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이관세] 한국의 역할 더 중요해졌다

입력 2017. 4. 30.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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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한국 배제)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저지를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이 연쇄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우리가 중국과 함께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조율·중재하며 접점을 찾아내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이해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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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북 제재와 함께 협상의 문 열어둬.. 정부가 북한 설득에 적극 나서야

소위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 한국 배제)이 현실화되고 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저지를 위해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정상들이 연쇄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며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북핵 문제의 당사자인 우리는 주변국 정상들이 중지를 모으고 협력하는데 제외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며칠 후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면 우리가 소외되는 일은 없겠지만 북한에 대한 주변 4강들의 대응 등이 상당히 전개된 뒤에 뒤늦은 합류로 우리의 입지와 역할이 제한받기 쉽다.

이러한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독립과 분단에 미친 외세의 영향력이 절대적이었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데올로기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던 냉전기 남북한은 동서 양 진영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최전방이었다. 소련의 붕괴로 세계적 차원의 냉전은 끝났지만 한반도에서는 냉전이 계속됐다. 1990년대 초반 대두된 제1차 북핵 위기는 1994년 10월 미·북 간 ‘제네바 기본합의서’ 체결로 일단락됐다. 합의 이행 과정에서 우리가 많은 역할을 했지만 상황 변화를 주도하지는 못했다.

중국이 급속히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최근 몇 년의 상황을 일부에서는 ‘신냉전체제’라고 하기도 한다.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엇갈리며 대립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긴밀한 협력도 이뤄진다는 점에서 신냉전체제가 형성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시진핑 정부를 압박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중국의 대북 영향력에 따른 역할을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단면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코리아 패싱’의 기억만 있는 것은 아니다. 2002년 촉발된 이른바 제2차 북핵 위기는 남북한과 4강이 참여하는 6자회담을 통해 해결 구도를 마련했다. 북핵 문제 해결의 로드맵으로 평가되는 ‘9·19 공동성명’이 탄생하는 데 있어 우리의 역할은 결코 작지 않았다. 우리가 중국과 함께 첨예하게 대립하던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조율·중재하며 접점을 찾아내는 데 기여했기 때문이다. 공고한 동맹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을 설득하는 동시에 돈독한 남북관계를 기반으로 북한을 설득할 수 있었기에 6자 모두가 공감하는 로드맵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는 북핵 및 한반도 평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나름의 역할이 있었다.

북핵 문제를 비롯한 북한 문제는 우리의 운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이것이 북핵 문제 해결 과정에서 우리가 배제돼서는 안 되며 배제될 수도 없는 이유다. 한반도 문제를 미·중 간의 협의로만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9·19 공동성명’을 도출할 때처럼 우리의 입장이 반영되고 역할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 문제 해결에서 가장 어려운 상대는 북한이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이해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북한을 설득해야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라도 남북관계 개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남북관계 진전 없이 북핵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우리가 대안과 전략을 제시하고, 미·중의 협력을 구하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경제제재, 외교적 압박과 함께 협상의 문을 열어둔다고 밝히고 있어 우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상황이 됐다. 우리가 적극 나서서 주변국과 협력하는 등 모든 노력을 집중해야 할 시점이다.

이관세 (경남대 석좌교수·전 통일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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