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안방보험 지배구조 미스테리 논란 소송전 비화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2017. 4. 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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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보험, 순환출자∙허위증자 지배구조 의혹 제기 중국 유력언론 상대 제소 자금난설∙창업자 조사설 괴소문 휘말린 안방보험 “법적책임 묻겠다” 잇단 성명

중국 경제 잡지 차이신이 5월1일자 커버스토리(왼쪽)로 중국 안방보험의 허위 증자 의혹을 제기하자 안방보험은 우샤오후이(오른쪽) 창업자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차이신, 바이두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안방보험의 미스테리로 불리는 불투명한 지배구조에 의혹을 제기한 현지 유력매체 차이신(財新)의 보도가 소송전으로 비화됐다.

여기에 안방보험의 자금난설이 끊이지 않는데다 이달 초 샹쥔보(項俊波)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의 낙마로 거세진 금융가 사정 태풍의 대상에 안방보험의 창업자 우샤오후이(吳小暉)회장이 올랐다는 소문도 돌았다.

우 회장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 사위로 안방보험 자금에 태자당(太子黨당 고위간부 자녀)이 연루됐다는 설까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올 가을 지도부 개편을 앞두고 권력투쟁이 가열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시점이서 주목된다.

2004년 설립된 안방보험은 12년만에 자본금 기준 중국 1위, 자산 기준 3위 보험사에 오를만큼 고성장해왔다. 2014년 뉴욕의 명소 월도프아스토리아 호텔을 19억5000억달러에 사들이는 등 세계 인수합병(M&A)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던 기업이기도 하다. 안방보험은 한국에서만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을 인수하고 우리은행 지분 4%를 확보했다.

안방보험은 차이신과 후수리(胡舒立) 총편집 겸 창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29일 저녁 발표했다. 차이신이 이날 인터넷에 주간 잡지 5월1일자 커버스토리 ‘안방의 마술 관통’이란 제하의 기사를 내보내자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차이신은 2014년 안방보험의 499억위안 증자과정에서 순환출자와 허위 증자 등의 의혹을 제기하는 지배구조 문제를 다뤘다.

앞서 안방보험은 28일 안방보험의 자금난설이 사실과 다르다는 성명을 두차례 내놓았다. 안방보험이 민생은행으로부터 1000억위안(약 17조원)의 대출을 받았으며 이와 관련해 우 회장이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26일 흘러나온데 대한 반박이다.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 거의 응하지 않아 ‘신비 기업인’으로 불리는 우 회장이 신징바오(新京報) 와 인터뷰한 기사가 27일자에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NYT이어 중국 언론도 안방보험 지배구조 의혹 제기

안방보험은 차이신 상대 제소를 알리는 29일 성명을 30일 한차례 업데이트했다. 이 성명은 차이신이 수차례 광고와 협찬을 요구했으며 안방보험이 이런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자 ‘우 회장이 3차례 결혼했다’ ‘부부 관계가 이미 끝난 것으로 확인됐다’는 등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신공격을 하고, 안방보험의 합법적인 경영활동에 대한 음해를 하고, 여론을 오도해 안방보험의 권익과 우 회장의 명예를 심각히 침해해 제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차이신을 광고를 내세워 기업에 협박을 하는 언론사로 전락시킨 것이다. 차이신은 중국 당국과 상호 부패 폭로전을 벌이고 있는 해외도피 중국 재벌 궈원구이(郭文貴)의 부패를 가장 먼저 폭로한 곳으로 중국 경제계에서 영향력이 큰 매체로 통한다.

차이신은 앞서 2014년과 2015년에도 ‘다크호스 안방’, ‘안방 대모험’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이번에 작성한 기사는 뉴욕타임스(NYT)가 안방보험 주주들의 실체에 의혹을 제기한 2016년 9월의 보도와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기사 모두 안방보험의 2014년 대규모 증자 과정에서 법인주주들이 늘고 이들 법인의 주주에 우 회장의 저장성 고향 친인척들이 올랐다고 전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에 이어 중국 언론도 안방보험의 지배구조에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안방보험 사이트

차이신은 특히 안방보험이 보험자금을 이용해 허위증자를 했다고 주장했다. NYT는 2014년 새로 등장한 안방보험의 법인주주 가운데 페이퍼 컴퍼니가 많다며 해당 주소지를 찾아간 결과, 사무실이 텅 비어있거나 베이징의 한 우체국이 사서함으로 돼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안방보험 권력층 자금 해외유출 채널” VS 안방보험 “해외 저리자금 유입”

중국의 해외 M&A가 본격화되면서 복잡한 지배구조를 통해 숨겨진 권력층의 자금이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 2014년 이후 안방보험의 해외 M&A가 공격적으로 늘자 이 같은 의혹이 안방보험에도 제기됐다.

