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누가 이 아이를 모르시나요"

박진영 2017. 4. 3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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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10월19일,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아들 진영이가 사라졌다.

서울역에서 진영이를 안고 있던 아내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잠깐만 봐 달라며 낯선 남자에게 아이를 맡긴 게 화근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 남자는 온데간데없었고 역사 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진영이를 찾지 못했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일을 쉬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신변 안전교육과 실종 예방 교육을 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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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 불명 실종 자녀 592명.. 가정의 달 더 서러운 부모들 '아이 찾아 삼만리'

1997년 10월19일, 태어난 지 100일도 안 된 아들 진영이가 사라졌다. 서울역에서 진영이를 안고 있던 아내가 화장실에 다녀올 동안 잠깐만 봐 달라며 낯선 남자에게 아이를 맡긴 게 화근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니 그 남자는 온데간데없었고 역사 안팎을 샅샅이 뒤졌지만 진영이를 찾지 못했다.

아버지 박정문(52)씨의 시간은 20년 전 진영이가 실종된 그날에 멈춰 있다. 한순간도 아들을 잊지 못했고, 지금도 틈만 나면 찾아 나선다. 지난 3월에는 지인들과 전북 전주를 찾아 전단을 배포했다.

아들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전국을 떠도는 사이 박씨의 가정은 무너졌다. 아내는 2005년 가출했고 “옷 한 벌 사 입히지 못한” 나머지 세 자녀는 뿔뿔이 흩어졌다. 진영이가 실종된 후 낳은 두 자녀는 보육시설에 맡겨둔 상태다. 그래도 박씨의 소원은 딱 하나다.

“진영이가 살아 있다는 것만 알면 됩니다. 먼발치에서라도 진영이를 볼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종 자녀를 둔 박씨와 같은 부모들에게 5월은 ‘가정의 달’이라 더 서럽다. 어린이날을 즐기고, 어버이날을 축하해 줄 아이들이 곁에 없어서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실종 당시 만 18세 미만 미발견 실종 아동은 총 592명에 달한다.

박남수(62·여)씨는 실종된 장남 홍범석(실종 당시 19세)군이 “요즘에는 꿈에도 나타나지 않는다”고 탄식했다. 지적 장애가 있는 범석군은 1998년 1월14일 가족들이 잠든 새벽에 집을 나간 뒤 감감무소식이다. 박씨는 “한번은 꿈속에서 범석이가 ‘엄마, 나 힘든데 왜 안 찾아’ 하더라”며 “범석이를 찾으면 집에 데려와 목욕을 시키고 밥을 먹여 푹 재울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구석구석을 다녔지만 아직도 가지 못한 곳이 있어 범석이를 못 찾은 것”이라는 박씨의 말이 덤덤해 더 가슴 아팠다.

부산의 실종아동지킴연대 대표인 박혜숙(45·여)씨는 막내 모영광(실종 당시 2세)군이 실종된 2003년 10월10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미어진다. 어린이집을 다니던 영광군은 소풍을 갔다 실종됐다. 박씨는 “영광이를 누군가 데려가 키우고 있으면 나이에 맞게 출생신고를 했을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영광군이 실종된 한 해에만 전단 10만장을 뿌렸다는 박씨는 “전단은 나눠 주면 시민들이 대부분 버리고 지나가더라”며 “그래서 요즘에는 현수막을 한 번씩 만들어 설치하고 있다”고 했다.


아들의 실종으로 마음의 병을 앓게 된 박씨는 심리상담을 받다가 심리상담사의 길로 들어섰다. 최근 몸이 좋지 않아 일을 쉬고 있는 그는 “앞으로도 학교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신변 안전교육과 실종 예방 교육을 하고 싶다”고 했다.

연령을 불문하고 집계하는 지적·자폐성·정신장애 실종자는 올해 3월 말 현재 215명이다. 실종자 대부분이 1년 안에 돌아오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찾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실종된 자녀를 둔 부모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게 사회의 관심과 제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관계자는 “자녀가 실종된 부모들이 전단을 뿌리고 현수막을 설치하는 건 제보에 대한 희망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민들이 실종자 전단과 현수막에 관심을 갖고 한 번이라도 더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단이나 현수막 등에 나온 실종자로 의심되는 사례를 발견하면 경찰청 112 콜센터나 실종아동전문기관(02-777-0182)에 신고하면 된다.

경찰청은 1일부터 두 달 간 ‘아동 실종 예방 및 신속 발견을 위한 미아 방지 캠페인’을 벌인다. 캠페인에 동참한 물티슈 업체 베베숲 제품에 캠페인 내용과 지문·사진 등 사전 등록 방법, 미아 방지 수칙 등이 설명된 QR코드(2차원 바코드)가 인쇄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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