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유형진] 십대의 힘

입력 2017. 4. 30.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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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은 나와 남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모두 십대 청소년들에게 각광받는 품목들.

그런데 십대 아들로부터 내 취향을 저격당해 그런 '쓸데없는' 것들만 골라서 '결혼기념' 선물로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그것이 십대 아이들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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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은 나와 남편의 결혼기념일이었다. 여태 결혼기념일이라고 특별한 이벤트를 한 적이 없는 우리 부부는 그날에 별 감흥이 없었다. 그런데 열다섯 살이 된 아들이 혼자 전철을 타고 처음으로 ‘홍대입구’까지 가서 부모의 결혼기념 선물을 사왔다. 요즘 유행하는 메신저에서 사용되는 캐릭터가 그려진 칫솔, 작은 피규어, 차량용 방향제, 폰 케이스 등이었다. 모두 십대 청소년들에게 각광받는 품목들. 물론 나도 귀엽고 사랑스러운 팬시용품을 좋아해서 문구점에 갈 땐 항상 팬시상품 코너에서 무엇인가를 사오는 여성 중 하나이다. 그런데 십대 아들로부터 내 취향을 저격당해 그런 ‘쓸데없는’ 것들만 골라서 ‘결혼기념’ 선물로 받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애’라고 생각한 자식으로부터 뭔가를 받게 된 것도 새삼스러웠지만, 아기자기한 물건들을 만지작거리면서 엄마 아빠를 생각했을 녀석을 생각하니 왠지 뭉클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들도 이제 만 14세. 어리다고 생각할 수만은 없는 나이다. 함께 대선 후보자 토론회를 보면 후보자 중에 자기가 봤을 때 가장 현명하다고 생각하는 이는 누구이고, 이상한 말을 하는 이는 누구라는, 정치적 견해도 정확히 말할 수 있는 나이다. 그리고 부모가 옳지 못한 행동을 할 때는 강력하게 비판하며 말하는 나이이기도 하다. 기성세대에 대한 비판을 ‘네가 뭘 아냐’며 억압하고 가르치려고만 들어서는 안 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서운 ‘중2’에 접어든 것이다. 왜 그 나이 아이들을 기성세대들은 ‘중2병’이라는 말을 붙여 두려워하고 저어하는 것일까. 세상에 대해 가장 순순한 비판과 참여를 원하는 아이들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면 우리 아이가 선택한 저 작고 소박한 물건들은 ‘쓸데없는’ 물건이 아니다. 아이는 폰 케이스를 바꾸어주며 휴대폰 UI의 아이콘 모양들도 폰 케이스 캐릭터로 다 바꾸어주었다. “엄마, 폰을 이렇게 바꾸니 새로 폰 산 것 같고 좋죠?” 익숙해서 무심해졌던 어떤 것에 새로움을 불어넣어주는 힘. 그것이 십대 아이들의 힘. 중2만이 가진 힘이다.

글=유형진(시인), 삽화=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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