중국 혁명원로 천이(陳毅)의 막내아들 천샤오루(陳小魯),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의 아들 주윈라이(朱雲來) 등이 2004년 안방보험 설립 당시 주요 주주였지만 지금은 우 회장 부부를 비롯해 이들의 이름이 주주 명단에서 사라졌다는 게 NYT의 전언이다.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공작 부장이 2014년 12월 반부패 칼날에 낙마하면서 그의 친인척이 상장사 지분 보유 및 거래 관계를 통해 부당 수입을 챙긴 부패 커넥션이 드러났고, 이는 중국 기업의 복잡한 지배구조 뒤에는 권력층의 ‘뒷 주머니’가 있다는 의혹을 뒷받침했다.

해외 도피중인 중국 투자회사 정취안(政泉)홀딩스 창업자 궈원구이(郭文貴)가 팡정(方正)증권의 경영권 경쟁 뒤에는 권력파벌간의 경쟁이 있었다고 올 1월 중화권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주장한 것도 중국 기업의 지배구조와 부패권력과의 관계를 보여준다.

특히 안방보험이 2015년에만 1000억위안을 해외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막대한 자금 동원 능력을 보여주면서 자금의 출처가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다. 안방 계열 생보사 자산의 경우 2016년말 1조4500억위안(약 246조 5000억원) 가운데 60%가 해외자산이다.

차이신의 보도와 우 회장의 인터뷰는 미묘한 시점에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중국에선 금융 규제폭풍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는 등 금융방(幇) 등 금융계의 부패 커넥션에 대한 반부패 사정 바람이 거세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방보험은 해외에서 오히려 외화를 들여왔다며 해외로 자산을 빼돌렸다는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우 회장은 신징바오에 “동양생명이 해외의 저리 자금을 이용해 중국의 중소기업에 대출을 제공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안방보험의 해외 투자는 외화를 한 푼도 안 쓰고 해외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거래를 진행했다"며 "중국 국가개발은행이 해외에서 발행한 채권 2억달러어치를 안방보험의 벨기에와 네덜란드 자회사가 인수해 오히려 외화를 중국 내로 들여왔다"고 강조했다.

중국 신징바오는 안방보험 창업자 우샤오후이 회장(왼쪽)이 26일 인터뷰에서 양로와 의료보험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신징바오

◆안방보험 해외 M&A 잇단 좌절...자금난 등 잡음 끊이지 않아

안방보험의 민생은행 1000억위안 대출설이 돌던 26일 민생은행 주가는 상하이증시에서 1.66% 떨어진 7.71위안으로 마감했다. 2015년 8월 25일(7.47위안)이후 1년 8개월여만에 최저치로 밀린 것이다. 안방보험은 민생은행의 최대 주주다.

안방보험은 28일 성명을 통해 민생은행으로부터 한푼도 빌리지 않았고 200억위안(약 3조 4000억원)의 현금이 부족하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 역시 사실과 다르다며 27일 기준 안방 계열 생명보험과 재산보험이 보유한 현금이 각각 2078억위안(약 35조 3260억원), 3226억위안(약 54조 8420억원)에 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안방보험의 자금난설이 그치지 않자 당일 또 다시 성명을 내고 인터넷에서 로이터통신 이름을 허위로 사용한 가짜뉴스가 터무니없이 회사를 비방했다며 법률수단을 동원해 회사의 명예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자본금 5억위안(약 850억원)으로 시작한 안방보험은 자본금은 619억위안(약 10조 5230억원), 자산 규모는 1조9710억위안(약 335조 700억원)에 달할만큼 급성장했다. 차이신에 따르면 2011년 6월 1000억위안에 달했던 자산규모는 2014년 7000억위안(약 119조원)에 이어 최근 2년새 182%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해외 대규모 M&A가 잇따라 좌절되면서 안방보험를 둘러싼 갖가지 잡음이 확산돼왔다. 미국의 피델리티앤드개런티라이프(FGL) 생명보험을 16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하고 2015년 11월 맺은 M&A 계약이 이달 중순 철회된 게 대표적이다.

미국 뉴욕주 금융당국은 2016년 11월로 예정됐던 인수 승인 결정을 미루면서까지 불투명한 지배구조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주주 구성 내역 등 인수 관련 추가자료 제출을 요구했지만 안방보험이 이를 충족하지 못하자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위 제러드 쿠슈너와 만나 쿠슈너 소유의 뉴욕 맨해튼 5번가 빌딩 재건축에 투자하기로 합의한 거래는 안방보험의 중국 정부와의 관계 및 쿠슈너의 공직 신분에 따른 이해관계 충돌에 대해 미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3월에 무산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앞서 안방보험은 2016년 3월 140억달러에 인수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미국의 스타우드호텔 M&A도 7개월이 지난 10월 철회했다. 인수 추진 과정에서 800억위안(약 13조 6000억원)의 자금이 불법적으로 연루됐는지에 대한 의혹에 대해 중국 당국의 조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경제일보 산하 잡지 중국기업가가 작년 5월 보도하는 등 의혹이 제기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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