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아의 셀러브리티]방황 중인 청춘에게 특효약 '혁오 사용설명서'

이정아 기자 입력 2017. 4. 30. 18:08 수정 2017. 5. 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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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ㅣ이정아 기자] 혁오의 스물다섯 살에는 치열한 고독과 고민의 흔적이 묻어있다.

혁오가 데뷔 2년 반 만에 첫 정규앨범 ‘23’을 발매했다. 지난 24일 오후 6시 새 앨범 공개를 앞둔 오혁의 얼굴에는 긴장감과 설렘이 교차한다. 오혁은 혁오의 앨범을 공개하기 직전 아이유 앨범 수록곡 ‘사랑이 잘’을 함께 작업하고 불러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번에 오혁과 아이유는 여러모로 비교가 됐다. 앨범 발매 시기도 비슷하고 앨범 작업도 함께 했고 또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혁오보다 조금 더 일찍 앨범을 발매한 아이유는 이번 앨범 ‘팔레트’를 통해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이제는 조금은 더 명확하게 자신을 알게 됐다고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동갑내기 혁오의 앨범이 더 궁금해졌다.   

자신에 대해 좀 더 명확하게 알게 된 아이유의 스물다섯과는 다른 오혁의 스물다섯이다. 오혁은 “나의 25살은 ‘나 이제 어떡하지?’ 이런 느낌이다. 아이유와는 다르다. 불안함도 있다. 그런데 왜 불안한지 모르겠다. 이유를 찾으려고 노력했는데 못 찾았다”라며 특유의 중저음의 목소리로 살짝 느릿하게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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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번 혁오의 앨범은 기존 그들이 선보였던 음악처럼 염세적이고 공허하다. 오혁은 “이번 앨범은 2년 전, 그 전부터 고민을 했던 앨범이다. 새로운 메시지와 주제를 갖고 앨범을 만드는 게 맞을까 아니면 기존의 메시지, 정서를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까 고민을 했다. 정규 앨범이 없으니까 음악적으로 마침표를 찍어야겠다 싶어서 전에 담았던 공허함, 염세적이고 그런 것을 이번에도 똑같이 담았다”라고 말했다.

혁오의 청춘은 다른 젊은이들이 그러하듯 마냥 찬란하지만은 않다. 오혁은 “청춘이란 단어는 내게 크게 두 가지 의미로 다가온다. 청춘 그 자체가 찬란하고 빛이 나기도 하지만 반면에 흘러가는 존재이기도 하니까 불완전하고 길을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라고 말이다.

이렇게 치열한 고민 끝에 탄생한 앨범이어서 그런지 혁오의 앨범은 염세적이고 공허하지만 그만큼 독특하다. 뮤직비디오도 마찬가지다. 몸은 컸지만 아직도 마음은 아이인 ‘어른이’들의 장난이 한심하다 느껴지게 만드는 ‘가죽자켓’부터 중국어로 이뤄진 가사가 광활한 사막과 만나 독특한 느낌을 주는 ‘완리’ 뮤직비디오까지 감상하다 보면 다음 혁오는 방황을 끝내고 자신의 자리를 즐기고 있을지 아니면 여전히 방황을 하며 길을 찾는 중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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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오의 앨범이 더 궁금한 이들을 위해 지난 24일 열린 음감회에서 받은 각 곡의 코멘터리를 공개한다.
1. Burning youth “타오르는 열정과 넘치는 에너지의 청춘이 아닌 불타버린 청춘에 대한 노래.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에서부터 시작된 질문이 우리의 꿈과 행복에 대한 이분법적인 대안으로 흘러갔고 모두 다 같이 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멈췄다. 그다음은 나도 아직 고민 중이다.”
2. Tokyo Inn “2016년 초 이래저래 치이고 슬럼프가 찾아와 아무도 보기 싫어 나 홀로 일본으로 도망을 갔었다. 막상 가니 할 게 없어서 시부야에서 혼자 굴러다녔는데 그 당시 나의 심정은 내 손으로 내 뺨을 갈기는 느낌이었다. 목적도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가벼웠던 그때를 정리하면서 쓴 노래.”
3. 가죽자켓 “앨범을 만들기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만든 곡.”
4. TOMBOY “러붐의 OST ‘리얼리티’를 들으며 나도 멋진 사랑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사랑이 끝난 후에야 볼 수 있었던 모습들’이라는 전제를 잡고 그 속에 차가운데 뜨거운, 달지만 쓴 그런 감정을 넣고 싶었다. 사랑을 하는 사람, 하지 않는 사람, 할 사람, 하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이 노래를 들었으면 좋겠다.”
5. 2002 World Cup “나에게 2002년 한일 월드컵은 당시 뚜렷한 기억은 없지만 그저 모두가 즐거웠고 마냥 신나고 행복했던 기억의 느낌이 있다.”
6. Jesus lived in a motel room “가장 낮은 곳에 임하신다는 예수님께서 지금 시대에 오신다면 마굿간에서 나셨듯 비싼 호텔 방이 아닌 허름한 모텔에서 주무시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다.”
7. Wanli “바다 위 장군의 마음으로 쓴 곡.”
8. Die alone “아주 어렸을 적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허무함을 종종 느꼈던 적이 있었다. 시간이 흐른 지금 시야가 넓어졌고 사람은 많아졌고 그만큼 그에 대한 허무함도 또렷해지고 커졌다. 떠나는 사람은 남겨지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겨를이 없다.”
9. 지정석 “작년은 슬펐던 일이 많았던 거 같다. 왜 슬픈지는 모르지만 이유 없이 슬픈 날이 있다. 그런 날 쓴 곡.”
10. Simon “2015년 친구들이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11. Paul “모든 걸 망쳐버린 우리는 후회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12. Surf boy “살아가는 건 서핑 같다고 생각했다. 아직 서핑은 제대로 시작도 못 했고 이때까지 겪은 힘든 일들은 그저 그것을 위한 준비운동이었을지 모른다.”

happ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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