 골고루 퍼져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오켄돈 교수는 한국 정부가 올해 대학 두 곳에 산업수학센터를 지정하려는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산업수학은 앞으로 의료 빅데이터, 바이오 이미징 등 새로운 영역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순수수학도 산업 발전과 함께 더욱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 모든 구성원이 수학을 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자질이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수학자들의 10%만 산업에 관심을 둬도 산업계의 많은 현안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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