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 칼럼] 한달 된 케이뱅크, 혁신은 시작됐다

2017. 4. 3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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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공식 출범한지 채 한달도 안 됐지만, 가입자가 25만을 넘었고, 예금 예치금액도 3000억원대에 달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외형적인 숫자도 기록적이지만,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소비행태다.

내달 국내 인터넷은행 2호로 출항하는 카카오뱅크도 추가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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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섭 금융증권부장
최경섭 금융증권부장

인터넷은행 '케이뱅크'가 공식 출범한지 채 한달도 안 됐지만, 가입자가 25만을 넘었고, 예금 예치금액도 3000억원대에 달하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외형적인 숫자도 기록적이지만, 더 주목할 만한 점은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소비행태다. 인터넷은행 고객들은 기존 시중은행 고객들과는 전혀 다른 소비행태를 나타내고 있다.

케이뱅크 고객의 70% 가량이 인터넷이나 모바일뱅킹에 익숙한 30~40대에 집중되고 있고, 전체 사용자의 1/3 이상이 시중은행이 문을 닫는 저녁 시간대와 새벽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계좌개설이나 대출 등 주요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통상 오프라인 영업점을 방문해야 했지만, 인터넷은행 시대에는 가입자 등록에서 통장개설, 대출까지 '초스피드'로 모두 비대면 처리가 가능하다. 등록에서 계좌개설까지 10분 이내면 가능하다 하니, 시중은행 영업점을 찾아 순번을 기다리고 업무처리 하는 것과 비교하면 시간을 1/3 이상 절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스마트폰 보급률을 기록하는 국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 선진국에 비해 인터넷은행을 비롯해 디지털금융 전환 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지만, 스마트폰보급률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단기간에 경쟁국들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케이뱅크의 초반 돌풍에 시중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기존 제도권 금융사들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각 은행사별로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고, 케이뱅크가 제시한 파격적인 금리정책에 맞서 예금금리는 높이고, 대출금리는 낮추고 있다. 시중은행 뿐만 아니라 특히 중금리 대출시장에서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저축은행들도 추가로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정체된 금융시장에 경쟁을 유발하는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이른바 '메기효과'가 현실화 되고 있는 대목이다.

한달여 만에 고객들이 몰리고, 여기에 메기효과 까지 현실화 되면서, 인터넷은행 정책을 도입한 금융당국의 시도는 일단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행 출범 효과에 고무된 정책당국은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이외에 추가로 제3 사업자 인가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문제다. 가입자가 급증하고 있는 케이뱅크는 당장, 추가 재원조달이 절실한데, 은산분리가 족쇄가 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경영권 지분을 4%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은산분리 규정이 해소되지 않는 한, 추가 증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주주들이 출자한 2500억원의 재원으로는 올해도 버티기 힘들어 보인다. 내달 국내 인터넷은행 2호로 출항하는 카카오뱅크도 추가재원을 어떻게 조달할지, 벌써부터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이미 우리보다 훨씬 앞서 인터넷은행 시대를 연 국가들은 산업자본으로 분류되는 IT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대규모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 한도를 최대 50%까지 허용하는 개정안들이 발의되고 있지만, 은산분리 라는 원칙론에 막혀 전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케이뱅크 상용화 이후, 금융계에는 인터넷은행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일과 업무에 좇겨 은행에 갈 시간이 없는 소비자들이 일과 후 저녁이나 새벽에 계좌를 개설하고 또 모바일로 상담업무를 보고 있다. 문턱 높기로 유명하던 시중은행들도 새로운 형태의 경쟁자가 나타나면서 금리를 낮추고, 비대면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와 시장을 위한 금융혁신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그 해법을 제시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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