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귀족노조' 폐해 확인시킨 기아차 노조

2017. 4. 3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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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분리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7, 28일 비정규직 노조인 사내하청분회 분리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71.7%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기아차 노조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원·하청업체 구성원이 9년간 '1사 1노조'를 유지해 왔다.

조합원 투표 중단을 강력하게 요청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아차 노조를 성토하는 한편 앞으로의 파장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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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노노 간 갈등.. 자신들 밥그릇 지킨다는 비판 자초

기아자동차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분리했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7, 28일 비정규직 노조인 사내하청분회 분리 여부를 묻는 조합원 총투표를 실시해 71.7%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앞으로 기아차 노조 가입 자격은 ‘기아차 내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에서 ‘기아차주식회사에 근무하는 노동자’로 바뀐다. 사내 하청업체 노동자는 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것이다. 기아차 노조는 완성차 업체 중 유일하게 원·하청업체 구성원이 9년간 ‘1사 1노조’를 유지해 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공생의 모범적 사례로 여겨졌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노동계 전반에 충격을 줬다. 조합원 투표 중단을 강력하게 요청한 금속노조와 민주노총,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아차 노조를 성토하는 한편 앞으로의 파장을 우려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비정규직과 함께 연대하기를 거부하는 정규직 노조의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꾸짖었다.

발단은 지난해 11월 노조와 회사가 합의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1049명의 정규직 특별채용이었다. 비정규직 노조는 4000여명의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하며 독자 파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노노 갈등이 불거지면서 투표에 이르게 된 것이다.

기아차 노조 내부의 사정을 전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나 이번 결정은 귀족노조의 비판을 자초했다는 점에서 여론의 질타를 피할 수 없다.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비정규직을 내몰았다는 지적을 모면하기 어렵다. 노동시장의 극심한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양보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 귀족노조가 기득권을 공고히 한 이번 사례는 연대라는 노동운동의 기본 정신을 부정한 것은 물론 노동의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노조가 겉으로는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이익은 절대 침해받지 않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욕을 먹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대기업 노조의 부정적인 측면을 일관되게 비판해 온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 후보는 기아차 노조의 결별로 강성 귀족노조의 폐해가 증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귀족노조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도 주장했다.

이번 분리 결정으로 기아차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사실상 물 건너갔고 이들의 처우는 더욱 열악해질 위기에 놓였다. 사측의 인력 감축과 구조조정 등에 대응할 능력은 취약해졌다. 일부 노동 전문가들은 “비가 오는데 우산을 뺏은 격”이라고 지적했고 한국 노동운동을 크게 후퇴시킨 행태라고 꼬집었다. 기아차 노조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하나의 노동자인 만큼 연대를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스스로 상생을 외면한 마당에 앞으로도 함께하겠다는 것은 자기모순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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